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여파로 수익성 한계에 직면한 카드업계가 신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한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은 물론 자동차금융, 렌탈 사업 등에 적극 나서며 수익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 현대카드, BC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이 신사업 추진을 위한 방안으로 금융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혁신서비스에 대해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해 주는 제도다. 정부는 혁신금융서비스의 적극적인 출현을 위해 올 초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

신한카드가 선보인 ‘마이데이터 기반 개인지출관리(PEM) 및 해외주식 소액투자서비스’가 지난달 24일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에 선정됐다.

신한금융투자와 함께 혁신금융서비스에 신청한 이 서비스는 고객의 카드 내역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 지출 성향을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카드 결제 자투리 금액을 자동으로 맞춤 해외 주식에 투자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르면 연내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으로 신한카드 금융플랫폼 ‘신한PayFAN’(페이판)‘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현대카드도 이날 혁신금융서비스에 선정됐다. 현대카드는 사업장유지 기간, 이용고객수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개인사업자의 사업건전성을 평가하고, 개인사업자가 유리한 대출상품을 선택‧신청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내년 초 출시 될 예정이다.

BC카드는 ‘개인 가맹점 QR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년 초 출시한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신청한 이 서비스는 푸드트럭, 노점상 등 사업자등록이 되지 않은 영세상인도 QR코드를 통해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신한카드의 '소비·지출 관리를 연동한 소액투자서비스' 프로세스. 출처=금융위원회

카드사들은 자동차금융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자동차금융 시장은 그간 캐피탈사들이 주도해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 자동차할부금융 자산은 올 1분기 기준 7조40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6% 증가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29일 원스톱 자동차 금융 플랫폼인 ‘신한카드 마이오토’ 앱 업그레이드를 실시해 ‘내 차 시세조회’, ‘내 차 팔기’, ‘중고차 차량 정보조회’ 기능 등을 추가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1월 중고차할부금융 상품을 출시했으며, 올 연말에는 KB캐피탈의 중고차 거래플랫폼 ‘차차차3.0’에 자동차금융 상품‧서비스를 연계할 예정이다.

삼성카드는 올해 초 출시한 '내 차 시세 조회' 서비스에 이어 조회한 중고차 가격으로 바로 차량을 판매할 수 있는 '내 차 팔기' 서비스를 오픈하며 중고차 관련 서비스를 확대했다.

카드사들은 렌탈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우리카드, 신한카드, 삼성카드, 하나카드 등은 오픈 마켓 형태의 쇼핑 플랫폼을 구축해 가전 상품 등의 렌탈을 운영 중이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수익성을 다각화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카드사들은 현재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에 기존 카드수수료 수입만으로는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 매출 5억~10억원 가맹점의 경우 올 1월말부터 카드수수료율이 2.05%에서 1.4%로, 10억~30억원 가맹점은 2.21%에서 1.6%로 인하됐다. 여신금융연구소는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카드사들의 올 순이익 규모가 7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실제 카드사들의 순익은 악화하고 있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등 전업 카드사 7곳의 올 1분기 당기순익은 45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억원 감소했다. 업계는 이마저도 비용감축 전략으로 선방했다는 평이다.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에는 실적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이뤄진 카드수수료 인하에 카드사의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카드수수료에는 더 이상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과거엔 비용을 많이 들여 순익을 창출했는데, 이젠 비용감축으로 그마저도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사들이 혁신금융서비스, 중개수수료 등 여러 방면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는데, 아직 이로 인한 수익창출이 어느 수준까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며 “카드사의 강점인 고객 정보 등을 활용한 빅데이터 기반 사업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