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엑시언트 프로. 사진=현대자동차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로서의 입지를 다졌고, '가성비 높은 차'를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도 충분히 쌓았다고 생각됩니다. 미국, 중국, 인도는 물론 유럽에서도 자신들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죠.

다만 상용차 부문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역량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력 상용차인 '포터'와 '마이티', 그리고 기아차 '봉고'가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을 ‘전략 상용차’로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세 차량 모두 '과적을 견디는 튼튼한 차대’와 ‘낮은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한 것이 문제입니다. 연구개발 역시 변화되는 안전·환경 법규 강화에 맞춘 모델을 내놓거나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EV모델을 내놓는 수준에 멈춰 있습니다. 높은 부가가치를 기대하기엔 태생적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현대차가 대형 상용차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굴지의 트럭 메이커 스카니아와 기술협약을 맺고 대형 상용트럭 ‘엑시언트’를 개발했고, EU, 중국, 러시아 등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200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만큼 '엑시언트'에 거는 기대는 적지 않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몰린 유럽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은 다소 의아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승용차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상용버스 '유니버스'가 일본 시장에서 선방했던 선례처럼 말이죠.

현대차가 2006년 출시한 유니버스는 꽤 오랜 기간 전체 일본 수입버스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해온 바 있습니다. "부가티보다 안팔린다"는 악평을 들으며 철수 현대차 승용부문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입니다.

▲ 긴급제동중인 볼보트럭. 사진=유튜브 캡쳐 / https://www.youtube.com/watch?v=4Mb58mtSCno&t=8s

다만 현 시점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비교할 때 핵심 안전 기술이나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부문에서 뒤쳐진 것은 사실입니다.

대표적인 부문이 긴급 상황에서 차량을 자동으로 제동하는 전방충돌방지보조(FCA) 기술입니다. ‘비상 브레이크’로 불리기도 하는 이 기술은 이미 유럽에서는 상용화 됐고, 신뢰도도 높습니다. 2015년 이후 유럽 상용차에는 이 기술 장착이 의무화됐습니다.

엑시언트 역시 이 기술을 장착하고 있지만 운전자들의 신뢰도는 높지 않습니다. 오작동을 우려한 일부 운전자들은 이 기능을 꺼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볼보트럭의 ‘비상자동제동장치’가 작동한 실 사례는 유투브 검색을 통해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또 다임러트럭의 4세대 레이더 시스템은 정지한 물체는 물론 움직이는 물체, 넓은 범위에서의 미세한 물체도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2019년형 벤츠 악트로스'. 사진= 유튜브 캡쳐 / https://www.youtube.com/watch?v=C9BgHCEPDfE&t=117s

아쉬운 점은 또 있습니다. 졸음, 음주에 의한 운전부주의를 막는 차선이탈경고(LDW)는 차선 이탈을 '소리'로 '경고'하는 데 그칩니다. 이탈을 막기 위한 '조향장치 구동'까지는 이뤄지지 않는 것이죠.

차체의 부식 문제도 종종 지적됩니다. 일부 오너들은 “외산 프리미엄 트럭에 비해 철판의 두께가 얇아 비틀림이 발생한다”거나 “철판 부식이 유독 심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합니다.

자율주행에서도 유럽 브랜드들은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만, 다임러, 스카니아, 다프, 이베코, 볼보트럭 등 유럽 상용차 회사들은 이미 2016년에 군집주행으로 유럽을 횡단하는 ‘플래투닝 챌린저’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 자율주행중인 엑시언트 프로. 사진=현대자동차

희망적인 부분은 현대차 역시 관련 기술들을 확보했고, 상용차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8월 악트러스 자율주행차가 의왕~인천 40km 구간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에 성공했고, 산업통상자원부와 지자체가 만든 ‘새만금 상용차 주행시험장’에서의 시험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의 자율군집주행 기술을 2020년까지 개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최근에는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운전자 안면 생체정보 인식 시스템(DSW; Driver State Warning system)'을 상용차종에 장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운전자의 눈·코·입·귀 등 특징점을 통해 운전자를 식별하고, 상태이상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가 스위스 'H2E'사에 수소전기 대형 트럭 1000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사진=현대자동차

또 하나 주목해 봐야 할 것은 '수소 대형 트럭'입니다. 현대차와 스위스 수소에너지기업 H2Energy(이하 H2E)는 2023년까지 1000대의 수소전기 대형트럭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내연기관 대형트럭의 경우 시장 후발주자임을 부정할 수 없지만 수소차에서는 자신이 있다는 판단인 듯 합니다. 또 미래차 트럭 시장에서 배터리 전기차는 배터리의 무게와 부피가 늘어난 만큼 화물 적재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수소전기차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에 미래 대형 트럭·버스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도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