[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일본이 2일 각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방침을 확정했다. 약 1000여개 품목이 대상에 오르며 이달 말 시행이 유력하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데 있어 접수된 의견은 4만6600여건이며 95%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및 배터리, 자동차, 화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 승부처'인 한미일 삼자회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일 센타라 그랜드 호텔에서 강경화 외무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연이어 회담을 연 후 오후 4시30분(현지시간) 별도의 삼자회담도 열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일본의 제재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파국을 중재하는 한편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아직 심사기일이 남은 상태에서 사실상 마지막 타협 기회라는 평가다.

이미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1일 양자회담을 가졌으나 양쪽의 이견만 확인하는 선에서 사실상 빈손회담으로 끝난 바 있다. 강 장관은 화이트리스트 논란에 대해 한국의 명확한 입장을 설명했으나, 일본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화이트리스트에 한국을 제외하지 말 것을 요청했으나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면서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한일 양국 관계에 올 엄중한 파장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개입 가능성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한일 두 나라 외교수장의 회담이 종료된 후 "우리는 그들이 함께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길 바란다"며 중재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힌 바 있다. 미국이 한일 두 나라를 대상으로 분쟁을 한시적으로 멈추는 소위 '분쟁 중지 협정(standstill agreement)'에 합의할 것을 촉구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상황에서 한일 두 나라의 갈등을 멈추기 위해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의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비슷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한일 경제전쟁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나에게 관여를 요청했다"면서 "아마도 (한일 정상) 둘 다 원하면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처럼 한일 경제전쟁의 추이를 지켜보며 이에 개입할 생각은 없지만, 두 정상이 원한다면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행보에 집중할 필요도 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달 22일 일본을 방문해 도쿄 총리관저에서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국장과, 오후에는 외무성에서 고노 다로 외무상과 각각 회담했다. 당시에는 볼턴 보좌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동맹국 감시단’ 구상에 일본의 참여를 독려했다는 말이 나오지만 한일 경제전쟁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도 오갔다는 후문이다.

이후 일본이 한국에 대한 추가제재를 시작하며 볼턴 보좌관 역할론은 퇴색됐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의 개입 의지는 강력하다는 증거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