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모빌리티 시장이 ICT 업계와 택시, 나아가 각 이해 당사자의 충돌과 타협으로 요동치는 가운데 네이버와 카카오의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직접적인 시장 진입에 나서는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의 경우 자사 플랫폼 집중도를 올리는 전략으로 눈길을 끈다.

▲ 네이버 A-CITY 개념도가 보인다. 출처=네이버

네이버, 방향을 설정하다

네이버는 모빌리티는 물론 O2O 전반에서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 소프트웨어의 측면에서 플랫폼 전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네이버랩스 등을 통해 로봇 경쟁력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이 역시 로봇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제조의 개념이 아닌, 소프트웨어 전략을 추구하는 방법론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다.

네이버가 모빌리티 플랫폼 전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모빌리티의 지향점과 유사한 목표를 설정한 대목은 눈길을 끈다. 공간정보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전략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모빌리티의 전략과 맞아 떨어진다.

네이버랩스는 지난 6월 25일 A-CITY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A-CITY는 다양한 형태의 머신들이 도심 각 공간을 스스로 이동하며 새로운 방식의 ‘연결’을 만들고 인공지능과 로봇이 공간의 데이터를 수집·분석·예측해 최종적으로 다양한 인프라들이 자동화된 도심 환경을 뜻한다. 특정 부지에 스마트 시티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의 이상향이다.

자율주행기술을 바탕으로 HD맵 제작에 나서는 한편 정밀실내지도를 만드는 것이 A-CITY의 시작이다.

HD맵을 위한 네이버의 기술력에 시선이 집중된다. 백종윤 네이버랩스 자율주행그룹 리더는 “매핑·측위·인지·예측·계획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들이 어우러지는 정점에 자율주행기술이 존재한다”면서 “D맵과 GPS, Wheel Encoder, LiDAR, 카메라 등의 센서를 결합해 10cm 이내의 정밀도로 끊김없이 위치를 측정할 수 있는 측위 기술도 고도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백 리더는 나아가 “도로의 높낮이, 항공사진의 높낮이 등을 자동으로 추출할 수 있는 3D로 바꾸는 기술을 확보했다”면서 “노면 기호 및 차선을 자동으로 태깅하는 알고리즘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밀실내지도가 로드맵에 겹쳐진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당시 간담회 현장에서 3차원 실내 지도 제작 로봇 M1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M1X를 활용해 스캔한 대규모 실내 3차원 인천공항 제2 청사지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기존 대비 제작 단가를 절반으로 낮추면서 위치 정확도가 30% 상승했다고 밝혔다. 3시간 스캔하면 20만장의 사진이 만들어진다. 용량은 200GB다.

석 대표는 “M1X는 영화 프로메테우스에 나오는 동굴 스캔 로봇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비주얼 로컬라이제이션(Visual Localization) 기술을 비롯해 실외 자율주행로봇 및 차량을 통한 매핑 기술도 빠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네이버 A-CITY는 이러한 시공간 정보 확보를 통해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을 연결하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즉 정밀하고 유연한 지도를 통해 내외부의 모든 데이터를 빨아들여 현실세계의 모든 것을 혁신한다는 각오다.

고가의 장비를 구입해 최첨단 로봇을 제작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저가의 성능좋은 로봇을 다수 구매해 높은 소프트웨어 기술로 데이터를 확보하는 전략으로 가상공간을 현실세계에 도입하는 시도다.

모빌리티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네이버는 O2O 플랫폼에 큰 관심은 없으나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을 변화시키는 기본적인 전략은 A-CITY에서 창출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스마트 시티의 비전을 강조하며 자율주행기술과 온디맨드 플랫폼을 활용하는 모빌리티의 큰 그림과도 접점을 가지게 된다.

네이버는 A-CITY와 같은 스마트 시티 청사진을 통해 가상공간으로 현실공간을 바꾸려는 시도를 타진하는 한편, 자사 플랫폼에 이동하는 모든 것을 담아내려는 시도에도 적극적이다. 실제적인 모빌리티 플랫폼이나 수단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 즉 내비게이션의 역할만 추구하는 지점이 눈길을 끈다.

▲ 네이버와 한국철도공사가 만나고 있다. 출처=네이버

실제로 네이버는 네이버 지도 고도화는 물론 자동차 내비게이션 앱을 가동하고 있으며, 이제는 기차 인프라까지 품어내고 있다. 네이버는 29일 한국철도공사와 함께 서울역에서 철도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이를 통해 철도 승차권을 네이버에서 쉽게 예약과 결제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연동하고 코레일 홈페이지나 앱에서 네이버페이로 철도 승차권 구매 위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적용하는 한편 철도교통 여행 검색 품질 향상을 위한 코레일 DB 연동 등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나아가 코레일이 가지고 있는 철도 시간표 정보를 네이버 검색 및 지도 서비스에 노출, 이용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철도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러한 전략들은 네이버 내부의 모빌리티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자체 플랫폼 내부에서 모빌리티와 관련된 모든 사용자 경험이 갇히는 일종의 가두리 양식장 전략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네이버는 정밀공간정보 확보 및 이에 따른 모든 이동의 매스 인프라를 자사의 생태계로 체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의 사이에서 느슨한 플랫폼의 형태로 일종의 기반 생태계 플레이어로 남을 전망이다.

실제로 백 리더는 6월 25일 간담회에서 ‘네이버의 역할이 기간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가’라는 질문에 “당분간은 연결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모바일 홈화면 개편 당시 “우리가 제일 잘 하는 연결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네이버의 기본적인 입장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 류긍선, 정주환 공동대표 체제가 보인다. 출처=카카오 모빌리티

카카오, 강하게 플랫폼을 끌어안는다

네이버가 기본적인 연결의 가치에 충실하며 그 이면에 공간 데이터 및 자사 플랫폼에 대한 집중하는 전략으로 모빌리티의 목표와 부합되는 성과를 노리는 가운데, 카카오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종합적으로 장악하는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풀을 비롯해 택시, 전기자전거 등 다양한 모빌리티 플랫폼을 장악하며 일종의 연합군 형태를 보이고 있다. 택시업계와의 충돌로 카풀의 24시간 운행이 어려워져도 카카오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카카오는 이동하는 실제 플랫폼을 연결하는 온오프라인 생태계를 다양하게 확보하며 자율주행 및 기타 경로 알고리즘 등의 인프라 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