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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식의 인공지능으로 보는 세상] 텔레오시멘틱스 또는 목적론적 의미론
   

텔레오시맨틱스(teleosemantics)는 도대체 이건 무슨 뜻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단어이다. 이세상에 수많은 단어들이 있고 세상에 모르는 단어는 왜 그렇게 많은지... 더구나 명색이 인공지능을 업으로 하고 있으므로 ‘시맨틱스(semantics)’가 ‘의미론’이라는 뜻을 알고는 있지만 시맨틱스앞에 붙어있는 수식어는 왜 그렇게도 많은지. 의미론 앞에 붙여지는 수많은 수식어는 의미론에 관련한 수많은 주장이 있다는 뜻이겠지만 ‘텔레오(teleo)’가 ‘목적론적’이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도대체 이 의미론은 어떤 주장하는지 궁금하게 된다. 왜냐하면 ‘목적론적’이라는 단어의 뜻은 인과론적(causal)과는 반대 의미로 결과로 원인을 설명하기 아주 좋지 않은 설명방식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의미론이란 그 무엇에 대하여 어떻게 뜻을 가지게 되는지에 대한 이론이다. 당연히 그 뜻은 뜻을 가질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 가령 개구리에게 날아다니는 파리는 생존을 유지하는 먹이의 의미이다. 개구리가 그 의미가 유지되려면 개구리 안에는 어떤 형태로든 파리에 해당하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이때 개구리 안에 있는 그 무엇과 개구리 밖의 파리는 인과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 인과론적 의미론이라고 한다. 하지만 개구리는 가끔 파리와 유사하게 생기고 움직이는 까만 비비탄을 파리로 오인하고 삼킬 수 있다. 오동작을 일으킨 것이다. 인과론적 의미론에서는 파리와 개구리 안에 그 무엇이 인과적 관계이기 때문에 이러한 오동작이 일어날 수 없다. 그러므로 인과론적 의미론은 만족스러운 설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 대안으로 목적론적 의미론, 즉 문제의 텔레오시맨틱스를 주장한다. 목적론적 의미론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생물의 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기능(고유기능)있고 이러한 기능들은 선조로부터 진화에 유리하였기 때문에 유지되었다는 것이다. 개구리 안에 있던 그 무엇은 파리를 의미하는 것이였으나 까만 비비탄를 파리로 오인한 것은 오동작을 일으킨 것이다. 목적론적 의미론에서는 오동작이 이렇게 설명가능하게 된다. 원래의 기능이라는 것이 원래 무엇을 위해 있었던 것이 때문에 목적론적 의미론이 되는 것이다.

사실 이와 관련된 논의는 휠씬 더 자세하고 복잡하고 반론에 반론이 이어져서 비전문가인 필자가 이 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설명하여 오도하지 않았나 하는 걱정은 되지만 이러한 식의 논의가 인공지능을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한번쯤 고려해볼만한 논의라도 생각한다. 여기까지의 논의만으로도 이 문제가 인공지능이나 철학에서 아주 어려운 문제로 치부되는 의식과 지향성에 관련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개구리 안의 파리에 해당되는 그 무엇은 인간에게 언어로 이루어진 윤리나 자유와 같이 추상적인 그 무엇이나 유니콘이나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같은 가상적인 그 무엇의 의미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와도 관련된다.

필자와 같은 물리주의자는 이러한 의미들이 자연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야 인간도 과학적으로 이해가능하고 인공지능도 만들 수 있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인문학적인 소양이 철철넘치는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의미나 지향성과 같은 개념들을 ‘의미있는 정보’라는, 순전히 물리적인 정의로부터 도출하기 위한 글을 쓰기도 하였다. 단순화하여 설명한다면 로벨리는 “의미 = 정보 + 진화”라는 전략아래 2 개체간의 연결 중단이 열적 평형을 낮출 확률이 커진다면 서로에게 ‘의미있는 정보’라고 정의한다. 로벨리는 자연을 기본적인 법칙을 따르는 기본적인 구성요소들의 앙상블에 의하여 형성되는 것이고 이를 ‘창발적’이라고 부르며 ‘의미있는 정보’는 세계에 대한 우리의 서로 다른 수준의 이해에 연결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아무리 진화생물학적인 개념이 의미론에서 중요한 설명 수단으로 이용되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 실제로 동작을 구체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개념역할 의미론(Conceptual Role Semantics)은 언어 표현의 의미는 그 표현들이 표현하려는 개념과 생각의 내용에 의하여 결정되며 개념과 생각의 내용은 개인의 마음속에서 기능적인 역할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개념역할 의미론은 비트겐슈타인의 ‘사용으로서의 의미’이다. 개념역할 의미론은 생각하고, 문제를 풀고, 숙고함에 있어서 개구리 안의 그 무엇의 역할에, 그리고 일반적으로 감각적 입력과 행동적인 출력사이에서 중개 역할에 초점은 둔다. 마음의 상태는 인지에서 특정한 역할을 하는 경우에만(if and only if) 특정한 내용을 가진다. 어떤 내용을 구성하는 개념을 가지는 생각하는 사람에게 그들이 어떤 추론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준비되도록 한다. 그래서 이러한 의미론을 추론주의 의미론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내용의 자연화 이론은 비지향적인(비규범적인) 용어들로 이러한 변화들을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아직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하지만 이것은 곧 기계로 만들어지는 인공지능이 지향성을 가지고 의미 처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계를 만드는 일은 인간을 이해하는 일과 함께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일인 것이다.

참고 1. Msteenhagen-Teaching-Intentionality and Representation, http://msteenhagen.github.io/teaching/2016ire/

참고 2. 도다야마 가즈히사 지음, 박철은 옮김, 과학으로 풀어낸 철학입문, 학교도서관저널, 2015.

참고 3. Carlo Rovelli, , “Meaning = Information + Evolution”, eprint arXiv:1611.02420, 2016.

박충식 U1대학교(아산캠퍼스)스마트IT학과 교수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08.09  14: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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