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금융위원회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소비자보호를 위한 차원으로 e클린보험서비스를 개시하고 보험모집수수료 인하개정을 추진하면서 독립법인보험대리점(GA)의 설계사 이탈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GA업계는 “취지는 좋으나 불합리한 정책”이라며 규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e클린서비스는 설계사들의 불완전판매 비율을 제공하는데, 소비자의 단순 변심이 작용할 수 있는 ‘청약철회’가 불완전판매비율에 포함된다는 이유에서다.

논의되고 있는 모집수수료 인하 개편안 역시 수수료에서 판관비 등이 포함돼야 하는 GA가, 운용비용이 제공되는 원수사와 동일하게 수수료를 지급받는 것은 GA체계를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보험 판매채널 통합정보시스템인 ‘e클린보험서비스’가 지난 22일 오픈했다. 이 서비스는 보험설계사의 기본정보 및 신뢰도 정보를 제공한다. 금융위원회는 “소비자의 알권리 확대를 통해 합리적 보험가입을 유도하고 보험 판매채널 간 신뢰도 경쟁을 통해 모집질서 자율 정화를 위한 차원으로 이 서비스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e클린보험서비스’ 오픈에 GA업계는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보험설계사의 기본적인 모집경력 정보 이외에도 불완전판매율, 보험계약유지율 등 신뢰도 정보도 이 서비스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GA업계 한 관계자는 “e클린보험서비스의 평가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불완전판매율을 높이는 요인이 GA에 불합리하게 책정돼있기 때문이다. 단순변심으로 인해 발생하는 '청약철회'는 소비자의 권한인데, 이는 설계사의 문제가 아닐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약철회가 불완전판매율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건수가 많은 설계사들은 청약철회가 불완전판매율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으나, 계약건수가 아직 많지 않은 설계사들은 청약철회로 인해 불완전판매율이 높아지게 된다”며 “청약철회 건수가 높은 설계사가 e클린보험서비스에 개인정보를 '비공개'로 해놓을 경우,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대형 GA의 지난해 불완전판매 비율은 0.19%다. 원수사 불완전 판매 비율인 0.13%보다 0.06포인트 높은 수치다. e클린보험서비스 GA 비교공시에 따르면 삼성화재금융서비스의 지난해 말 기준 생명보험 부문 불완전판매 비율은 42.86%나 된다.

금융당국은 모집수수료 관련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개정안은 가입초기 모집수수료를 줄이고 분할지급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당경쟁, 가짜계약(수수료를 취하기 위해 설계사가 가입하는 계약), 불완전판매 등을 줄이자는 취지다.

그러나 GA업계는 개정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GA의 수수료는 소속설계사의 시책비와 더불어 임차료, 전산비 등 판관비가 포함돼있어 운영비가 지원되는 전속설계사와는 수수료가 차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발표될 예정이었던 금융위원회의 모집수수료 개선방안도 GA업계의 반발에 일주일 연기됐다.

초년도 수수료를 1200%로 제한하면 설계사 이탈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GA업계 관계자는 “자금유동성이 부족한 소형 GA에서는 초년도 보험료 수수료가 낮아지면서 자금운용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러한 영향이 설계사들에게도 이어지면 당장의 수입이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이탈하는 설계사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수수료 개편 등 GA에 대한 간접적 규제는 금융당국이 GA의 급격한 성장을 의식한 측면도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GA업계는 앞으로도 계속 커지겠지만 그 성장 속도는 다소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GA란 여러 금융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한 금융회사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보험사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 형태의 보험대리점을 말한다.

e클린보험서비스 GA 비교공시에 따르면 등록설계사 500명 이상 55개 대형 GA의 설계사는 2018년 12월 기준 14만9190명으로 전년 동월(14만2396명) 대비 6794명 증가했다. 지난 2015년 말부터 GA 소속 설계사 수(20만4000명)는 보험사 전속 설계사 수(20만3000명)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