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DB손해보험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포화된 보험시장 속 유병력자 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해 손해보험사들이 간편심사보험의 가입금액을 높이고 인수기준을 완화하고 있다.

간편심사보험이란 계약시 알릴의무 등 고지항목을 대폭 간소화한 점이 특징이다. 유병력자, 고령층 등 보험가입이 까다로운 고객들이 주요 가입 대상이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운전자상해보험 ‘안심동행’의 간편상해 플랜 상해수술비 가입금액을 31일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상해 입원비는 6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상해 수술비는 4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확대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22일 계약 전 고지항목에서 5년 이내 병력 질문을 삭제한 'The간편건강보험'을 출시했다. 2년 이내 상해 또는 질병으로 인한 입원·수술 항목도 1년으로 줄였다.  

DB손해보험도 지난 4일 고지항목을 한 개로 줄인 '1Q 초간편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최근 5년 내 암·뇌졸중 등의 진단·입원 및 수술 기록만 없으면 가입이 가능하다.

이달부터 판매중인 ▲메리츠화재 ‘간편한 3대질병보험’ ▲삼성화재 ‘유병장수플러스’ 등의 상품도 5년 내 고지 사항에만 해당되지 않으면 가입할 수 있다. AIG손해보험도 5년 이내 병력 질문을 없애고, 1년 내 입원·수술 이력만 고지하도록 한 ‘하나로간편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그간 간편심사보험은 일명 ‘3.2.5 원칙’에 따라 가입이 가능했다.

‘3.2.5 법칙’이란 상품 계약시 ▲최근 3개월 이내 입원·수술·추가검사 ▲2년 이내 질병이나 사고로 입원·수술 ▲5년 이내 암진단·입원 및 수술기록 등의 알릴 의무를 말한다. 간편심사보험은 주 가입 대상이 인수 리스크가 큰 고객들이기에 나름의 안전장치를 세웠던 셈이다.

보험사들이 잇따라 ‘3.2.5 원칙’을 깨고 간편심사보험의 고지항목을 낮추고 있는 것은 고령화·저출산 기조로 인구감소가 심화되면서 새로운 고객 유치가 더욱 어려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간편심사보험 가입자 수는 2012년 약 11만명에서 2016년 80만명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병자·고령층의 고객이 보험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그러나 과당경쟁에 따른 손해율 악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손보사들은 유사암, 치매보험 등 보장금액을 확대했던 상품들의 보장한도를 잇따라 줄였다. 출혈경쟁 여파에 수익성 악화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손보사들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익은 718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20억원(18.4%) 떨어졌다.

자동차보험의 악화된 손해율 역시 지난해 격화된 보험료 인하 경쟁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손보사 자동차보험의 지난 1분기 누적 손해율은 79.1%를 기록, 적정 손해율(77~78%)을 넘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인수기준을 완화하고 보장을 늘린 상품들은 손해율 관리 등을 위해 한시적 판매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간편심사보험의 인수기준 완화 기조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60세 이상 중 만성질환을 한 가지라도 갖고 있는 사람의 비중이 80%에 이를 정도로, 새로운 보험상품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선 보험사들의 고령층·유병력자 시장 공략이 필수라는 이유에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고령층·유병자들은 현재보다도 보험가입이 더욱 쉬워질 것”이라며 “고지의무 항목이 줄어든 만큼 고지를 위반하게 되면 해지나 구상 등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