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최근 몇몇 기업 사과문을 보니, 대표이사 이름을 빼고 ‘회사명’이나 ‘대표이사 배상’ 정도로 가늠하기도 하더군요. 어떤 기업에서는 사과문을 언론에만 보내고 홈페이지 게재는 안 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해도 별문제는 없는 거죠?”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를 위해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뚜렷한 목적과 의도가 있는 커뮤니케이션 행위입니다. 일반적 일상 커뮤니케이션과는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가장 다른 점이 위기 시에는 자사의 커뮤니케이션 활동과 메시지가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구체적으로 광범위하게 분석된다는 점입니다.

일상에선 별 주목받지 못했던 메시지도 위기 시에는 다양하게 해석됩니다. 이해관계자들이 그 메시지의 배경과 의도를 궁금해하기 때문이죠. 이런 폭발적 주목도와 의혹 때문에 기업은 위기 시 자사의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걸쳐 많은 주의를 기울입니다. 자사의 일거수 일투족이 전부 크게 보여 지기 때문입니다.

질문하신 바와 같이 어떤 기업은 사과문에 굳이 대표이사 성명을 넣지 않으려 합니다. 대표이사가 꺼려하는 경우도 있고, 실무 담당자가 꼭 그렇게 하라는 법은 없다며 대표를 안심시키기도 합니다. 또 어떤 기업에서는 이번 위기가 대표이사 성명을 걸 정도로 심각한 위기는 아니다 정의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이유와 배경으로 인해 사과문에서 대표이사의 성명이 사라지는 것이죠.

사과나 해명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사과하고, 때로는 해명하면서 기업은 논란에 대응합니다. 그런데 어떤 사과문은 기자들에게만 배포됩니다. 이 메시지를 기사화 해달라는 것이죠. 반면 고객들이 들락거리는 홈페이지에는 게시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야 할 필요가 있냐는 내부 공감대를 이룬 것이죠. 언론에 해명하고 사과했으면 되었다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번 위기를 몰랐던 고객에게까지 해명하고 사과하는 것은 오버액션이라는 내부 지적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위기관리를 목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 전 기업 내부에서 내리는 의사결정의 큰 주제입니다. 물론 ‘대표이사 성명을 꼭 넣어야만 하고, 넣지 않는 경우는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원칙이나 이론은 없습니다. ‘사과문이나 해명문을 여기저기 게시하지 않으면 위기관리는 실패다’ 같은 원칙도 없습니다. 어떤 의사결정이든 기업의 생각과 의도만 잘 전달하면 되는 것이죠.

그러나 문제는 바로 그 대목 때문에 만들어 집니다. 기업의 생각과 의도가 종종 있는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되지 않는 경우 때문이죠. 대표이사 성명을 사과문에 넣지 않아도 별반 주목받지 않으면 괜찮지만, 그 부분이 주목받는 경우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해관계자들이 대표이사 성명을 찾으면서 ‘왜 다른 기업과 달리 여기는 대표이사 성명을 생략했을까?’하는 의혹을 만드는 경우입니다. 자사의 생각과 의도가 부정적으로 전달되는 결과를 얻게 됩니다.

‘왜 이 기업은 굳이 언론에만 사과문을 보내고, 고객에게는 직접 사과문을 보여주지 않는 걸까?’ 이런 불필요한 의혹을 생산한다면 해당 사과문 전략은 실패한 것일 수 있습니다. ‘왜 이 기업은 그때 그때 다른 대응을 할까? 우리가 볼 때에는 모두 비슷한 위기인데, 왜 대응 방식과 범위가 매번 다를까? 어떤 배경과 의도가 있는 것일까?’ 와 같은 의혹이 발생한다면 기업에 큰 위협이 됩니다.

자사의 생각과 의도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목적과 정확하게 정렬시키시기 바랍니다. 위기관리를 하고 싶다면, 자사의 메시지를 이해관계자들이 잘못 해석하게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대표이사 성명의 기재 여부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공개하는 행위 하나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걸친 자사의 생각과 의도를 왜곡 해석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