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직장인 A(40) 씨는 만성질환인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를 받기 위해 격주로 병원을 방문하고 있다. 치료는 주사 1대만 맞고 나오면 될 정도로 매우 간단하다. 하지만 직장에 다니는 A 씨가 매번 일부러 시간을 내 병원을 찾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류마티스 관절염은 하루 이틀 주사를 맞는다고 해서 낫는 질환이 아니다. 한번 발병하면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A 씨는 병이 나을 때까지 2주에 한 번씩 병원을 찾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아찔하다.

최근 병원을 대신해 '자가투여 주사제'를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자가투여 주사제란 병원에 가지 않고 환자 스스로 주사를 놓을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A 씨처럼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자가투여 주사제는 필수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환자의 치료 편의성을 높이고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이득이라는 평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자가투여 주사제를 사용하면 주사를 맞기 위해 매번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1주 혹은 2주 간격으로 환자가 스스로 시간에 맞춰 자가투여가 가능하다. 또 짧은 시간 동안 피하로 주사하기 때문에 통증도 적은 편이다. 최근에는 프리필드 주사제, 펜형 주사제 등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인 다양한 형태의 자가투여 주사제가 만들어졌다. 다만 안전을 위해 사용 전 반드시 의료전문가에게 자가투여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 이에 류마티스 관절염과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대상으로 안전한 자가투여 주사제 사용법에 대해 알아봤다.

▲자가투여 주사제를 사용하면 주사를 맞기 위해 매번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제품마다 성분·용법·용량 달라 전문의 상담 필수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 주변 얇은 막에 발생한 염증이 점차 연골과 뼈로 퍼지는 질환이다. 노화가 주요 원인인 퇴행성 관절염과 다르게 류마티스 관절염은 면역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병한다. 때문에 30~40대 젊은층에서도 흔하게 발생한다. 방치할 경우 1∼2년 내에 관절조직이 파괴되므로 장기적인 관리와 치료가 요구된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는 크게 염증과 통증을 줄이는 진통소염제와 면역기능 강화제, 향류마티스약물 등으로 구분된다. 최근에는 류마티스 관절염 발생에 관여하는 인체 내 물질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생물의약품 주사제들이 개발됐다. 생물의약품은 화학의약품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질환별 치료 선택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노화가 주요 원인인 퇴행성 관절염과 다르게 면역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병한다.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자가투여가 가능한 류마티스 관절염 주사제는 휴미라(아달리무무맙), 엔브렐(에타너셉트), 심퍼니(골리무맙), 악템라(토실리주맙), 오렌시아(아바타셉트) 등으로 다양하다. 제품마다 성분이나 작용 기전, 용법, 용량 등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해 환자 상태에 적합한 제품을 처방받으면 된다. 사용 전 제품별 사용설명서에 나온 사용 순서와 투여 방법을 따라야 한다.

일반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는 면역억제 작용으로 인해 활동성 결핵, 중증 심부전 환자에게 투여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결핵 위험성이 높아 사전에 투베르쿨린 검사와 흉부 X-선 검사를 받은 뒤 적절한 예방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환자 상태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이상사례는 주사 부위 반응, 결핵, 급성 및 만성 백혈병, B형 간염 재활성화, 탈수초 질환, 심부전 및 림프종 등이다. 부작용이 의심될 경우 의사에게 문의해야 한다.

보관 조건과 기간 철저히 준수

또 다른 만성질환인 고지혈증 치료에도 자가투여 주사제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고지혈증이란 이름 그대로 핏속에 지방 성분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들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혈액의 지방 성분 자체가 직접적인 질병의 원인은 되지 않지만 고지혈증이 지속될 경우 동맥경화를 유발해 뇌졸증, 심근경색증, 협심증 등의 심혈관계 질환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고지혈증은 흔히 잘못된 식사와 생활습관 등으로 발병하기 때문에 치료를 위해 식사조절과 운동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적극적인 식사조절 및 운동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약물투여로 이어지게 된다. 고지혈증 치료제는 일차적으로 선택되는 스타틴을 비롯해 에제티미브, 피브린산 유도체, 담즙산결합수지 등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스타틴으로 치료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프랄런트, 레파타 등 생물의약품인  PCSK9 억제제가 인기를 끌고 있다. PCSK9 억제제는 제품에 따라 2주~1개월에 한 번씩 복부, 허벅지, 팔 등의 피하에 투여한다. 환자가 피하 투여 방법에 대해 적절한 교육을 받은 경우 가정에서 스스로 투여할 수 있다. 프랄런트와 레파타는 대상 질환, 투여 용량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 환자 상태에 적합한 제품을 처방받아야 한다. 프랄런트는 프리필드 펜, 레파타는 프리필드 펜과 프리필드 주사제 등으로 자가투여 주사제 허가를 받았다. 

▲고지혈증은 잘못된 식사와 생활습관 등으로 피 속에 지방 성분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쌓여 발생하는 질환이다.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환자는 해당 제품을 사용하기 전에 고지혈증이 다른 질병에 의해 2차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잘못된 식사 및 생활습관으로 인한 고지혈증 환자에게만 치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처방받은 주사제는 냉장보관하고 절대 얼려선 안된다. 투여할 때는 냉장고에서 꺼낸 뒤 상온에 가까워지면  사용할 수 있다. 단 프랄런트와 레파타는 1회에 한해 냉장고에 꺼내 차광을 유지한 상태로 25도 미만 상온에서 최대 30일까지 보관할 수 있다. 즉 냉장고에서 꺼낸 제품은 30일 이내에 사용하거나, 다시 냉장보관하면 안된다.

고지혈증 치료제도 주사부위가 붉어지거나 통증이 발생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외에 호흡기 감염, 가려움증, 요통, 관절통, 인플루엔자 등의 이상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자가투여 주사제를 사용하는 환자는 스스로 의약품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보관 시 보관 조건과 기간을 지켜야 한다. 보관기간이 지난 제품은 버려야 하며, 사용 후 남은 부분이 있더라도 재사용은 불가다. 폐기 시에는 주사침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사침 캡을 닫아서 안전하게 폐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