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가 혁신신약살롱 판교에서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용 신약 후보물질 'BBT-877' 기술수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한국 산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제약바이오 사업 모델을 선보여 주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사원 수 18명으로 이뤄진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독일계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특발성 폐섬유증(IPF) 신약 후보물질 ‘BBT-844’을 단계별 개발료(마일스톤) 포함 최대 11억 4500만유로(약 1조 4600억원)에 기술수출했다. 확정계약금은 4500만유로(약 600억원)다.

마일스톤은 대개 임상 진행, 품목허가, 시판 등 의약품을 시장에 선보일 때까지 각각 단계 성공에 따라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이다. 시판 이후에는 대개 로열티를 받는다. 브릿지바이오는 상용화 이후 판매액에 대해 최대 두 자릿수 로열티를 받고, 일정 판매액에 이르면 판매 마일스톤을 추가로 받는다. 레고켐바이오로부터 도입해 임상 1단계에 있는 BBT-877은 향후 12개월 내에 임상 2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 특발성폐섬유증에 대한 설명. 출처=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IPF는 희귀질환으로 환자를 쇠약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폐질환이다. IPF는 증상이 발현한 후 3년에서 5년 사이에 질환을 앓는 환자의 약 50%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발병 후 약 반년만 지나도 치명적인 중증질환으로 발전하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IPF는 아직까지 근본 치료제가 없다. 진행을 늦추는 약물 두 개가 2015년 미국 식품의약품청(FDA)로부터 허가를 받고 시장에 나왔지만 약 30~50%로 낮은 치료 효율을 보이고 어지럼증 등 부작용이 빈번한 의약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치료제는 치료 기전도 불명확하고 하루에 9알을 복용하다보니 환자 편의성이 낮다”면서 “약가는 연 1억원 이상으로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BTT-877, 경쟁약물 대비 효능 우수

BBT-877의 표적 단백질인 오토택신은 900여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혈중 단백질이다. 이는 리소포스파티딜콜린을 가수분해해 각종 염증과 섬유화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리소포스파티드산으로 전환하는 효소다. BTT-877은 오토택신의 활성과 세포이동을 억제해 폐섬유화를 억제하는 효능을 나타내고 있다.

▲ 오토택신 역할. 출처=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IPF 관련 약물로는 갈라파고스가 개발 중인 ‘GLPG1690’이 꼽힌다. BTT-877은 전임상 효력시험에서 GLPG1690보다 우수한 효력과 안전성을 나타냈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마우스 동물 모델에서 병리학적 지표와 콜라겐 침착도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여 계열 내 최고 의약품(Best-in-Class)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BTT-877 개발은 앞서 갈라파고스 GLPG1690보다 약 5년 늦다고 평가받았다. 브릿지바이오는 이를 약 2~3년 차이로 줄였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베링거인겔하임의 개발 플랜도 다 볼 수 있었다”면서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릿지바이오, NRDO 활용 바이오테크 강자

브릿지바이오는 신약 후보물질 탐색 등 연구 대신 이미 발견한 후보물질을 신약으로 개발하는 데 집중하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브릿지바이오가 도입해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은 IPF 치료용 오토택신 저해제 BBT-877 외에도 궤양성대장염 치료용 펠리노-1 저해제 ‘BBT-401’, 면역항암제 ‘BBT-931’, 표적항암제 ‘BBT-176’ 등이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앞서 NRDO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자금 확보 등에 따라 인력을 확충하면서 펠리노-1 저해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도 탐색할 방침이다. NRDO 기업이라기보다는 NRDO 사업 모델을 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파이프라인. 출처=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대개 후보물질을 탐색한 학계나 연구자가 이를 토대로 바이오벤처인 바이오테크를 창업, 전임상 혹은 임상 1상까지 신약개발을 진행하고 제약업에서 제품 등을 통해 매출을 창출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기업에 기술이전을 진행한다. 후보물질을 이전 받은 제약바이오 기업은 자금력을 토대로 임상 1상이나 임상 2상을 통해 신약을 개발한 후 글로벌 임상 3상 등을 위해 이를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방법을 활용한다.

NRDO 방식은 이미 탐색된 후보물질을 도입해 개발에 집중하는 방법으로 풀이된다. 브릿지바이오는 보유한 파이프라인을 한국에 앞서 미국과 중국 등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개발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겟하는 전략이다.

브릿지바이오가 빠르게 미국 FDA로부터 임상시험승인계획신청(IND)를 승인 받거나 글로벌 제약사와의 거래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방법으로는 중국 임상시험위탁기업(CRO)를 활용한 점도 꼽힌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급격히 성장 발전 중인 중국 CRO 운영 비용은 한국 CRO보다 높다”면서도 “자료화 능력이 우수하고 미국 CRO 대비 동일 시간대에 업무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과 실사 진행 시 지리적 접근성에 대한 장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브릿지바이오, 신약개발 원동력 무엇?

우수한 사업 전략을 지니고 있어도 이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민간 모임인 혁신신약살롱에서 신약개발 원동력으로 환자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점을 꼽았다. 그는 “시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진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에서도 BBT-877은 효과를 확인했다”면서도 “NASH 질환보다 IPF가 환자에게는 더 치명적인 질환이다. 생명에 큰 영향을 주는 질환을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하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NRDO 사업 모델에 대한 적절한 기준이 아직 없어 코스닥 상장에 세 번째 도전하게 된 브릿지바이오에 업계 관심이 모인다.

▲ 삼양바이오팜에서 혁신신약살롱 판교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