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요즘 20대 청년들은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갖춘 세대라는 말을 듣는다. 학점은 기본이고 토익, 토플 등 어학점수와 각종 자격증을 갖춘 청년들이 허다하다. 제대로 준비된 세대다.

하지만 단 한 가지 갖추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돈을 모으는 기술인 ‘재테크’다. 엄청난 스펙을 자랑하는 20대 밀레니얼 세대지만 돈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진다. 막연히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과 이상만 있을 뿐, 어떻게 돈을 모으고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저 ‘좋은 대학에 들어가 좋은 회사에 취직하면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살아왔지만 현실은 늘 이상을 빗나가기 마련이다.

최근 극심한 취업난으로 대학을 졸업해도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갈수록 취업 문턱이 높아지면서 청년들의 사회진출도 점점 늦어지고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해 돈을 벌기 시작해도 금방 30대로 접어든다. 소득도 적고 기초 자산도 없다 보니 20대 내내 투자다운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러나 실망하긴 이르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20대 사회초년생들은 어느 연령대보다 투자 기회가 많고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돈이 없거나 적겠지만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저축하고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충분히 자산을 늘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욜로 20대, 티끌 모아 티끌이다

20대 밀레니얼 세대는 미래보다 현재를 즐기는 '욜로족'이 많다. 여행을 가거나 옷을 사기 위해 소액대출을 받는 것을 서슴지 않으며, 낮은 금리를 이유로 저축에도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 따르면 2030세대 10명 중 7명은 미래에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를 즐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2030세대 절반은 '티끌 모아 태산이 아니라, 티끌 모아 티끌'이라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현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미래의 경제적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높을수록 저축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수많은 20대 청년들이 먼 미래를 준비하기보단 현재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소비를 통해 만족감을 얻는 '욜로'를 추구하고 있다. 게다가 저축을 하지 않다보니 급전이 필요할 때는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대부업체의 소액대출 등을 적극 활용한다. 심할 경우 고금리 불법 대출까지 손을 대며 빚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위험을 겪기도 한다.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에서 발표한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초년생들의 평균 대출 잔액은 2959만원으로 조사됐다. 경력 3년 이하 사회초년생이 가장 많이 보유한 대출은 학자금 대출이었다. 사회의 첫발을 마이너스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이 미래보다 현재에 충실한 '욜로'를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욜로도 좋지만 과도한 지출과 소비로 인해 자산관리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대는 금융지식이나 소득 안전성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재무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진정한 욜로는 인생의 짧은 순간보다는 인생 전체를 '욜로'하게 살아가는 것"이라면서 "10년, 20년, 30년 이후에도 내가 원하는 것을 누릴 수 있도록 현재와 미래를 조화롭게 구성해 나가는 지혜와 전략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선저축 후소비' 습관 길러야

사회초년생 때에는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지금껏 키워주신 부모님께 선물도 하고 싶고, 벼르고 별러 왔던 최신 노트북과 스마트폰도 사고 싶다. 그렇게 커져 버린 씀씀이는 통장잔고를 금세 0으로 만들어버린다. 심지어 계획에도 없는 소비로 얼마 안 되는 월급을 다 써버리고 빚을 지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모든 활동에 소비가 자리를 잡아선 돈을 제대로 모을 수 없다. 적은 돈이라도 저축하고 현명하게 소비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습관에 따라 평생의 부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사회초년생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재테크 습관은 하나하나 쌓아가는 것이다.

▲20대는 '선 저축 후 소비' 습관 길러야. 출처=픽사베이

이에 전문가들은 사회초년생들에게 '선 저축 후 소비'를 강조한다. 먼저 저축하고 남은 돈을 쓰라는 의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소득의 50%는 저축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쉽다. 금액이 적더라도 정기적립식 상품에 가입해 강제저축을 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추가납부가 가능한 상품도 있으니 불규칙적인 여유자금이 생긴다면 이를 활용하는 것도 효율적이다.

송은라 신한PWM 분당센터 팀장은 "사회초년생은 갑자기 수백만원의 월급을 받으면 늘어나는 소비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소비를 통제하고 저축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대학 시절 받은 학자금 대출이 있다면 1순위로 상환하고, 장기상품으로는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만들어 월 10만원씩 꾸준히 불입해 10~20년 후 아파트 당첨을 노려볼만하다"고 조언했다.

가계부와 통장 쪼개기로 소비통제

저축의 가장 큰 적은 소비다.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정확히 파악해 효율적으로 자산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작은 도구가 가계부다. 많은 이들이 가계부 쓰기를 귀찮게 여기고 있지만 자신의 소비 습관을 되돌아볼 수 있는 객관적인 바로미터다. 가계부 작성을 통해 불필요한 소비내역을 찾고, 계획적으로 소비를 통제할 수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가계부를 쉽게 관리할 수 있는 가계부 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일이 지출내역을 기재해야 하는 종이 가계부보다 훨씬 편리하다. 대부분의 가계부 앱은 문자나 은행 모바일 앱 푸시 알람을 자동으로 인식해 지출내역을 항목별로 정리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각종 정보기술(IT)에 능통한 20대 밀레니얼 세대가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가계부 작성과 더불어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 '통장 쪼개기'가 거론된다. 통장 쪼개기는 월급통장을 중심으로 재테크통장, 생활비통장, 비상금통장 등으로 용도에 맞게 통장을 여러 개로 나눠 관리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를 통해 충동구매를 줄이고 지출을 관리할 수 있다.
먼저 월급통장은 각종 공과금, 보험료, 대출이자 등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만 남겨두고 잔액을 각각의 통장으로 분배해 0원이 되도록 만든다. 재테크통장은 결혼자금과 주택자금 등 재무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통장이다. 필수 소비를 제외한 가능한 많은 금액을 저축하는 것이 좋다. 생활비통장은 생활비, 교통비, 식비 등 매달 달라질 수 있는 변동지출을 관리하기 위한 통장이다. 생활비통장을 만들면 정해진 비용 내에서 지출이 이뤄져 충동적인 소비를 억제할 수 있다. 비상금통장은 말 그대로 비상금이 필요할 때 다른 통장을 깨지 않기 위해 필요하다. 주로 상여금이나 보너스 등을 적극 활용하고 생활비통장의 잔여 자금을 모아 관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