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일 경제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여론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현상을 TMI(Too Much Information)에서 살펴보자.

#일본,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아무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무역전쟁, 무역보복을 일으키는 나라는 상대국이 너무 많은 이득을 가져가기 때문에 제동을 건다. 미중 무역전쟁만 봐도 미국이 보기에 대중국 무역 적자가 너무 심각하다는 기본적인 전제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일본은 사정이 다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약 24조4313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수출규제와 같은 무역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일반적인 경제논리로 이해하기 어렵다.

일단 아베 내각은 안보상의 이유로 수출 규제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내달 2일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한국을 일본의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나라'로 규정한 셈이다. 제재 초반 일본 일각에서 한국 정부를 사린가스 테러조직인 오옴진리교와 비유하는 거친 표현을 쓴 것도 이러한 연장선에 있다.

다만 다양한 추정은 나오고 있는데, 한국의 경제발전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일본의 불안감, 동북아시아 패권 장악을 위한 의지, 아베노믹스 실패에 따른 일본 내부 불만을 한반도로 돌리려는 판단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아베내각이 헌법을 개정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고싶어 하며, 이 과정에서 한국을 자극해 동북아시아 힘의 균형을 흔들려고 한다는 말도 나온다.

#화이트리스트서 배제되면 우리 망하는거야? 당장 궤멸적인 파국을 맞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오랫동안 끔찍한 고통을 당할 가능성은 높다.

화이트리스트는 우대조치를 말한다. 즉 화이트리스트에 오르면 일본 입장에서는 '내 물자를 믿고 수출할 수 있는 나라'가 되는 셈이고, 상대국은 일본에서 물자를 수입할 때 포괄허가제를 적용받는다. 

이 포괄허가제가 좋은 제도인 것이, 한 번 수출 적격 판정을 받으면 3년간 개별 품목에 대한 심사를 면제받을 수 있다. 화이트리스트에 오른 상대국은 한 번만 심사를 받으면 앞으로 3년은 마음 편하게 일본의 물자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일본이 보기에 군사 전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물자는 모두 건별로 심사를 받게 된다. 3년간 편안히 물자를 받다가 갑자기 물자별로 하나하나 심사를 받으면 당연히 통관절차가 오래 걸리고, 일본이 마음만 먹으면 수출 자체를 막아버릴 수 있다. 

개별 허가를 받는데만 90일이 소요되는 것도 심각한 일이다. 심지어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 약 1100여개 품목을 대상으로 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역시 일본의 마음대로 물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1100여개 품목 중 일본이 상황에 따라 한국을 최대한 괴롭힐 수 있는 조합을 번갈아 사용하면 한국은 패닉상태가 된다. 대응하려고 해도 대책 자체가 '무한의 수'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국의 카드는 없어? 있기는 있다. 그런데 얼마나 효과적인 카드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소재 탈일본 전략이 꼽힌다. SK가 SK머티리얼즈를 통해 소재 국산화에 나서고 있고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도 비슷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당장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일본에서 수급받던 소재에 맞춰서 국내 산업 공정 라인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재 분야 거래가 장기거래인 이유다. 

결국 지속적으로 소재 국산화에 나서야겠지만, 이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일단 "우리도 소재 국산화 나설 수 있어"라고 말하며 일본과의 협상에 나서는 수준의 카드다. 참고로 정부도 소재 연구개발에 대해 세금 면제 및 주52시간 유예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나마 가능한,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불매운동과 여론전이다. 불매운동은 지금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부산 등 전통적으로 일본과 가까운 지자체도 동참하고 있으며 이미 유니클로와 아사히 맥주 등은 타격을 받고 있다. 일본여행객도 줄어들고 있어 아시아나항공이 노선을 축소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감정적인 접근만 배제하면, 한국 정부가 이를 바탕으로 협상에 나설 수 있다.

여론전은 정부의 최종병기다. 이미 WTO 일반이사회에서 한 차례 일본과 격돌했고, 현재 한국 정치권 일부에서는 한일군사정보협정 파기라는 초강수도 고려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여론전에 나서는 분위기다. 방일 의원단 단장인 서청원 무소속 의원은 31일 일본으로 날아갔고 여야 5당의 초당적 기구인 일본 수출규제 대책 민관정 협의회도 출범했다.

미국을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은 한일 경제전쟁 초기 미온적이었으나 자국 산업계에서도 우려가 나오자 조금씩 중재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당장 로이터는 31일 미국이 한일 두 나라를 대상으로 분쟁을 한시적으로 멈추는 소위 '분쟁 중지 협정(standstill agreement)'에 합의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경화 외교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을 만날 것"이라면서 "두 나라의 좋은 지점을 찾도록 도울 것"이라며 삼자합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한미일이 모두 모이는,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