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아직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는 절대강자가 등장하지 못했으며, 현재 등장하고 있는 구독 비즈니스 기반의 유료 멤버십 전략과 풀필먼트 전략을 새롭게 정의하지 못하면 각 업체들이 공멸의 길로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와 눈길을 끈다. 최근 마켓컬리가 두각을 보이는 한편 대기업 롯데까지 합류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새벽배송도 현상유지에 머물 경우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왔다.

상품과 편의성, 상품 구성으로 요약되는 이커머스 업체들의 ‘미덕’ 중 하나에 집중해 특화된 전략을 구사하는 한편 네이버의 등장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장의 판세를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이커머스 100조 시대, 지속가능 한 성장동력은 무엇인가 토론이 열리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생태계 ‘락인’ 이상을 보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30일 오전 8시 인기협 엔스페이스에서 ‘이커머스 100조 시대, 지속가능 한 성장동력은 무엇인가’ 굿인터넷클럽 행사를 연 가운데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약점을 비판했다.

사회를 맡은 엄지용 바이라인네트워크 기자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는 절대강자가 아직 없다”면서 “미국의 아마존에서 시작된 풀필먼트 등 다양한 개념이 국내에 소개되는 상황에서 이와 관련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졌다.

송상화 인천대학교 교수는 이커머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최근 다양한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유통의 관점에서 볼 때 예전에는 제품의 질이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대형마트를 필두로 오프라인 거점이 변수로 등장했다”면서 “지금은 또 변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눈으로 실제 상품을 확인하지 않는 시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를 여행에 비유했다. 송 교수는 “예전에는 여행을 갈 때 직접 체험한 기억을 토대로 여행을 가거나, 관광지나 맛집에 직접 들어가며 여행했다”면서 “지금은 여행을 하기 전 온라인으로 검색을 통해 동선을 정한다”고 말했다.

이커머스를 포함한 유통 전반을 기준으로 보면, 사업자는 고객을 유치할 때 제품의 질을 올리거나 선택을 돕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고객들이 유통 접점에 직접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중간 플랫폼을 통해 ‘로비만 둘러보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그 연장선에서 송 교수는 네이버와 같은 IT 플랫폼이 이커머스 시대의 강력한 지배자가 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오프라인 플레이어도 속속 이커머스로 뛰어드는 상황에서, 네이버라는 중간 플랫폼의 등장을 넘어서는 독자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이미준 롯데이커머스 책임은 이를 위해 유료멤버십이라는 카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책임은 “아마존 프라임을 시작으로 유료멤버십 전략이 각광을 받고 있다”면서 “이는 충성 고객들을 유치하는 한편 생태계 ‘락인(가두는 것)’ 전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구독 비즈니스에 기반을 두고 유료멤버십을 가동, 특정 고객에게 플랫폼 사용에 따른 혜택을 많이주는 전략으로 네이버라는 중간 플랫폼을 거치지 않는 단단한 생태계를 만드는 로드맵이다.

이 책임은 “고객들은 네이버에서 제품을 검색하고 이커머스 플랫폼을 선택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최저가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으며, 이는 시장 전체가 공멸의 위기로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네이버의 등장으로 최저가 경쟁에만 매몰린 각 이커머스 업체들이 당장의 리스크를 해소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려면 유료멤버십 기반의 ‘락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다만 유료멤버십 전략이 단순히 생태계 락인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이 책임은 “유료멤버십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락인 전략과 간편결제 등을 통합하는 토털전략이 최근의 트렌드”라면서 “궁극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아우르는 한편 다양한 사업부를 통합해 락인 생태계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 이커머스 업체들의 목표”라고 말했다.

유료멤버십으로 고객들을 단순하게 모으는 것에서 벗어나 그들을 ‘락인’한 상태에서 조금씩 자사의 다양한 생태계에도 중독시키는 개념과 비슷하다. 이는 이커머스 사업부 통합의 과정을 밟고있는 롯데 특유의 전략이기도 하다.

송 교수는 이 책임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유료멤버십의 전략이 생태계 락인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에는 의문부호를 달았다. 나아가 풀필먼트의 개념도 동시에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생태계 락인을 위해 유료멤버십을 추진한다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면서 “고객들은 영악하기 때문에 생태계 락인을 위해 유료멤버십의 장점을 제공하는 순간 일종의 체리피커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료멤버십 등으로 고객을 잡으려고만 하면 다 도망간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 등의 등장으로 고객들은 저렴한 이커머스 플랫폼만 찾고 있으며, 업체들은 최저가 경쟁에 빠져 공멸의 길을 걷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송 교수는 현재의 이커머스가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려면 풀필먼트와 유료멤버십의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풀필먼트의 개념을 자동화된 주문처리의 개념으로 확립하고, 유료멤버십도 락인 이상의 로드맵을 가동해 고객에 대한 플랫폼 영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 교수는 “풀필먼트와 유료멤버십의 개념을 확장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고객을 아는 것이다. 즉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해 고객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강력한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 유통의 핵심 가치는 진화된 풀필먼트와 유료멤버십에 있으며, 도구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낼 수 있는 기술력과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데이터에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고객의 무한한 행복’이라는 목표로 나아간다. 송 교수는 고객의 무한한 행복에 대해 “고객의 주문을 예상하고 제품의 폐기율을 최소화시키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를 조합해 미래(고객의 취향)를 예상하는 전략이다.

새벽배송? “큰 의미없어”

최근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하는 새벽배송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롯데 등 대기업 오프라인 기업도 속속 참전을 선언하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박성의 쓰리알랩스 대표는 이러한 ‘신선식품 홀릭’을 두고 “큰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박 대표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은 뭔가 엄청난 서비스가 아닌,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기존 제품 중심의 배송 전략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20세기부터 이미 빠른배송은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마켓컬리를 예로 들었다. 박 대표는 “신선식품의 경우 물량이 확보되면 이를 보관하는 것이 더 큰 비용이 들어간다. 차라리 새벽배송을 하는 것이 업체에게는 유리하다”면서 “신선식품을 밤에 배송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기 때문에 새벽배송이 생겼을 뿐, 최근의 새벽배송은 물류적 관점에서 특별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롯데가 새벽배송 서비스를 공개했으나 큰 틀에서 달라진 경쟁력이 없어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올해까지 새벽배송 업계는 쿠폰 전쟁으로 치열할 것이며, 어느정도 시장이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준 롯데이커머스 책임은 이러한 박 대표의 주장에 대해 “외부에서 볼 때는 쉬워보이지만 실제 새벽배송 서비스를 구축하는 일은 어렵다”면서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아마존이란?

이 외에도 굿인터넷클럽 현장에서는 다양한 화두가 제시됐다. 송 교수는 상품과 편의성, 상품 구성이라는 이커머스의 타깃에 대해 “모두 잘 할 필요가 없이 하나만 잘해도 된다”면서 “마케팅으로 대충 넘긴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아마존과 같은 대형 플레이어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으로는 네이버가 유력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전가의 보도처럼 보이는 아마존의 한국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말이 나왔다. 박성의 대표는 사견임을 전제로 “아마존이 한국에 들어올 가능성은 0%에 가깝다”면서도 “국내 업체와의 제휴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엄지용 기자는 “최근 아마존의 한국어 도입 등 의미있는 행보도 감지되고, 일각에서는 알리 익스프레스처럼 직구 시장을 겨냥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고객들이 이미 아마존을 통해 직구에 나서는 상황에서 아마존의 직접적인 진출은 가능성이 낮다는 것에 무게를 뒀다.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미디어 커머스에 대한 화두도 등장했다. 인스타그램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디어 커머스는 콘텐츠와 커머스의 만남이라는 특성으로, MCN 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는 영역이다. 다만 임블리 사태처럼 제품의 관리와 돌발 리스크에 취약하고 기존 이커머스 업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론이 제한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현장에서는 미디어 커머스에 대한 고민보다는, 이를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논의가 집중됐다. 일단 부정적이다. 박성의 대표는 “기업들이 미디어 커머스를 하려면 노출해야 하는 채널이 늘어나는 부담이 있고 그 감성에 맞춰서 별도로 마케팅도 해야 한다”면서 “미디어 커머스는 채널의 다양성으로 인해 커머스 플랫폼의 지배력과 헤게모니를 갉아먹는 카니발리즘 리스크도 있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