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대형마트 3사가 재원 마련의 묘수로 떠오른 ‘리츠 사업’에 대하는 태도나 성과에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마트 업체들의 실적이 다소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가운데 유통업계 트렌드가 변화하는 등 과제에 대응할 실탄이 필요해진 시점에서 리츠 사업이 더욱 각광받는 모양새다.

금융솔루션 데이터 딥서치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 별도 기준 이마트,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 3개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각각 136억원, 1조53억원, 44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전년 대비 40.4%, 33.3%, 65.4%씩 감소했다. 최근 5년간 크고 작은 등락폭을 보여왔지만 전년 대비 감소한 정도는 지난해에 가장 심했다. 경쟁심화와 오프라인 매장 실적 부진, 비용 상승 등 요인으로 3사 영업이익이 일제히 감소하며 현금창출력이 약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형마트 업체들이 일정 수익을 정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세금 등 비용은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리츠 사업이 떠올랐다. 대형마트들이 주로 직접 소유해 운영하고 있는 대형 점포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한 뒤 점포 소유주와 임대차 계약을 맺어 매장을 운영하는 사업 방식이다. 즉각 현금화하기 힘든 유형자산인 부동산을 유동화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최근 유통업체들이 격화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오프라인 채널을 개선시키는데 적잖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벽배송 같은 온라인 주문 서비스를 도입하는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을 체험형 공간으로 개조하는 등 사례가 줄지어 나타나고 있다. 이미 유통업계에서 수익을 극적으로 향상시키기 어려워진 가운데 업체들이 서비스 개선을 진행하고 있어 실탄 마련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리츠는 그간 대형마트 업체들이 막대한 규모로 보유한 부동산을 유동화해 역량 강화에 재투자하도록 돕는 카드로 지목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채널의 주류인 대형마트 업체들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트렌드로 봉착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 구조를 재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금 확보에 유리한 전략인데다 최근 공모 리츠 활성화를 위한 정책 기조가 나타나는 점은 리츠 사업을 더욱 부추기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 롯데마트 시흥점. 출처= 이코노믹리뷰DB (해당 사진은 본문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롯데마트, 5000억원에 마트 4곳 매각

롯데마트는 전국 점포 가운데 4곳을 매각하는데 성공했다. 롯데마트를 ‘할인점 사업’ 부문으로 운영하고 있는 롯데쇼핑은 이달 25일 이사회를 열고 롯데그룹 부동산 분야 계열사인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롯데리츠)에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사업부문의 점포 9개를 양도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양도 자산 규모는 1조 629억원에 달한다.

매각한 자산 가운데 롯데마트 점포는 대구율하점, 청주점, 의왕점, 장유점 등 4곳이다. 4곳의 양도가액을 더하면 5045억원에 이른다. 롯데쇼핑은 내달 2일 처분 절차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롯데리츠와 점포당 10~11년 기간의 임대차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롯데쇼핑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리츠를 상장시킨 뒤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아 매각한 부동산을 유동화해 나갈 계획이다. 상장 시기를 특정하고 있지 않지만 재원 확보를 위해 최대한 조속히 관련 절차를 밟아나갈 방침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상장을 얼마나 빨리 할지 보다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브랜드 입지와 자산의 매력성을 토대로 기업과 투자자 모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실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출처= 홈플러스

홈플러스 “리츠 사업은 꼭 해야 할 일”

홈플러스도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앞서 올해 3월 리츠 상장을 추진했다 실패했지만 재도전할 방침이다. 리츠 사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25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2019~2020년 회계연도 사업전략 기자간담회를 열고 리츠 사업 의지를 강력히 내비쳤다.

임 사장은 “처음 리츠 상장을 시도할 때 너무 큰 물량을 제시한데다 한국 (유통)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을 전면 해소하지 못했다”며 “싱가포르 등 국가에서 10~20년 전부터 전략 사업을 키워온 만큼 우리도 외국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올해 3월 전국 점포 140개 가운데 51곳을 기초 자산으로 한 리츠사를 상장시키기 위해 투자자 공모를 진행했다. 조달 목표 자금액은 1조7274억원에 달했다. 홈플러스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지난 2015년 9월 홈플러스 인수 당시 지불한 대금을 상환하려는 목적이었다. 당시 홈플러스 주주였던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에 지불한 대금은 7조 6800억원(4억2400만파운드)에 달한다.

홈플러스가 리츠 상장 절차에 돌입하기 위해선 시간이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상장을 위해 국토교통부로부터 획득했던 리츠 인가를 이달 11일께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리츠 인가를 다시 받기 위해 자산운용사(AMC)를 다시 설립하고 인력을 충원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리츠 상장을 위한 차기 계획은 당장 마련하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앞서 추진할 때와 비교해 자산 구성을 바꾸는 등 전략을 더욱 정교히 마련해 재도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마트 본사 외부 전경. 출처= 이코노믹리뷰DB

이마트 “리츠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다”

이마트는 대형마트 3사 가운데 ‘땅부자’로 일컬어지지만 최근 현금 자산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타사에 비해 리츠 사업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있다.

이마트의 작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점포의 기말 장부가액은 6조 5364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 장부가액이 3조 6016억원의 1.8배 수준이다. 비상장사인 홈플러스는 유형자산의 구체적인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이마트 점포 139개 가운데 토지와 건물을 모두 보유한 상태의 점포는 116개로 전체의 85.5%에 달한다.

이마트 모그룹인 신세계는 앞서 스타필드 하남·고양 등에 외국계 기업과 국민연금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등 리츠 사업을 적극 추진해오고 있다. 다만 2017년 말 울산 학성점을 매각한 이후로 이마트 뿐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이마트를 둘러싼 리츠 사업 관련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와 홈플러스가 리츠 사업에 참여할 뜻을 공고히 한 가운데 이마트도 이에 합류할지 여부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는 현재로서는 리츠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 업체들이 전례없이 리츠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본 사업에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달리 표현해 리츠 사업이 각 유통업체들에게 현금 유동성을 안겨줄 수 있는 전략으로 유의미할 것이란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은 과거와 달리 최근 실적이 부진한 매장을 부채까지 끌어안으며 보유하기보다 임차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며 “신사업에 대한 청사진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해낼 수 있다면 리츠 사업에 본격 착수하고 소기의 성과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