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 선거의 결과

지난 21일 치러진 제25회 일본 참의원 선거.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은 연립여당 공명당과 함께 전체 의석의 과반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이었던 개헌 발의선 확보는 실패했다. 따라서 향후 3년간 일본은 헌법 9조를 개정해서 전쟁 가능한 나라로 바꾸는 개헌 추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서 일본 언론은 개헌 발의선에 4석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연립여당과 마찬가지로 개헌에 동의하는 일본 유신회가 10석을 획득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렇든 말든, 일단 일본의 개헌 추진은 물 건너갔다.

“내 평생의 과업입니다. 국민투표법은 만들었지만 개헌까지는 이루지 못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정치가가 됐는지 생각하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하고 싶습니다.”

아베 총리가 헌법 개정과 관련해서 지난 2013년 NHK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인터뷰 내용에서 알 수 있듯 아베 총리는 일본을 전쟁 가능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확실하다. 아베 총리에게 헌법 개정은 평생 과업이자 정치적 목적이다.

그렇다면 왜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개헌 발의선 확보에 실패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유권자 일본 국민은 아베 총리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은 일본이 전쟁 가능한 나라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아베노믹스와 일본 경제

1985년 9월 22일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G5) 재무장관이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모였다. 그들은 외환시장에 개입해 미국 달러를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에 대해 평가절하 시키기로 합의했다. 적자가 난 미국 경제 사정 때문이었다. 플라자 합의 이후 2년간 엔화와 마르크화는 달러에 대해 각각 65.7%와 57% 절상됐다.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은 엔화 가치가 상승(엔고)해서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었다. 그런 상태가 지속되면서 ‘잃어버린 20년’으로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플라자 합의는 미국이 강력한 위력으로 일본 경제를 압도한 사건이라 말할 수 있다.

2012년 12월 26일 제96대 일본 총리로 재 지명된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를 들고 나왔다. ‘2∼3%의 인플레이션 목표, 무제한 금융완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통해 일본 경제를 장기침체에서 탈피시키겠다는 경제 전략이었다. 목표는 하나, 20년간 이어온 디플레이션과 엔고 탈출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베 총리는 통화 공급을 확대해서 엔화가치를 평가 절하했다. 또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재정 정책을 사용하고, 적극적인 경제성장 정책을 추진했다. 플라자 합의 이전 수준까지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재 일본 경제는 활력을 많이 찾고 있다.

지난 6월 말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는 이채로운 상황이 발생했다. 아베 총리에 대한 20대 유권자의 지지율(70%)이 60대 유권자의 지지율(49%)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100%에 가까운 취업률을 이뤄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일손이 모자란 일본 기업들은 한국에 와서 구인박람회를 할 지경이다.

 

중러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

지난 23일 한반도에 난데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한 것이다. 과거에 전혀 없었던 일은 아니지만,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중국과 러시아가 같은 날 동시에 이런 도발을 한 적은 없었다.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중국 H-6 폭격기와 러시아 TU-95 폭격기 및 A-50 조기경보통제기 등 군용기 5대가 23일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했다. 침입 시간은 오전 9시 9분부터 12분까지 3분간, 그리고 오전 9시 33분부터 37분까지 4분간. 러시아 A-50 1대가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도합 2차례 7분간 침범한 것이다.

우리 공군은 F-15K와 F-16 등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켜 차단 기동과 함께 러시아 A-50 전방 1㎞ 근방에 360여발의 경고사격을 가했다. 긴박했던 순간이다.

그런데 이보다 2시간 23분 앞선 오전 6시 44분경, 중국 H-6 2대가 이어도 북서방에서 KADIZ로 진입해서 오전 7시 14분경 이어도 동방으로 이탈하는 일이 있었다. 이후 H-6는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내측으로 비행하다가, 오전 7시 49분경 울릉도 남방 약 76마일(140㎞) 근방에서 KADIZ로 재진입했다. H-6은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지나 오전 8시 20분께 KADIZ를 이탈했다. 2차례에 걸쳐 1시간 1분을 침범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군 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해 상공에서 합류해 비행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중·러 간 합동훈련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동해 상공 합동비행은 8월 5일부터 3주가량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한 일종의 대미 압박성 ‘무력시위’라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중국과 러시아의 일본 압박 가능성

갑자기 발생한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 실제 목표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었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는 KADIZ도 침범했지만 JADIZ에도 진입했다.

평화헌법 개정으로 목표가 정해진 참의원 선거 기간 내내 중국과 러시아는 불쾌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청일전쟁과 중일전쟁에서 패한 중국, 러일전쟁에서 진 러시아는 일본의 재무장이 반가울 리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헌 실패가 확인된 다음 날, 기다렸다는 듯 JADIZ를 침범했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목표는 일본 자극이었다.

이 외에도, 중국과 러시아는 개헌을 빌미로 아베노믹스를 정당화하는 아베 총리에 대한 비난 목적으로 JADIZ 침범했을 수 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일방적으로 실행했지만, 미국은 일본의 행동에 묵인했다. 환율조작국이란 평가를 받는 중국과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비난받는 러시아가 미국의 일본 양해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일본의 개헌 의지를 독려하기 위해 JADIZ를 침범했을 수 있다.

일본의 헌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이 허락하지 않는다. 헌법 개정을 용인하는 순간, 미국은 일본과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패전을 용납할 수 없다는 아베 총리가 염두에 두는 유일한 상대는 미국. 미국은 일본의 재무장을 용납하지 않는다.

게다가 일본 고도성장 배경에는 방위를 미국에게 떠맡기는 미일안보조약이 있다. 헌법을 개정하는 순간, 일본은 방위비로 인해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수혜를 포기하고, 일본이 굳이 미국과 결별하고 독자적으로 군대를 유지할 리가 없다. 따라서 헌법 개정은 구호에 그치고, 일본은 스스로 헌법 개정을 피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아는 중국과 러시아가 JADIZ를 침범했을 수 있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인 헌법 개정을 내건 아베 총리에 대한 경고이다. 정말로 의지가 있으면, 전쟁을 원치 않는 국민들을 설득해서 전쟁 가능한 나라가 되기 위해 헌법을 개정해보라고 아베 총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향후 중국과 러시아의 제2, 제3 무력시위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