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재테크를 준비하는 20대에게 가장 큰 미션은 ‘종잣돈 모으기’다. 20대의 재테크는 투자보다 ‘모으는 습관’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종잣돈은 미래를 대비하고 자신의 투자능력을 키울 목적으로 모으는 최초의 목돈을 말한다. 씨앗 같은 돈이라는 의미로 시드머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집 마련부터 결혼, 육아까지 준비할 게 많은 20대에게 종잣돈은 값진 밑천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금융지식이나 투자경험이 적은 20대가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가장 쉽고 만만한 게 예금과 적금이다. 물론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예적금으로 목돈 마련이 되겠냐는 반론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회초년생이 일확천금을 욕심부리기보단 배운다는 자세로 재테크 습관을 기르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한다.

서상원 우리은행 WM자문센터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부장은 “20대 사회초년기 가장 중요한 재테크는 연봉의 약 2배 수준을 목표로 종잣돈을 준비하는 것”이라면서 “목표 금액과 저축 가능 금액에 따라 필요 적립기간과 수익률 등 사전에 체크한 후 가입해야 하는데 이 때 적은 금액이라도 다양한 상품에 가입할 것”을 강조했다.

이어 “목돈마련을 위해 적금과 함께 펀드, ETF, 주식 등 다양한 투자 상품에 대한 이익과 손실개념을 이해해야 힌다”며 “시간과 비용 절감을 위해 금융기관의 비대면 모바일뱅킹과 로보어드바이저 등 자산관리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초년생을 위한 금융상품으로 주택청약통장(청년형), 적립식펀드, ETF, 보장성보험 등을 추천했다.

내 집 마련 첫 걸음 주택청약통장

이제 막 직장에 들어간 사회초년생들에게 내 집 마련은 꿈 같은 이야기다. 하늘 모르고 치솟는 집값 앞에 일찌감치 이를 포기하는 청년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청약통장을 비롯해 서민들의 주거 지원을 위해 내놓은 여러 청약제도를 적극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재테크 전문가들 역시 사회초년생이라면 내 집 마련의 첫걸음으로 손꼽히는 청약통장에 반드시 가입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청약통장은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집을 살 목적으로 만드는 적금 통장이다. 매월 2만~50만원 이내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다. 게다가 소득공제 혜택도 제공되기 때문에 가장 손쉬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을 받는다.

▲지난해 7월 20대를 위한 청년우대형 청약통장 출시. 출처=더조은컴퓨터아카데미

청약통장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신분증을 가지고 가까운 은행을 방문하면 주택보유 여부, 연령과 관계없이 1인 1통장에 한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뿐만 아니라 외국인 거주자도 가입이 가능하다. 이 상품은 만기가 없다. 아파트 청약에 당첨될 때까지 보유할 수 있다. 다만 통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청약에 당첨되는 건 아니다. 추첨으로 뽑히거나 가점을 높여야 한다. 통장 가입 기간이 길수록 가점이 높아지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20대 사회초년생을 위한 청년우대형 청약통장도 지난해 7월 출시됐다. 기존 청약통장보다 우대 이율이 높은 게 장점이다. 청약우대형은 5000만원까지 최대 10년 동안 현행 적용이율에 연 1.5% 우대이율이 적용된다. 또한 가입 후 2년 이상 경과하고 해약일까지 전 세대원이 무주택 근로소득자의 경우 10년 내 발생이자 중 500만원에 한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입 대상은 연 소득 3000만원 이하 근로, 사업, 기타 소득자로서 만 19세부터 29세까지 무주택 세대주다. 기존 청약통장 가입자도 가입자격 충족 시 청년우대형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20대, 인터넷전문은행과 '찰떡궁합'

최근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등장하면서 핀테크를 접목한 금융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온리 모바일' 전략을 내세운 인터넷전문은행과 청소년 때부터 인터넷을 사용하며 각종 IT에 능통한 20대 밀레니얼 세대 간의 궁합이 잘 맞는다는 평가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12일 카카오뱅크는 출범 2년여 만에 고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한 20대와 30대 이용자가 유독 많았다. 20대와 30대의 경우 10명 중 4명꼴로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 2년여 만에 고객 1000만명을 돌파한 카카오뱅크. 출처=카카오뱅크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좋은 금리 혜택,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간편한 인증 절차,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펀(Fun) 마케팅 등으로 젊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잇따라 선보인 아이디어 상품인 ‘26주적금’과 ‘모임통장’ 등도 20대 청년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26주적금은 이름 그대로 26주 동안 매주 1000원~1만원씩 증액되는 금액을 납입하도록 설계된 자유 적금이다. 적은 금액으로 저축을 할 수 있고,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재미를 더했다. 모임통장은 별도의 개좌개설 없이 2인 이상이 카카오톡 메신저를 활용해 회비를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26주적금 출시 후 하루 평균 신규 고객 수는 약 8000명 늘었고, 모임통장 출시 후엔 하루 평균 약 1만3000명으로 확대됐다.

금융회사들이 가입자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진행하는 선착순 특판 예적금도 2030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낮은 금리 때문에 예적금 가입을 기피했던 20대 청년들도 유독 특판 예적금에는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판 예적금은 금융회사에서 일정한 기간 특별히 인상된 금리로 판매하는 예적금 상품이다. 이 상품은 일반 우대금리 상품에 비해 우대금리 적용이 까다롭지 않지만 사전에 정보를 파악해야 가입할 수 있다. 아무래도 인터넷 정보 습득이 유리한 2030대 청년들의 가입률이 높은 편이다.

보험 가입으로 노후자금까지 마련

20대는 경제적으로 독립을 모색하며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질병 보장과 노후준비를 시작하기에 최적의 나이다. 보험 가입을 통해 노후자금을 마련하고 각종 세금혜택을 노려볼 수 있다. 저축성 보험의 경우 10년 이상 유지 시 비과세 혜택이 있으며, 적격연금의 경우 400만원 한도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또 보장성보험의 경우 연 100만원을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초년기에 실손의료보험, 암보험 등과 같은 저렴하고 필수적인 보험이나 세제혜택을 위해 연금보험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최근 발병률과 재발률이 높아지고 있는 암에 대한 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나이가 들수록 보험료가 크게 오르고, 보장 혜택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암보험은 암 발생 시 진단비를 중심으로 상품에 따라 입원비, 수술비, 방사선치료비 등 치료자금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최근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증가된 암 발병률과 생존율에 따라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품들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사회초년생들은 노후 준비를 위해 연금저축보험과 변액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연금저축보험은 5년 이상 납입하고 만 55세 이후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저축보험 상품으로 공시이율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또한 연금저축보험은 노후보장기능의 일환으로 세제혜택이 부여된 정책성 금융상품으로, 연간 400만원 한도 내에서 13.2%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변액보험은 납입한 보험료를 펀드에 투자하고, 운용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대표적인 저금리, 인플레이션 대응 상품이다. 일반 금융투자상품과 달리 보험료 납입 기간에 보험을 계속 유지할 경우 원금 보전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