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글로벌 유통 거인 코스트코코리아가 최근 국내에서 잇따른 위법 행위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을 넘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으나, 코스트코는 개의치 않고 무법자를 자처하고 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중소기업벤처부의 개점 일시정지 권고를 불이행, 과태료 4000만원을 이달 25일 납부했다.

중기부는 앞서 지난 4월 25일 코스트코가 경기 하남시 풍산동에 출점하려던 하남점에 대한 개점 일시정지 권고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점포 출점으로 주변 소상공인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조치다. 코스트코는 그러나 ‘상생촉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과태료를 물어가면서까지 개점을 강행했다. 2017년 1월 인천 송도점을 개점할 때도 과태료 5000만원을 국가에 낸 전적도 있다. 한국 지역 상권 붕괴 논란이 불거져도 '과태료를 내면 그만'이나 '한국따위가 무슨'이라는 식의 정서다.

코스트코가 권고 또는 의무를 불이행하고 금전으로 ‘땜질’하는 경우는 신규 출점만이 아니다. 올해 5월 31일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 ‘2018년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 실태조사’에 코스트코의 광명점, 양재점 등 2곳이 설치의무 미이행 사업장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두 지점은 5년 연속 의무 미이행 사업장이라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코스트코에 내려질 수 있는 최대 징계는 ‘영유아보육법’에 따른 점포당 연 2억원 수준의 이행강제금에 불과해 또 다른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코스트코의 이러한 행태는 당국의 약한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실제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수준인 과태료는 코스트코 영업실적에 비하면 미미한 액수다. 코스트코의 2017 회계연도(2017년 9월~2018년 8월) 영업이익은 1718억원에 달한다.

이밖에 2012년 8월 울산점 오픈 당시에도 중기청의 개점 일시중지 권고에 불구, 매장 오픈을 강행했다. 같은 해 하반기엔 대형마트 영업규제(유통산업발전법)를 어기며 한동안 입방아에 올랐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더 많은 코스트코 위법 사례들이 나타난다.

코스트코 위법 사례에 대해 최근 보도된 기사들의 댓글을 살펴보면 코스트코의 복지 혜택이나 상품의 가격경쟁력 등 장점을 들며 기업을 옹호하는 내용이 종종 보인다. 예를 들면 계산대에 캐셔용 의자가 없다(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는 기사 아래 ‘미국 코스트코 매장 계산대에도 의자는 없다’ ‘대신 휴게실에서 쉬는 시간이 제공되지 않느냐’ ‘그 정도 직원 복지면 업무 강도 쯤은 감수할만하다’는 등 댓글이 달려 있다.

코스트코 직장어린이집 미설치에 대한 견해를 묻기 위해 통화했던 한 업계 전문가는 “코스트코 복지가 워낙 좋아 어린이집 없는 것 정도에 대해선 직원도, 소비자도 별 감흥이 없지 않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누리꾼이나 이 전문가의 주장은 일견 타당할 수 있다. 그간 드러난 위법 행위가 특정 대상에 구체적인 피해를 입혔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으며 시장에 막대한 혼란을 초래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출점 계획이 발표될 때 마다 점포 입사를 희망하는 지원자들 간 경쟁이 치열하고 소비자들은 상품의 가격 경쟁력에 호응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어떤 행위에서 법에 저촉된 경우가 있었느냐를 두고 따질 때, 관련없는 분야에서 보인 ‘착한 행보’가 판단에 영향을 끼칠 순 없다. 코스트코가 부처 권고를 무시하고 의무를 불이행하며 외부와 소통할 대외 채널 하나 없이 사업을 이어가는 건 한국 시장에 대한 ‘존중감 결여의 발로’로 비친다. '우리가 무얼하든 한국인들은 우리를 찾을 것'이라는 자만심의 결과다.

코스트코 본사가 공식 홈페이지에 띄운 ‘윤리강령(Code of Ethics)’ 5가지 가운데 가장 먼저 명기한 내용은 ‘법령 준수(Obey the law)’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행보로 보면 이는 말 그대로 '뜬구름 잡기'에 불과해보인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한국에 윤리강령을 걸어둔 이유는, 혹시 법을 어겨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으며 여전히 무법자로 지낼 수 있는 현실을 조롱하기 위함이 아닐까? 

코스트코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욱 훌륭한 기업이다. 많은 창업자와 유통업계에 영감을 준 롤모델이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 코스트코의 이야기고, 최소한 한국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듯 하다. 코스트코코리아가 반드시 국내 시장 입지에 걸맞은 준법정신을 갖춰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긍정적인 측면에서 자극할 수 있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