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올해 5G 원년을 맞아 LG유플러스의 ‘판 흔들기’가 이어지고 있다. 5G 네트워크 본연의 경쟁력을 비롯해 이를 바탕으로 파생되는 미디어 전략, 나아가 불법 보조금 논란까지 정조준하며 ‘꼴찌탈출’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 오랫동안 이어지던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5:3:2 점유율이 최근 4:3:3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지금이 아니면 반등의 기회가 없다”는 절박함도 읽힌다.

▲ 통신3사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출처=각 사

LG유플러스, 방통위에 신고하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 26일 방송통신위원회에 SK텔레콤과 KT의 불법 보조금 살포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신고했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경쟁사의 불법 보조금이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제13조를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LG유플러스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는 평가다.

지난 4월 국내 통신3사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돌입하는 순간, 각 제조사와 통신사들의 가입자 유치 경쟁은 말 그대로 ‘후끈’ 달아올랐다. 한 때 5G 스마트폰 공시 지원금이 70만원을 기록하는 등 절정을 찍었다. 25% 약정할인을 선택하지 않으면 공시 지원금과 대리점 추가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LG전자가 출시한 5G 스마트폰인 LG V50 씽큐가 출시와 동시에 0원 스마트폰이 되기도 했다.

5G 시장이 필요이상 달아오르며 불법 보조금도 판을 쳤다. 공시 지원금은 합법적인 지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이상 높게 지원금이 책정된 것을 두고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오는 선에서 논란이 커지지 않았으나 특정 대리점을 대상으로 소위 ‘스팟성’으로 벌어지는 불법 보조금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과 KT가 과도하게 불법 보조금을 살포하며 건전한 경쟁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 LG유플러스의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의 문제제기를 두고 ‘의미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각 통신사들이 5G 상용화 초기부터 무리한 출혈경쟁을 불사하며 가입자 끌어 모으기에만 혈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LG유플러스의 주장처럼 불법 보조금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방통위의 허술한 관리 감독 의지가 문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LG유플러스도 다만 불법 보조금의 원죄에서 벗어나기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과 KT처럼 불법 보조금을 살포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이러한 지적에 “추가적인 코멘트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내부에서는 SK텔레콤과 KT 수준처럼 불법 보조금을 살포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다 덤벼”

LG유플러스가 ‘자기도 완전히 깨끗하지 않은 상태에서’ 5G 불법 보조금 정국을 정조준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3:2의 시장 점유율이 4:3:3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판을 흔들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5G 경쟁에서 직접적인 영업은 물론 법적 수단까지 강구해 총공세를 펼친다는 뜻이다. 최근 1위 사업자 SK텔레콤의 행보가 예전처럼 인상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LG유플러스가 전격전을 시도하는 셈이다.

이동통신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의 ‘각오’는 다양한 지점에서 엿보인다. 지난해 넷플릭스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아 국내 유료방송 시장 흔들기에 나서고 있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나아가 SK텔레콤이 놓쳤던 CJ헬로 인수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다. 비단 5G에서 벗어나, 5G로 파생되는 콘텐츠 전략까지 전방위적인 공세를 이어가는 셈이다.

자연스럽게 SK텔레콤, KT와 날을 세우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5G 상용화 초기 벌어진 무제한 요금제 논란이 3사의 각개전투로 이어졌다면, 지난 6월 벌어진 망 품질 논란은 SK텔레콤과 KT가 동맹을 맺고 LG유플러스와 충돌한 대표적인 사례다.

LG유플러스가 일부 일간지에 애드버토리얼 기사를 게재하며 서울 주요지역의 5G 속도 측정 결과 186곳 중 181곳에서 LG유플러스의 5G망이 가장 빨랐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단말기는 LG V50 씽큐, 측정 소프트웨어는 벤치비다.

SK텔레콤과 KT는 즉각 반격했다. 두 회사는 연이어 간담회를 열어 LG유플러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비판했다.

류정환 SK텔레콤 5GX Infra그룹장은 “장소의 개념으로 쓰이는 것이 무선국의 숫자이고 장비는 하드웨어의 수”라면서 “장치의 경우는 8T장비냐 24T장비냐에 따라 포트의 숫자가 달라 장비 수와 장치 수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때문에 8T 장비는 장치 수에 왜곡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담당 상무는 “어느 회사나 유명한 장소, 주요 포인트에서는 각 사들이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을 찾을 수 있다”면서 “벤치비 측정은 고정 측정에 유리해 이동통신의 핵심인 ‘이동성(핸드오버)’에 대한 부분은 제대로 나타내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치졸한 처사”와 “수긍할 수 없다”는 날 선 반응도 나왔다. LG V50 씽큐로 5G 속도를 측정한 것도 문제로 삼았으며, 벤치비의 허술함을 비판하는 분위기도 연출됐다. 초반 5G 무제한 요금제 카드를 던지며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KT는 아예 서울 강남 지역에서 드라이빙 테스트를 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입장자료를 통해 5G 속도품질 공개검증에 나서자는 역제안을 던졌다. 벤치비는 모바일 인터넷의 다운로드 및 업로드 속도, 지연시간, 손실률에 대한 속도측정과 이력 관리 기능 및 측정통계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앱이라며 신뢰성을 강조했으며 그 외 SK텔레콤과 KT의 문제제기를 강하게 부인했다. 5G 네트워크 구축 계획에 대해 이미 충분히 밝힌 바 있으며, 현재는 3사가 유사한 커버리지를 확보한 상태라며 맞불을 놨다. 화웨이 통신 장비 도입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지금의 5G 통신망을 구축했는데, 그 결과를 SK텔레콤과 KT가 폄하하고 있다는 불만이 감지된다.

CJ헬로 인수정국에서는 알뜰폰 인수 여부를 두고 충돌했다. 국회의원연구단체 언론공정성실현모임에서 주최한 '바람직한 유료방송 세미나'가 열린 가운데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헬로모바일의 점유율이 1.2% 수준이기 때문에 전체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면서 "헬로모바일을 유지해 소비자 선택권을 증진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와 함께 헬로모바일을 인수하면 1위 기업이 소멸되는 것"이라면서 견제구를 날렸다.

LG유플러스는 별도의 자료를 통해 공세를 이어갔다. LG유플러스는 "케이블 사업자 인수합병 심사의 핵심은 인수합병에 따른 경쟁제한성 여부, 방송의 공적책임(공익성) 확보 여부 두 가지"라면서 "그런데 경쟁사들은 통신시장의 1.2%에 불과한 CJ헬로 알뜰폰을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인수하는 것에 주변의 이목을 집중시키려 하면서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는 "통신시장 1위이면서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티브로드 인수합병 시 발생하는 시장의 경쟁제한성 은폐를 위해, KT 역시 자사 알뜰폰 가입자를 뺏길까 두려워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인수를 트집 잡고 있다"면서 "경쟁사들의 이 같은 행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이수차천(以手遮天)의 태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업계 최초로 청소년과 시니어를 위한 5G 요금제 2종과 가족공유 전용 요금제 1종 등 총 3종의 신규 요금제를 출시하며 경쟁사를 도발하기도 했다. 청소년과 시니어를 5G 주 고객이라 보기에 어려운 가운데, 소위 가족결합을 통해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경쟁사들이 생각하지 못한 틈을 노려 어떻게든 외연을 넓히겠다는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