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소사이어티> 마르크 뒤갱·크리스토프 라베 지음, 김성희 옮김, 부키 펴냄.

빅데이터 시대에 인간은 신기술에 지배당하지 않고 유토피아적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 사람들은 매 순간 자신의 건강, 심리 상태, 계획, 활동에 관한 데이터를 만든다. 한 통계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에서 1분마다 약 30만 건의 트윗과 1500만 건의 문자 메시지, 2억400만 건의 메일이 전송되고, 200만 개의 키워드가 구글 검색 엔진에 입력된다.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빅데이터 기업들은 메신저, 인터넷 검색, 전화, 전자시계, 각종 사물 인터넷 기기를 통해 사람들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모든 지불 행위도 파악될 수 있다. 통장 내역 분석에 기초해 개인의 소비 행태를 추론하며, 적자 상태의 개인이라면 ‘습관성 지출’ 같은 프로필의 실마리도 찾아낸다.

이렇게 수집되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빅데이터 기업들은 생명공학의 세계에까지 진출했다. 이들은 질병, 노화, 죽음이 생물학과 정보과학의 융합을 통해 정복할 수 있는 ‘기술적 문제’라는 관점에서 연구중이다.

2014년 7월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구글은 ‘죽음’을 안락사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자회사 ‘칼리코(Calico)’를 설립해 2035년까지 인간의 수명을 20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인간의 혈관 속에 나노 입자를 침투시키고 그 입자가 혈액 속에서 문제를 탐지함으로써 모든 질병과 세포 퇴화 현상을 극복한다는 발상이다. 이런 방법으로 칼리코는 최종적으로 500세까지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생각이다.

저자들은 “빅데이터는 분명 인류사에 유례없는 과학 지식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제한다. 디지털 시대에서 인간을 감시하는 모든 정보는 인간의 안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애플워치는 사용자의 불규칙한 심장박동을 감지해 건강 상태를 분석할 수 있다. 언젠가는 병원 정기검진을 받을 필요 없이 구글 X랩의 나노 입자 알약을 먹고 웨어러블 기기로 간편하게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빅데이터 사회는 ‘어두운 이면’이 숨어 있다. 빅데이터 기업들은 수집된 사람들의 소비 습관, GPS 기록, SNS 상에서의 인간관계 등의 개인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공유하기도 한다. 개개인의 재정 관리가 잘 되고 있든 아니든, 빅데이터 기업은 데이터에서 결론을 끌어내 미래 고객들의 반응을 미리 알고자 하는 업체들에게 그 정보를 팔아 넘기면 된다.

페이스북은 약 150개가 넘는 외부 파트너 회사에 페북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공유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던져줬다. 유출된 정보들은 사용자의 아이디는 물론 개인 신상, 좋아요 반응, 공유된 주제,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이었다.

저자들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꿔 사람들을 완전히 종속시키려고 한다”고 우려한다. 온순하고 투명한 ‘자발적 노예 상태’로 이끌어, 최종적으로는 완전한 프라이버시의 실종과 자유의 포기라는 결과를 빚어낼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자유를 되찾고 싶다면 기업들의 말을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인간의 감성·직관·지성·생존력을 보호해야 하며, 인간을 다시 무대 중심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