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약품 연구소 전경. 출처=동화약품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이 잇몸치료제 ‘잇치’ 고성장에 힘입어 일반의약품(OTC) 강자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안정적인 OTC 매출에 기반을 둔 동화약품이 바이오텍과 헬스케어‧의료기기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동화약품, OTC 제품이 성장 견인

동화약품의 잇치는 잇몸 치료제 시장에서 94%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2011년 출시된 잇치는 2014년 단일제품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2015년에는 84억원을 나타내면서 매출이 다소 감소했지만 2016년 매출은 104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2017년 매출은 135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매출 154억원을 달성했다. 잇치 매출 성장세는 의약품 시장 분석기업 IMS데이터 기준 구강용 의약품 시장이 2013년 1105년 규모에서 2017년 972억원 규모로 5년 동안 약 3.2% 감소한 가운데 이룬 성과다. 이는 한 해 동안 약 172만개가 판매되고 있다.

▲ 동화약품은 잇치 광고에서 사용의 편리함을 강조하고 있다. 출처=동화약품

치약형 잇몸 치료제인 잇치는 칫솔질을 하면서 잇몸병을 치료할 수 있어 편리하게 잇몸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잇몸병은 대개 치은염 및 치주질환이다. 이는 세균 영향으로 치아 주위 잇몸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잇치가 소비자들이 사용하기에 편리해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 같다”면서 “치약형 잇몸치료제 시장은 잇치가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잇치는 동화약품 주력 판매 품목 중 하나인 후시딘류의 매출 비율을 추격하고 있다. 2018년 ‘후시딘연고’, ‘후시딘겔’, ‘후시딘밴드’ 등 후시딘류 매출은 약 209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약 6.8%를 차지하고 있다. 잇치는 약 5%를 나타냈다. ‘까스활명수큐액’, ‘미인활명수’, ‘까스활액’ 등 활명수류는 지난해 매출 약 582억원을 기록했다. 600억원 고지가 멀지 않았다고 풀이된다.

▲ 동화약품의 주요 일반약 제품군인 활명수류, 후시딘류, 판콜류, 잇치류. 출처=동화약품

동화약품 OTC 매출액은 2015년 1245억원, 2016년 1332억원, 2017년 1359억원, 2018년 1527억원으로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5.8%다. 동화약품 성장세에 대해 정홍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의약품의 의약외품 확대, 잇치의 고성장 등이 기인한다”면서 “이익기여도 관점에서 OTC 비중이 높으므로 향후에도 OTC 성장성이 실적개선에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4세 경영, 동화약품 변화 바람 이끄나

동화약품은 기업가정신을 보유한 유망 기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창업벤처전문 사모투자합자기업인 ‘동화-크립톤 기업가정신 제 1호 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는 동화약품이 50억원 규모로 출자했고 액셀러레이터 ‘크립톤’과 함께 운영한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상호 발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크립톤은 해당 펀드를 통해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투자 및 경영자문, 인수합병(M&A), 신규상장(IPO)까지 지원한다. 펀드 대상은 바이오, 바이오 메디칼, 뷰티 커머스, AI(인공지능), 교육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이다.

동화-크립톤 펀드는 업계에서 ‘전통 제약사’로 불리는 기업인 동화약품이 일종의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통 제약사는 대개 안정적인 OTC 매출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기업으로 분류된다.

신약개발 등 헬스케어 부문은 한 제약기업이 투자와 연구개발(R&D)를 모두 담당하기엔 비용과 시간면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자금력을 갖춘 제약사가 바이오 벤처로 불리는 바이오텍 등에 투자하거나 해당 기업의 후보물질 등을 도입해 공동개발하는 사업모델을 뜻한다.

동화-크립톤 펀드는 또 동화약품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동화약품 자체 개발 인력은 2019년 4월을 기준으로 박사급 15명, 석사급 59명 등 총 109명이다. 동화약품은 한국에서 간암 항암제 ‘밀리칸주’와 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제 ‘자보란테정’ 등의 신약을 개발해 품목허가를 받았다. 자보란테정은 2015년 한국신약 23호로 품목허가를 받은 이후 2017년 중동 및 북아프리카 12개국과 중국, 캄보디아 등에 이어 2018년 멕시코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 동화약품 파이프라인. 출처=전자정보공시시스템(DART)

한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을 두 번이나 성공한 동화약품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차차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 6개가 모두 임상 1상이나 2a상, 3상에 진입했다. 든든한 OTC 매출과 자체 개발력, 오픈 이노베이션 성과 등이 맞물리면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동화-크립톤 펀드가 동화약품이 새로운 모습으로 더 성장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통 제약사는 오너 경영 체제로 이뤄지는 기업이 다수”라면서 “전통 제약사는 오랜 시간 가업으로 이어진 부분이 있어 서로가 업계 경쟁사라고 해도 주력 제품 부문에서는 크게 경쟁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동화약품 뿐만 아니라 오너 경영 제약사에서 3~4세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