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LG전자가 7월 30일 2분기 매출 15조6292억원, 영업이익 6523억원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5.4% 감소했다. 매출은 2분기 기준 상반기 기준 모두 역대 최대로 올랐으나 영업이익, 즉 효율은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LG전자의 전반적인 흐름은 위기의 연속이지만 생활가전은 이야기가 다르다. 실제로 H&A사업본부는 2분기 매출 6조1028억원, 영업이익 7175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사상 처음으로 6조원 매출을 기록하는 한편 미국 월풀의 상반기 실적인 매출 11조3982억원, 영업이익 5203억원을 뛰어넘었다. 국내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과 북미, 유럽, 중동아프리카 등 해외 전 지역의 판매 호조로 전년 동기 대비 16.1% 늘었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2017년 영업이익 기준으로 월풀을 이겼으나 아직 매출로는 이기지 못했던 상황에서, 이번에 기어이 월풀을 완벽하게 압도하는 괴력을 보여줬다. 이제 명실상부 글로벌 1위 생활가전 기업, 백색가전 명가가 됐다.

LG전자 생활가전의 성과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LG전자가 가진 다섯 개의 검, 즉 성장 동력에 집중하고 있다. 바로 새로움, 프리미엄, 기본, 효율, 철학이다.

▲ 스타일러가 포함된 콘셉룸. 출처=갈무리

새로움과 프리미엄, 그리고 뿌리와 효율

생활가전 사업은 다른 사업과 비교해 난위도가 높은 편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하나의 기준과 모델로 글로벌 동시 공략이 어느정도 가능하지만, 생활가전은 말 그대로 지역성에 특화된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프리미엄과 보급형의 기준을 절묘하게 맞춰야 하며, 교체 주기도 길다. 판매망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LG전자는 이 어려운 사업에서 ‘새로움’이라는 화두로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신가전의 등장이다. LG전자는 스타일러를 중심으로 건조기와 공기청정기를 비롯해 일반적인 생활가전 이상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LG전자가 추구하는 신가전의 선봉 중 하나인 스타일러에는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LG전자에 따르면 스타일러는 연구개발에만 9년의 시간이 들어갔다. 530개의 특허 기술을 활용했다. 1분에 최대 200번 움직이는 무빙행어로 먼지를 털어내고, 물 입자의 1600분의 1만큼 미세한 트루스팀으로 옷감에 밴 냄새 입자를 포획한 뒤 40도 저온 건조 과정에서 함께 날려버리는 원리로 옷을 관리해 준다. 이러한 기본적인 원리에는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의 부인의 아이디어가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조 부회장이 세탁기연구실장을 맡고 있던 시절 중남미 출장에서 부인의 이야기대로 옷을 관리한 것이 제품 기획의 시작이었다. 당시 조 부회장은 옷을 가방에 오래 넣어놔 구김이 심했는데 당시 호텔에 다리미가 없었다. 조 부회장은 부인의 “화장실에 뜨거운 물을 틀고, 수증기가 꽉 찬 상태서 옷을 걸어놓으면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한 것을 떠올려 옷을 관리했다. 스타일러의 시작이다. 

이후 스타일러는 2014년 기존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크기를 줄인 2세대를 거쳐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LG전자 스타일러의 흐름을 보면, LG전자가 어떻게 ‘새로움’에 접근하는지 잘 확인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을 정교하게 잡아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LG전자의 로드맵이다.

휴대용 공기청정기, 식기세척기는 물론 최근에는 홈브루라는 맥주 제조기까지 출시했다. 홈브루는 캡슐과 물을 넣으면 발효부터 숙성, 보관까지 복잡하고 어려운 맥주제조 과정을 자동으로 진행한다. 1월 CES 2019에 첫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인디아 페일 에일(IPA, India Pale Ale), 페일 에일(Pale Ale), 스타우트(Stout), 위트(Wheat), 필스너(Pilsner) 등 인기 맥주 5종을 제조할 수 있으며 최대 3주면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밀맥주인 위트를 만드는 데 약 9일이 소요되며, 발효가 가장 오래 걸리는 라거맥주인 필스너는 약 21일 걸린다. IPA, 페일 에일, 스타우트 등은 2주 안팎이다.

▲ LG 홈브루가 보인다. 사진=임형택 기자

케어 솔루션이라는 렌탈 형식의 선택지가 있으나 399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이 책정되는 한편 최근 규제 완화로 생맥주 배달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LG 홈브루의 성공이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집에서 맥주를 입맛대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LG전자의 새로움에 대한 도전의식을 잘 확인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LG전자 생활가전은 새로움을 창출하는 다양한 가능성 타진으로 고객의 삶을 능동적으로 바꿔주는 동력으로 작동한다. 최근 로봇 경쟁력을 가전의 영역으로 승화시키려는 다양한 시도도 이어지며 신가전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글로벌 1위 생활가전 명가가 가진 첫 번째 검이다.

두 번째 검은 프리미엄이다. 초(超)프리미엄 브랜드 LG시그니처, 빌트인 주방 가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등 다양한 프리미엄 카드를 통해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컨이 LG시그니처에 포함되는 등 라인업도 탄탄해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프리미엄 가전은 LG’라는 공식도 만들어지고 있다.

LG시그니처는 5월부터 ‘기술에 영감 주는 예술, 예술을 완성하는 기술(Art inspires technology. Technology completes art)’이라는 슬로건으로 새로운 글로벌 디지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LG시그니처는 일본에 이어 최근에는 북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LG전자는 2016년 LG 시그니처를 처음 선보인 후 최근까지 세계 50여 국가에 출시했다. 나영배 LG전자 유럽지역대표(부사장)는 “LG 시그니처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 북유럽에서 LG 브랜드의 위상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 LG시그니처가 일본에서 공개되고 있다. 출처=LG

LG전자는 올해 2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생활가전 사업에서 스타일러, 청소기, 공기청정기 등 신성장 제품이 매출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면서 “생활가전의 프리미엄 제품 국내 매출 비중은 과거 40%에서 50%까지 높아졌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라인업은 중저가 라인업과 달리 실질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지난해 월풀의 청원으로 미국에서 세탁기 세이프가드가 발동됐으나 LG전자가 무난히 위기를 넘긴 것도 프리미엄 가전 이미지의 존재감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세 번째 검은 기본, 즉 뿌리다.

LG전자는 조성진 부회장 주도로 전 공정의 모듈화를 도입하고 있다. 부품의 표준화를 바탕으로 일종의 패키지 전략을 구사해 부품 숫자도 크게 줄였다. 이 지점에서 다양한 기술력을 체화하며 효율성도 잡았다는 평가다. LG전자는 가전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을 구성하며 모터 등이 포함된 구동 모듈을 비롯해 조작부와 디스플레이창을 핵심으로 하는 기능 모듈, 제품 디자인을 결정하는 외관 모듈 등 세 가지로 나눴다.

네 번째 검인 효율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와 모듈화로 대표되는 LG전자 특유의 전략 연장선에 있다. 부품의 숫자를 줄이고 프로세스를 축소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는 생활가전에 국한된 것이 아닌, LG전자 전체의 방향성과 일맥상통한다. LG전자는 LG화학, ㈜LG 등과 함께 출자한 연료전지 회사인 'LG퓨얼셀시스템즈'를 2월 청산했으며 MC사업본부에서는 국내 제조 거점을 베트남으로 옮겼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큰 그림의 효율 추구에 시선이 집중된다.

▲ 조성진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LG

마지막, 철학

LG전자 생활가전이 가진 가장 강력한 검은 경영 철학이다.

조성진 부회장은 특유의 뚝심을 바탕으로 LG전자 전체의 DNA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모든 가치 판단의 척도를 고객과 혁신에 두고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는 신년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조 부회장은 “임직원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남다른 생각을 갖고 불가능에 도전해야 하며, 경쟁의 골든 타임을 정하고 최고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고객의 눈높이를 뛰어넘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품질, 안전, 환경, 그리고 정도경영은 성장과 변화를 위한 경영의 기본”이라고 강조하며 “업무전반에 적용하고 철저하게 실행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 연장선에서 조 부회장 중심의 LG전자 생활가전은 더욱 탄탄한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조 부회장과 함께 LG그룹 전체의 경영 철학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조 부회장의 철학이 상당한 화학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마곡 사이언스 파크에서 시무식을 열며 신기술 제일주의, 소탈함, 그리고 고객 가치 제고에 방점을 찍었다. 구 회장은 "고객의 삶을 더욱 가치 있게 하는 LG만의 고객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고객으로부터의 배움을 더 나은 가치로 만들어, 고객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 LG 시무식이 열리고 있다. 출처=LG

구 회장은 마지막으로 "LG의 고객 가치는 한두 차례가 아닌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고객을 위한 혁신이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구성원 개개인의 다양한 사고와 경험을 존중하고,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역동적인 문화를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고객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새로움과 국지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는 한편, 핵심에 기술을 위치시켜 조직을 변화시키는 로드맵이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