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HMR(가정간편식) 제품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1~2인 가구가 선호하던 냉동피자 시장이 말 그대로 얼어붙고 있다. HMR과 비교해 맛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오고, 에어프라이기 등 전용 HMR제품이 계속 출시되면서 냉동피자의 설 자리가 밀려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밀키트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업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냉동피자 시장은 2016년 265억원에서 지난해 약 1200억원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인기를 끌던 냉동피자 시장은 올해 1~5월까지 29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426억원) 32% 가량 줄어들어 침체된 상태다.  

냉동피자 시장의 규모가 감소한 것은 다양해진 HMR제품 때문으로 분석된다.

냉동피자는 간편함을 추구하는 1~2인 가구의 증가와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배달 피자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품질은 비슷해 많이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비자 조사 진행 결과 외식·배달피자 대비 냉동피자의 맛 품질이 떨어져 재구매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데웠을 때 얇은 도우가 눅눅해지거나 과하게 바삭해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토핑이 풍성하지 않아 가성비가 낮다고 판단하는 의견이 나왔다. 굳이 냉동피자 말고도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제품군이 많아진 점도 있다. 냉동피자의 매력이 반감되고 있다는 뜻이다.

▲ 오뚜기 냉동피자 4종. 출처=오뚜기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기업은 오뚜기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냉동피자 시장에서 오뚜기의 점유율은 약 67%, CJ제일제당은 24%로 SPC, 사조대림, 수입 제품 등(9%)이 그 뒤를 잇고 있다. 1위 사업자기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있는 셈이다.

오뚜기는 지난 2016년 당시 일부 대형마트에서 수입 냉동피자를 판매하고 있던 소규모 시장에 냉동피자 제품을 내놓으며 뛰어들었다. 이후 떠먹는 피자를 출시하며 컵피자 트렌드를 이끌었고, 사각피자 등 제품 라인업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1~5월 오뚜기 냉동피자 매출은 161억원으로 전년 동기(275억원) 대비 41.4% 줄었다. 이에 오뚜기는 소비자 입맛을 잡기 위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매출을 다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도 전년대비 감소한 매출로 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나섰다. 올해 1~5월 CJ제일제당의 냉동피자 매출은 94억원으로 전년 동기(109억원) 대비 13.7% 감소했다. 다만 올해 1~5월 시장 점유율(32.6%)은 오뚜기의 점유율 감소로 인해 전년 동기(25.5%) 보다 7.1%포인트 늘었다.

▲ 고메 하프 피자 3종. 출처=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피자전문점처럼 도우를 숙성해 큼직한 토핑을 넣은 신제품 ‘고메 하프 피자’로 소비자 공략에 다시 나섰다. 외식과 배달 피자시장에서 하프앤하프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반영해 반 사이즈 형태로 출시한 것이다.

토핑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이전에 작고 가공된 원료를 토핑 재료로 사용했다면, ‘고메 하프 피자’는 통베이컨과 통웨지감자 등 원물감이 살아있는 큼직한 토핑을 얹고 소스를 사용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한 지난해 11월 인수한 미국 냉동식품업체 쉬완스 컴퍼니가 가진 냉동기술 노하우도 조만간 자사 제품에 활용할 예정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냉동피자 이외에도 핫도그나 돈까스, 에어프라이어 전용 HMR 등 다양한 제품에 자연스레 취향이 이동했다”면서 “냉동피자 특성상 맛의 한계도 재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새롭게 냉동피자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도 있다. 신세계푸드는 이달부터 오산 신공장을 가동해 냉동피자 첫 생산에 들어간다. 오산2공장은 기존 오산1공장에서 생산해오던 샌드위치, 김밥류, 도시락 등 프레쉬 푸드의 생산라인을 확대하고, 냉동피자 생산시설을 도입하기 위해 2017년부터 600억원을 투자해 준공됐다. 지하 1층과 지상 5층의 규모로 냉동피자, 샌드위치, 케이크 등을 연간 최대 2만 2000톤까지 생산할 수 있다.

▲ 오산2공장 냉동피자 생산라인. 출처=신세계푸드

특히 오산2공장 4층에 들어선 냉동피자 생산라인에서는 연간 1만 2000톤, 금액으로는 500억원의 냉동피자를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자체 브랜드인 베누(venu)의 냉동피자 뿐 아니라 B2B용 냉동 완제품과 반제품 피자 등 맛과 위생에 있어 수준을 대폭 높인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신세계푸드는 냉동피자 외에도 식사대용, 디저트용 등 60여 종의 다양한 샌드위치를 생산해 대형마트, 편의점, 급식 사업장 등을 통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기존 천안공장의 공간 부족으로 협력업체에 맡겨왔던 20여 종의 케이크도 자체 생산을 통해 소비자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고 품질도 더욱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신세계푸드 시경로 FE총괄은 “오산2공장의 가동으로 신세계푸드의 제조 생산규모는 연간 최대 1300억원 가량 증가하게 됐다”면서 “차별화된 품질과 위생안전을 통해 오산2공장을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을 위한 전진기지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제 기업들이 새로운 냉동피자 제품을 출시할 때 소비자 선호도와 설문조사는 거의 진행하고 있는 편”이라면서 “소비자들은 간편함만 아니라 도우의 두께 토핑의 양도 따지기 시작해 웬만한 개선사항으로는 만족시키기 쉽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