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를 찾아온 40대 중반의 남성은 개인 사업을 하는 분이었다. 직업상 사람을 많이 만나는데, 튀어나온 입 때문에 얼굴에 자신이 없어 대인관계도 소극적이 된다고 했다. 치아교정을 생각했지만 일 때문에 미루다가 돌출입 수술에 대해 알게 되셨단다.

돌출입은 단연 상급으로 심했고, 동시에 무턱이 동반되어 있었다. 발치교정을 하지 않고 미룬 것은 결과적으로는 잘 된 일이었다. 발치교정을 한 후라면 돌출입 수술의 개선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 치아 4개, 시간, 비용 등 단번에 돌출입과 무턱이 개선될 기회를 잃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사실 약 15년 전쯤에는 사회적 분위기가 달랐고 남성들의 돌출입수술 사례는 매우 적었다. 극소수의 남자들만 성형외과에 찾아왔는데 그 중에는 이상하게도 수술하기에 부적합한 사람의 비율이 높았다. 거꾸로 말하면, 웬만한 남자들은 성형외과를 찾지 않았던 시기에 성형외과를 찾는 남자들은 뭔가 유별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요즘 여성들은 남자의 능력, 스펙뿐만 아니라 외모도 중요시한다. 여성들의 능력과 스펙이 올라간 것도 한 원인이다. ‘돈은 내가 벌게, 넌 잘생겨다오’ 라고나 할까? 근래에는 돌출입수술을 하러 오는 환자 중 남성의 비율이 거의 50%에 가까워지고 있다. 남녀 구분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는 남성들의 생각이 달라진 결과이기도 하다. 요즘은 남자도 자신의 외모를 ‘업글’(업그레이드)하는데 적극적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부끄러운 일로 생각하지 않고 일종의 경쟁력이라 여긴다.

40대 남자 환자의 돌출입수술 날짜가 되었다.

필자는 돌출입 수술 직전에 환자에게  다양한 앞턱끝 모양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그 중에 하나를 고르게 한다. 원하는 턱끝 모양이 있다면 그 연예인 사진을 가지고 오라고 하기도 한다. 연예인 사진 들이대면 화내는 의사도 있을 것이다. 비슷하게 맞춰줄 자신이 없으니 그렇다. 이 남자 환자는 필자와 상의한 끝에, 미리 자신이 원하는 정도의 앞턱끝 모양을 정하고 수술에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앞턱끝이 아랫입술 밑 굴곡보다 어느 정도 앞으로 나오는 곡선을 이루며 오똑한 편이 더 핸섬한 느낌을 주고 스마트해 보인다. 환자 역시 오랫동안 무턱으로 지내온 만큼, 이런 잘생겨 보이는 턱끝을 갖고 싶어 했다.

수술은 예정대로 시행되었고, 수술 후 두 달이 가까워진 어느 날 그 환자가 병원에 왔다.

돌출입과 무턱으로 인해 퉁명스럽고 우유부단한 인상을 주었던 그 분은 훨씬 스마트해보이고 결단력 있어 보이는 느낌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 남자분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원장님, 잘 생겨지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런데요…

궁금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제 얼굴이 좀 부담스럽습니다. 원장님 원망하는 건 정말 아니구요. 턱끝을 조금만 지금보다 뒤로 옮겨 주시면 안 될까요?

환자의 마음이 변한 것이다. 사실 환자가 수술 전에 원했던 그 턱끝 모양 그대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을 환자도 인정하고 있으니 필자가 재수술을 해줘야 할 책임은 없었다.

사업을 잘 하는 의사라면 이때를 놓치지 않고 고액의 재수술 비용 이야기를 꺼냈을지 모른다. 이 경우는 명백히 ‘고객의 변심’ 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 환자가 억지를 쓰고 트집을 잡아 일을 해결하려고 했다면, 필자는 그분에게 인간적으로 매우 실망스러웠을 것이고 결코 양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환자는 솔직했다. 솔직함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 남자 환자는 재수술비가 얼마든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했다. 쿨하다. 그러나 필자는 재수술비 대신 소정의 재료비만 부담하게 했다. 그리고는 전신마취로 턱끝을 조금 후퇴시키는 재수술를 해주었다. 필자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지는 진솔함과 젠틀함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재수술 후 환자는 그제야 아주 만족해했다. 어찌 보면 환자는 눈에 띄는 잘생김보다 평범함 속의 자연스러움을 택한 셈이다. 수술 전 눈에 띌 정도로 심한 돌출입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에게는 범상치 않게 잘생긴 입매보다 오히려 평범한 자연스러움이 더 소중했던 모양이다.

지난 칼럼에서도 썼지만, 돌출입수술을 할 때 턱끝수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돌출입 수술에서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 할만한 이 턱끝 수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얼굴이 길어진다든지, 합죽이가 된다든지 또는 여전히 무턱이 남는 문제가 생긴다. 또한 턱끝의 위치를 조절함으로써 환자가 원하는 취향을 어느정도 반영할 수 있다. 가령, 서구적이거나 강인해보이는 느낌이 될 수도 있고, 귀엽고 앳된 느낌이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거의 모든 케이스에서 돌출입수술과 동시에 턱끝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에서도 추가 부담 없이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동시 턱끝수술을 안하고 입만 넣어도 수술 전보다는 나을 거라며, 굳이 턱끝까지 수술하려면 따로 비용을 내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결코 환자를 위한 일이 아니다.

눈에 띄게 잘생긴 입매보다 조금은 평범한 자연스러운 입매를 갖기로 ‘변심’했지만, 무리없이 재수술을 받고 행복해했던 그 사업가 남자 분은 어디서 무엇을 하시든 잘 해내고 있을 거라 믿는다.

그에게는 영국의 사회학자 캐서린하킴이 밝힌 성공의 열쇠인 ‘매력자본’이란 무기가 있다. 아름다운 외모도 외모지만,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솔함과 신사도(紳士道)를 가지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