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라는 용어는 이제 익숙해졌다. ‘빅뱅’도 오래 들어온 용어이다. ‘빅 히스토리’는? ‘히스토리’가 영어이기는 하지만 그 뜻이 ‘역사’라는 정도는 모두 알고 있다. 그러면 ‘큰 역사’라는 뜻이 되는 ‘빅 히스토리’는 뭐지?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빅 히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는 유발 하라리의 ‘호모 사피엔스’처럼 역사를 기술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역사가는 진리의 존재에 대 말하고 시인은 가능할 수 도 있는 것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보통 역사학은 역사적 기록이 있는 시대를 대상으로 하고 그 이전은 선사시대라고 한다. 빅 히스토리는 역사의 범위를 빅뱅으로 확장시킨 역사관으로서 과학과 인문학을 하나의 틀에서 다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존하는 것의 모든 원인을 설명하려는 역사학자가 빅 히스토리의 아이디어를 내게 되었다는 말도 있지만 모든 것의 원인을 추적하다 보면 빅뱅에 도달하게 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물리학, 천문학, 화학, 지질학, 생물학, 인문학, 등 다양한 지식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과학과 인문학이 한자리에 있게 되는 것이다. 사실 빅 히스토리는 ‘호모 사피엔스’ 출현 휠씬 더 이전까지 다루는 것이다.

1980년대, 러시아 역사를 가르치던 호주 맥쿼리대 데이비드 크리스천 교수(참고 1)는 지역별, 시대별, 문화별로 역사를 쪼개 가르치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파편화된 역사를 모아 보편적인 인류사를 쓰기로 하였고 현재 융합 교육의 한 방편으로 떠오른 것이 빅 히스토리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이면서 세계적인 갑부인 빌 게이츠 "내가 일찍 빅히스토리를 알았다면 나는 훨씬 더 창의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었을 겁니다." 라는 말을 하면서 빅 히스토리를 미래교육으로 1,000만 달러(한화 100억원)를 투자하고, 인생의 3번째 프로젝트(3rd project)라고 부를 정도로 애정을 표명하면서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크리스티안 후프는 복잡성 증가, 에너지의 흐름, 정보와 인간 이해의 증가, 등의 3가지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빅히스토리를 파악한다. 빅뱅으로부터 현재의 인간까지 중요한 변화가 있었던 시기를 ‘임계국면(threshold)’이라고 하는데 대개 8가지를 말하고 ① 빅뱅, ② 별의 출현, ③ 원소의 출현, ④ 태양계와 지구의 생성, ⑤ 지구상의 생명의 시작, ⑥ 집단 학습(인류의 역사), ⑦ 농경의 시작, ⑧ 근대 산업 혁명(과 그 이후)이다.

<그림 1> 빅 히스토의 8개 임계국면(thresolds)과 9번째(참고 2)

정보의 역사를 전통적인 역사의 한 분과로 볼 수 있는 것처럼 ‘빅 정보 히스토리’로도 볼 수 있다. 기존의 역사연구가 기록이 있는 시대를 다루는 것처럼 기존의 정보 역사연구는 미디어들의 역사이다. 그래서 기존의 정보 역사연구는 도서출판, 도서관, 신문의 역사이거나 전기적 정보처리 기술의 등장이후에는 전보나 전화, 라디오, TV, 등의 역사였고 이후에는 컴퓨터의 역사이다. 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이나 플루서(Vilém Flusser)는 이러한 미디어의 발전에 따라 사회를 연구하여 문화적 관점에서 정보 역사가 또는 정보 이론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빅히스토리 연구자인 스피어(Fred Spier)는 빅 정보 히스토리가 질적으로 우주에서 복잡성의 창발과 쇠퇴를 다룬다는 일반적인 주제로부터 복잡성은 정보와 연관된다고 지적한다. 그는 3개의 복잡성 수준을 구별하였다. 물리적 우주의 복잡성은 생명없는 물질은 어떤 나열을 보여주고 정보를 실어 나른다. 생물적 세계의 복잡성은 생명은 DNA 분자 안에 저장된 유전적 정보의 도움으로 스스로를 조직화한다. 인간 문화 세계의 복잡성은 신경과 뇌세포 또는 서로 다른 종류의 인간 기록들에 저장된 정보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빅 정보 히스토리에서 정보의 복잡성 증가에 따른 역사 발전은 거시적으로는 필연적으로 보이지만 미시적으로는 우연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설명은 물리적 우주의 복잡성에나 생물적 세계의 복잡성에나 인간 문화 세계의 복잡성에나 모두 유효하다. 물리적 우주 세계를 설명하기 위한 물리이론과 생물적 세계를 설명하기 위한 진화이론처럼 인간 문화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에 해당되는 이론이 필요하고 그 이론은 심볼을 처리하는, 넓은 의미의 언어이론이다. 언어이론은 인간이 관찰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하고 세련된 정보이론이다.

이제 인공지능의 등장은 인간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복잡하고 세련된 자율적 정보처리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직 인공지능이 충분히 자율적인 정보처리 기계는 아니지만 이미 그 영정은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빅히스토리적 관점에서 보아도 인공적인 ‘자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9번째 임계국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정신도 생물의 생명도 물리적인 토대에 기반한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준다. 시인처럼 가능할 수 도 있는 것에 대해서 말한다면 지구의 역사를 넘어 우주를 떠도는 인공지능 기계를 상상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참고 1. 데이비드 크리스천, 밥 베인 공저/조지형 역 (2013), 빅 히스토리 BIG HISTORY, 해나무

참고 2. http://www.new2homeschooling.com/2018/07/big-history-project.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