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세점 매출을 포함한 공항 매장의 글로벌 여행수입은 지난 15년 동안 3배나 증가해 2017년에 690억 달러(81조 2400억원)를 기록했다.    출처= Mediu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이제 쇼핑몰의 시대는 지났다. 전 세계 오프라인 소매매장들이 고전하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아직도 고객들로 북적대는 소매 매장이 있다. 바로 공항 매장이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몽클레르(Moncler), 미국의 대표 위스키 잭 다니엘스(Jack Daniel's), 구강용품회사 콜게이트(Colgate), 화장품 회사 에스테 로데(Estée Lauder) 같은 유명 브랜드들이 전세계 공항에 매장을 확장하면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충동 구매하는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콜게이트는 7월 초에 공항 매장에서 인기가 높은 고급 노화방지 스킨케어 브랜드 필로르가 (Filorga)를 인수했다. 콜게이트의 노엘 월리스 최고경영자(CEO)는 "필로르가 브랜드는 콜게이트가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여행 소매 채널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자들의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지만, 기업들은 전 세계 공항에서 밀레니얼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들이 기여했기 때문일까. 공항 소매업계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Boston Consulting Group)에 따르면 면세점 매출을 포함한 공항 매장의 글로벌 여행수입은 지난 15년 동안 3배나 증가해 2017년에 690억 달러(81조 2400억원)를 기록했다.

CNN에 따르면, 전세계 도시의 소매 매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공항 매장이 이처럼 잘 나가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항공 여행 시장이 개방되면서 저가 항공사들이 급증함에 따라 이들이 신규 항공 수요를 촉발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전세계 항공 여행객 수는 2002년만 해도 20억명이 채 되지 않았지만 2017년에 40억 명이 넘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 잭 다니엘스는 최근 호주 멜버른 공항에 새 매장을 열렀다.  이 회사는 연간 매출의 4%를 '여행소매사업’으로부터얻는다.    출처= Jack Daniel's

항공 여행객이 늘어남에 따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공항 소매 판매는 2002년 이후 매년 14% 씩 성장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이 지역의 공항 소매 판매가 전세계 판매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시장조사회사 NPD그룹은 2026년까지 전세계 공항을 운행하는 항공기가 매년 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도 항공 여행객은 향후 몇 년 동안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NPD그룹에 따르면 항공 여행객들은 탑승 전 평균 56분의 자유시간을 가지며, 그 중 25분을 면세점 쇼핑에 사용한다.

명품 브랜드, 주류 업체, 화장품 업체들은 그 짧은 시간 동안 여행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잭 다니엘스 위스키와 프리미엄 버번 우드포드 리저브(Woodford Reserve)의 모회사인 브라운-포먼(Brown-Forman)의 글로벌 여행소매 사업부장 몽고메리 윌슨은 "여행자들은 합리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탐험하려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휴가를 즐긴다.”고 말했다.

윌슨에 따르면 공항의 쇼핑객들이 자신만을 위한 물건도 찾지만 친구와 가족에게 줄 선물도 찾는다.

브라운-포먼은 연간 매출의 4%를 '여행소매사업’으로부터 올리고 있으며, 이 사업부가 계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여행소매사업부 매출은 작년에 6%, 재작년에 8% 증가했다.

회사는 공항과 국제 관광지에서만 판매되는 잭 다니엘의 ‘보틀드인본드’(Bottled-in-Bond) 제품군을 위시해 새로운 위스키 라인을 공항 매장에 추가하고 있다.

퍼피 다운 재킷(Puffy Down Jacket)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고급 패션회사인 몽클레르에게도 공항매장은 ‘차세대’ 고급 쇼핑객들을 만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몽클레르는 현재 10개의 공항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 말까지 20개의 매장을 더 추가할 계획이다. 최근 파리 샤를 드골 공항과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 새 매장을 열었다. 조만간 터키 이스탄불 공항에도 새 매장이 생길 것이다.

몽클레르의 루치아노 산텔 상무는 지난 5월 애널리스트들에게 “회사가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항 매장 전용 상품을 기획하고 있고 소규모 공항 매장에 제품을 전시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 현재 10개의 공항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몽클레르(Moncler)는 내년 말까지 20개의 매장을 더 추가할 계획이다.    출처= Moncler

화장품 회사들도 공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에스테 로데의 파브리치오 프레다 최고경영자(CEO)는 "여행 소매는 회사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채널”이라며 에스테 로데 화장품 충성 구매자들의 첫 구매의 59%는 공항 매장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에스테 로데는 공항의 광고를 늘리고,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며,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공항에서 픽업하는 새로운 쇼핑 옵션을 추가하는 등, 공항 소매영업에 많은 공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고객들이 공항에서 쇼핑을 하면 기내 좌석까지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심지어 브룩스톤(Brookstone) 같은 죽어가는 브랜드들도 고객들이 붐비는 공항 매장을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1965년 통신판매로 시작한 미국의 유통업체 브룩스톤은 지난해 두 번째 파산 신청을 하고 미국전역의 101개 매장을 모두 폐쇄하겠다고 밝히면서도 35개의 공항 매장을 계속 오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