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역세권이란 지하철을 중심으로 500m 반경 내외의 지역으로 도보로 5~10분 안팎인 지역을 뜻한다.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하는 역세권은 집을 선택할 때 주요 고려요소가 되며 집값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 같은 선호는 밀레니얼 세대에서 조금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직방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집은 사는(buy)것이 아니라 사는(live)것”이라면서 “당장 1~2년 후 생활의 기반이 어떻게 달라질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미래 가치보다는 지금 누릴 수 있는 가치와 매력이 명확한 주거지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밀레니얼 세대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얼마나 좋은지, 직장과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시설이 근처에 있는지를 따지며 돈을 더 지불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역세권 입지 차이에 따라 월세가구의 임대료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24일 직방이 올해 4월 1일부터 5월 10일까지 한달여간 직방 앱 매물을 조회한 결과 지하철 5분 거리의 원룸·투룸·쓰리룸은 지하철 15분 거리에 위치한 곳보다 최대 35%까지 임대료가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역을 기준으로 지하철역 5분 거리에 위치한 원룸은 평균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6만원인 반면 15분 거리에 위치한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9만원으로 19%가 저렴했다. 월세의 가격 편차는 방이 많아질수록 확대됐다. 투룸은 역세권 5분거리 임대료가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66만원으로 집계됐지만 15분거리에 있는 매물은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15만원으로 무려 29%의 임대료가 차이가 났다. 쓰리룸 매물은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269만원, 전세가 5억5824억원으로 집계가 된 반면 15분 거리에 위치한 매물은 전세가격 3억6544만원으로 월세가 환산시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73만원으로 역에 가까울수록 35% 가량 임대료가 비싸졌다.
강남역은 원,투,쓰리룸 등 매물이 가장 많은 역세권 지역으로 전체 서울권 역사 중 매물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두 번째로 많은 매물이 분포하고 있는 신림역 역시 지하철역에서 멀어질 때 임대료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원룸은 오히려 임대료가 상승했다.
투룸·쓰리룸의 경우 역세권 5분 거리의 임대료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87만원,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20만원으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매물보다 각각 15%, 12%가 비쌌다.
그러나 원룸은 5분거리에 위치한 매물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3만원이었던 반면 15분 거리 내 매물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8만원으로 오히려 13% 임대료가 올랐다.
이 같은 현상은 건대입구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건대입구역은 지하철역 5분거리 매물보다 15분거리에 위치한 매물이 원룸 14%, 투룸 1% 가량 더 임대료가 비쌌다. 쓰리룸은 5분거리에 들어선 쓰리룸이 15분거리 매물보다 26%가 더 비쌌지만 이를 제외한 매물은 지하철역에서 멀수록 더 높은 임대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직방 관계자는 “초역세권 건물 컨디션이 낙후 했을 때 지나치게 유동인구가 많아 번잡스럽거나 소음 공해나 야간 조명 공해 우려가 있고 치안의 위험 요소가 있을 때 지하철역에서 멀어질수록 임대료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전월세 가구의 경우 역마다 거리상에 따른 임대료가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밀레니얼 세대가 주 전월세 가구의 임차인으로 등극하면서 역세권이 아닌 다양한 세권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들은 현재 누릴 수 있는 가치와 매력이 명확한 주거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랑 단어와 함께 언급되는 밀레니얼 세대는 각자 선호하는 다양한 ‘세권'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서핑권’ ‘한강세권’ ‘궁세권’ 등이다.
서핑권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서핑이 새로운 취미생활로 각광받으면서 새롭게 떠오른 지역을 뜻한다. 바다 가까운 곳에 위치해 언제든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지역으로 부산 해운대를 비롯해 속초 청호동, 제주도 제주시 이호동, 서귀포시 중문동 등이 서핑권으로 꼽힌다.
속초 정호동의 경우 월세는 원룸(면적 21.4㎡)이 보증금 500만원·월세 35만원, 투룸(면적 66.12㎡)이 보증금 3000만원·월세 45만원에 형성돼있다.
서울권에서는 역세권 뿐만이 아닌 한강세권과 궁세권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강세권은 말 그대로 한강과 가까운 지역으로 한강 접근성이 수월한 곳을 말하며 주로 여의도(당산역), 망원동, 뚝섬 유원지역, 보광동 등이 한강세권에 속한다. 궁세권은 경복궁 등의 ‘궁’을 볼 수 있는 입지로 안국역과 경복궁역, 서대문역 등이 궁세권에 속한다.
한강세권의 임대료는 망원동의 경우 원룸(면적 18.51㎡)이 전세 1억3700만원, 투룸(면적 46.28㎡) 전세 2억원, 쓰리룸(면적 66.1㎡) 전세 2억9000만원대에 형성돼있다.
고궁을 코앞에서 누릴 수 있는 궁세권 중에서 서대문역 매물 가격은 원룸(면적 18.84㎡)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 투룸(면적52.89㎡) 전세 1억5000만원, 쓰리룸(면적 58㎡) 전세 1억원대 등이다.
직방 관계자는 “과거에는 역세권 입지로 젊은 세대들의 선호도가 몰렸지만 다양한 취미생활과 생활여건을 중시하면서 원룸·투룸 등 전월세 가구에서도 궁세권, 숲세권 등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