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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온라인 오답노트] 온라인 대중을 과대평가하지 말자
   

국내 위기관리 역사에는 몇 가지 분수령이 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이른바 라면 상무 이슈입니다. 모 기업 임원이 LA 행 대한항공에 탑승해 소란을 피워 문제가 야기됐습니다. 기내식(라면)을 입맛에 맞춰 가져오지 않는다며 승무원의 머리를 손에 들고 있던 잡지 등으로 때렸다고 알려진 사건입니다.

온라인에서 엄청난 이슈가 발생했고 해당 기업은 연거푸 사과를 했습니다. 그리고 2차 사과문을 통해 해당 임원은 ‘보직해임’이 되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사기업에서 주요 임원의 중징계는 일반적으로 이사회의 승인 등 정식 절차가 필요합니다. 보직해임은 보통 해고나 파면, 해임 등의 중징계를 내리기 전 단계로 사장의 권한 안에서 징계가 가능합니다. 보직해임 징계를 받으면 소속은 있지만 업무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자발적 퇴사를 권고받은 셈이 됩니다. 그래서 보직해임 상태가 길어지면 대부분 버티지 못하고 사직서를 제출하게 됩니다.

문제가 된 임원의 보직해임 징계가 알려진 후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에는 '보직해임'이라는 키워드가 상단이 올라왔습니다. 회사 입장에선 갑작스러운 임원 일탈 행위에 대해 강한 징계로 상황을 종결시키고자 했으나 많은 사람들이 ‘보직해임’이라는 단어에 대한 의미를 알지 못했습니다. 이내 해당 위기 이슈와 별개로 보직해임이라는 단어 정의에 대해 또 다른 해석과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사례는 최근에도 이어집니다. 근래 대중들의 관심이 가장 많았던 임블리 이슈가 정점에 다다랐을 때 해당 모기업은 기자회견을 자청했습니다. 여기서 임블리는 상무직에서 물러나 인플루언서 활동만 하겠다는 선언을 합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일종의 강수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때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에는 '인플루언서'라는 키워드가 상단에 노출되었습니다. 기자회견 당시 가장 중요한 대응 전략으로 내세웠던 부분인데 많은 대중들은 오히려 해당 단어의 뜻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인플루언서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연관 검색어가 '인플루언서의 뜻'입니다.

유명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의 영화 기생충에 대한 짧은 평론도 온라인에서 큰 화제였습니다. 그는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계급 우화"라는 짧은 평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후 영화평과 별개로 명징과 직조라는 단어에 대한 의견들이 난무했습니다. 적절한 표현이라는 평가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평가, 나아가 어려운 단어로 잘난 채 한다는 평가로 이어졌습니다.

단순히 글을 읽거나 쓸 수 있는지 조사한 것을 문맹률이라고 합니다. 가장 최근 자료로 알려진 기획재정부의 '국가경쟁력 통계-문맹률'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 문맹률은 1.7%입니다. 이후 문맹률은 더 낮아졌을 가능성이 높고 현재 0%에 가깝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문맹률 조사가 더 이상 의미 없을 정도라는 이야기는 과언이 아닙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의 거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을 넘어 글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은 리터러시(literacy) 능력 혹은 문해력(文解力)이라고 합니다. 좀 더 복잡하고 실질적인 능력입니다. 때문에 단순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조사한 것을 기본 문맹률, 리터러시 능력을 조사한 것을 실질 문맹률로 구분합니다. 200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의약품 설명서에 있는 주의사항 등을 읽고 답하는 형태의 문장 독해 능력 조사에서 OECD 회원국 20개 중 19위로 최하위권이었습니다.

리터러시 능력과 관련해 국민 5명 중 2명꼴로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다는 2018년 설문 결과도 있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성수(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녹색소비자 연대와 함께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를 한 결과 실제 유튜브에 이슈가 되는 동영상에 대한 ‘가짜 뉴스 등 허위정보 테스트’ 진행 결과는 정답률은 58.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른바 ‘미디어 리터러시’ 또한 부족하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업 위기관리를 위해 기획한 해당 기업의 커뮤니케이션과 콘텐츠들은 보통 엄청난 고뇌와 수많은 논의가 장 시간 동안 진행된 후 나온 산고의 결과물들입니다. 하지만 온라인 대중들의 반응과 이해는 그 수준과 노력에 반비례하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합니다. 온라인상 기업 이슈가 합리적 논쟁으로 발전되지 않고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언쟁으로 확대되는 근본적 원인 중 하나는 대중들의 리터러시 능력 부재입니다. 이 능력의 저하가 원하지 않았던 우리 커뮤니케이션 의도와 목적에 대한 난독과 오독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채널과 SNS에서 오가는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적으로 듣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보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전반적 맥락의 이해보다 자극적 이미지 그리고 단어 하나하나를 분절해서 인식하는 경우가 강합니다. 따라서 대다수 온라인 대중들이 개입할 수 있는 기업 이슈의 경우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수준은 반드시 대중들의 리터러시 능력을 고려해야 합니다. 기업 온라인 채널과 기업 SNS에 공개하는 이슈 관련 해명이나 설득 커뮤니케이션은 되도록 쉽고 이해 가능한 단어와 문장을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모든 사람들이 100% 이해할 것이라 판단하면 안 됩니다. 대중의 상황에 대한 이해 수준과 리터러시 능력을 고려해 대중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온라인 대중은 너무 과소평가해서도, 너무 과대평가해서도 안됩니다.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07.31  07: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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