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5G 시대가 개막하면서 트래픽 이용이 급증하는 가운데 망 이용료 분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통신사업자는 증가한 트래픽으로 인한 비용부담으로 망 이용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콘텐츠 기업은 그 수준이 너무 높다며 반발하고 있다.

▲ 망 이용료,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출처=Imagetoday

통신업계에서 망 이용료에 관한 분쟁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제기돼 온 고질적인 문제다. 망 이용로 정산방식이 변경된 2016년 이후로 이전에는 동일계위간에는 정산하지 않던 접속통신료가 정산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콘텐츠 기업이 부담해야 할 망 이용료가 증가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여기에 최근 국내 기업 네이버와 글로벌 기업 유튜브가 이동통신사에 지불하는 망 이용료가 700억원대와 0원대로 상반되는 보도가 나와 논란은 더 커졌다. 글로벌 기업이 일방적으로 망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특수 이익을 챙기고 반면 국내 기업이 손해를 보는듯한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국내 콘텐츠 기업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역차별로 보이는 이러한 현상은 통신사업 규제의 허술함과 함께 이통사들이 높은 망 이용료를 받는 구조가 고착화 됐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통사 망 이용료 부과 근거 부족해…“韓 네트워크 구축비용 세계서 가장 저렴한 수준”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5G시대 콘텐츠 기업의 생존전략; 망 이용료 인하 방안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를 두고 각계 전문가들의 토론이 진행된 바 있다. 첫 번째 발제자인 김민호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신사의 인터넷 트래픽 증가에 따른 투자비용 회수와 인터넷망 사업자의 투자유인을 제고한다는 내용이 주로 접속료 정산방식 변경의 주요 논거로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ISP 사업자(통신사)의 영업수지개선과 채산성 확보가 법적으로 ‘공익’이라는 규제목적의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존 밀번(John Milburn) 하나셋 코퍼레이션 CTO는 더욱 직설적으로 이통사들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존 밀번 CTO는 “현재 한국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한 아마존웹서비스(AWS)같이 해외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들이 증가하는 한편 국내 통신사업자들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가운데 트래픽 비용은 일반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의 최소 5배에서 많게는 10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수익이 나는 곳은 한정된 반면 클라우드 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등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만큼의 부담을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콘텐츠 사업자(CP)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 존 밀번 CTO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정다희 기자

해외 CP들과 국내 CP들에게 동일한 비용을 부담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최근 KT와 해외 CP가 망 이용료 계약을 맺은 사실이 보도된 바 있다. 존 밀번 CTO는 “KT와 해외 CP가 그런 계약(망 이용료 계약)을 맺은 사실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과연 국내 CP와 동일한 수준의 계약인지 공개할 수 있느냐는 미지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나 다음, 카카오는 내수가 주인 작은 시장이며,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CP의 경우는 한국 시장에 목맬 필요가 없다”면서 ISP 사업자와의 협상력 자체가 애초에 국내 CP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해외 CP의 경우 본 서버는 해외에 있지만 실제 데이터가 오가는 건 국내에 직접 설치한 캐시서버기 때문에 굳이 국내 이통사에 망 이용료를 지불할 유인이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 존 밀번 CTO는 “한국은 높은 인구밀도와 생산성 등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네트워크 구축비용이 저렴한 나라 중 하나”라면서 네트워크 구축비용 증가에 따른 망 이용료 인상이라는 이통사의 명목도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부담 증가, CP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까 우려

한편, 그가 진짜 문제로 지적한 건 스타트업들이 받는 높은 부담이다. 존 밀번 CTO는 망 이용료 부담이 콘텐츠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스타트업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산업에 뛰어들 때 경쟁이 활성화되면서 국제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자로 참여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도 의견을 같이했다. 최 대표는 자신은 1차 인터넷 붐과 2차 벤처붐을 모두 목격한 장본인이라고 밝히며 “모바일 서비스의 폭발적인 확장에 바탕을 둔 스타트업의 경우, 스마트폰 등장 이전 통신사들의 정책대로 사업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통신사들이 제공·통제하는 무선인터넷 환경)에서는 우리나라 CP 중 중소기업을 벗어난 CP가 한 군데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 대표는 “과거 2G 시절은 자유로운 무선인터넷 사용이 어려웠지만 3G 이후 자유로운 인터넷 사용의 원칙이 적용되면서 9개의 유니콘 기업이 등장할 수 있었다”면서 자유도 높은 무선 인터넷 환경이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에 핵심 요인임을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이용자들이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그 안에 콘텐츠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네트워크가 없으면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없고 반대로 네트워크가 있더라도 양질의 콘텐츠가 없다면 무의미할 것”이라면서 같은 생태계 안에서 네트워크 사업자들과 CP들의 상생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네트워크 사업자와 콘텐츠 기업이 생태계 안에서 상생하며 기여한 부분에 대한 공정한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이통사, "막강한 협상력?, 인기 CP는 시장 위상 ISP 넘어서"

신민수 한양대학교 교수는 정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신 교수는 "국내 초고속인터넷 인프라의 고도화에 따라 생태계가 활성화 되면서 ISP 사업자, CP, 단말제조사 등 각 사업자들의 시장성과 격차가 커지기 시작했다"면서 "그 결과 이미 국내 대표 CP의 매출 성장율과 영업이익율은 대규모 네트워크 인프라를 운용하는 ISP를 능가해 시장 내 위상이 역전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교수는 "카카오톡의 성공요인은 급증하는 스마트폰 가입자 규모와 큰 연관성이 있다"면서  CP의 성공요인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가입자 모집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교수는 최성진 대표와 마찬가지로 통신사와 CP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5G 시대 건강한 인터넷 생태계 확립과 사회적 후생 극대화를 위해서는 생태계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네트워크를 함께 키워나갸아 한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망 이용료에 관한 논쟁은 진행 중이다. 관련 규제에 대한 정부 측의 입장도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이통사와 콘텐츠 기업 간의 논쟁이 이어지는 사이 결국 최종 소비자들에게 비용부담이 전가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엄열 과학기술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 과장은 “정부는 이런 정산 방식이 글로벌 표준에 맞는지, 망 이용료가 실질적으로 올랐는지, 실제적으로 스타트업들에게 큰 장애물이 되는지 세밀하게 관찰하고 있다”면서 “결국 최종 이용자들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것은 아닌지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