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하나의 음식 트렌드가 형성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최근 ‘마라(麻辣)’의 인기도 그에 해당된다. 심지어 ‘마라’라는 단어를 사용해 일상 대화에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재화나 서비스 등의 가격을 마라탕 값에 견주어 말하는 식이다. “여기 학식 가격 0.5마라탕인거 치고는 나쁘지 않아~”부터 “여기 알바 시급 한 1.2마라탕 정도?” 등 붕세권(붕어빵+역세권)에 이어 ‘마세권(마라음식점 근처)’, “마라탕을 먹고 마라탕”이 대화에 흔히 사용되고 있다.

중국 쓰촨에서 건너 온 마라는 향신료의 하나로 마(麻)는 마비, 라(辣)는 매운맛으로 ‘얼얼한 매운 맛’을 의미한다. 이렇듯 매운맛이 익숙한 한국인에게 마라의 인기는 외식업계와 식음료업계, 프랜차이즈 업계까지 모두 장악했다. 마라 전문음식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것은 물론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에 마라를 활용한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마라치킨, 마라과자, 마라라면 등 이제는 마라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찾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마라의 열풍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 22일 마라탕과 마라샹궈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과 원료공급업체 63곳의 위생을 점검한 결과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37곳(58.7%)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10곳 중 6곳이 더러운 마라탕을 판매한 것이다.

서울 서대문의 한 마라탕 음식점은 청소를 한 번이라도 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기름때가 찌든 조리실에서 마라탕을 만들다 적발됐고, 경기 군포시의 한 즉석판매제조업체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마라탕에 들어가는 건두부를 제조하고 제품에 제조연월일조차 표기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식약처의 마라탕 급습이 시의적절했다는 의견이다. 새로운 식재료가 퍼져나가는 현상은 유통업계에서 저렴한 식재료가 크게 풀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처럼 식약처의 점검은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소비자들은 마라가 제2의 대만 카스테라가 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반복되는 ‘외식업계의 비극’이기도 하다. 하나의 아이템이 주목받아 선풍적인 인기를 유지하는 기간은 길어봐야 2년이다. 그 이후로는 흔적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지난 2016년 국내서 큰 인기를 끌었던 대만 카스테라는 한 때 관련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17개나 될 정도로 뜨거웠다. 그러다 1년도 안 돼 매장의 절반이 문을 닫고 현재는 파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금력이 있어 여러 사업에 투자해도 괜찮은 사업가들은 상관없지만, 평생 모은 돈으로 생계를 걸고 창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타격이다. “한건 크게 하고 내빼지 뭐”라는 시장의 분위기가 결국 몰락으로 치달은 셈이다.

한 식품업계 전문가는 “실제로 중국의 식재료는 저렴한 이미지에 비해 고급진 식재료가 많다”면서 “문제는 재료들을 한국으로 들여오는 유통업체와 이를 취급하는 외식업체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라는 현재 대만 카스테라처럼 위기에 처했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상황이다”라면서 “집에서 간편하게 해먹을 수 있는 소스도 나오고 있고, 여러 파생상품도 연이어 출시되고 있어 식품업계도 쉽게 중단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