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게임 대장주 넷마블의 주가가 한 달 사이 약 30% 급락했다. 이달 초 10만원 선이 붕괴된 후 9만원 선에서도 턱걸이를 하고 있다. 

최근의 주가 급락은 넷마블이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던 넥슨 매각의 무산과 일부 기대작의 흥행 실패 등 영향을 동시에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종종 지적되는 고평가 논란도 하락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심지어 공매도 비율은 30%를 상회하고 있다. 신규 모멘텀이 작동하려면 하반기 출시를 준비 중인 신작 흥행과 비용 감축으로 인한 영업이익 제고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평이 나온다. 

▲ 넷마블 주가가 한달 사이 약 30% 내렸다. 출처=구글 갈무리

넷마블 주가는 23일 9만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6월 24일 종가가 12만9500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한 달 사이 약 30% 급감한 셈이다. 주가는 지난달 28일 12만원 선이 뚫리며 11만3000원을 기록했고 다음 거래일인 7월 1일에 10만500원으로 내렸다. 4일엔 9만66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10만원 선이 무너졌다. 중간에 몇 번의 상승 조정이 있었지만 주가는 아직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넥슨 인수 무산과 함께 다시 붉어진 고평가 논란

넷마블의 넥슨 인수가 무위로 돌아간 것이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넷마블은 올해 초 매물로 나온 넥슨을 인수해 국내 1위 게임사로 자리 잡을 전략이었다. 기업의 재무적 성장에 더해 시너지 효과도 기대됐다. 넥슨이 다수 보유한 인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넷마블의 모바일 게임 개발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넷마블은 앞서 인기 IP를 활용해 만든 모바일 게임을 여럿 흥행시킨 이력이 있다. 그러나 NXC 김정주 대표가 이달 매각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지며 넷마블의 인수 기대감도 사라졌다.

기대작 BTS월드의 흥행 부진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줬다. 넷마블은 BTS월드 출시에 앞서 내놓은 킹오브파이터즈 올스타와 일곱 개의 대죄가 연이어 예상치를 웃도는 흥행을 거뒀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다음 타자로 등장한 BTS 월드에 자연스럽게 높은 기대감이 형성됐다. 전세계 천만 이상의 ‘아미’를 보유한 방탄소년단의 IP를 이용한 게임이라는 사실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결과적으로 BTS 월드는 출시 3주째인 현재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BTS 월드 흥행 부진에 따른 주가 하락은 넷마블 입장에서 다소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애초에 BTS 월드는 장르로만 봤을 때는 그렇게까지 높은 매출을 기대할만한 타이틀은 아니다. 방탄소년단이라는 IP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했던 면이 있다. 게다가 넷마블은 이 게임에 마케팅 비용을 크게 사용하지도 않았다. 아미들이 SNS를 중심으로 자발적인 홍보와 뜨거운 반응을 주도했으며, 출시 이후 매출이 신통치 않자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보이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상장 이후 꾸준히 제기되는 고평가 논란도 재조명되며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의 공모가는 지금도 증권가의 화두다. 넷마블은 지난 2017년 5월 공모가 15만7000원으로 상장했다. 시가총액은 상장과 동시에 게임 대장주 엔씨소프트의 두 배 수준이었다. 이 같은 배경에는 리니지2레볼루션의 이례적인 흥행 대박이 영향을 줬다.

▲ 출처=DART

그러나 상장 이후 넷마블의 성적표는 연일 부진하다. 넷마블은 2018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9%, 영업이익은 59% 하락한 각각 2조213억원, 2417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 실적을 비교해보면 실적 악화는 눈에 띈다. 2017년 1분기 115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넷마블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39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3년 사이 16.8%에서 7.1%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가치가 고평가되어 있다는 평이 나온다. 현재 넷마블의 주가수익비율(PER)는 40배 수준이다. 동일 업종의 PER가 30배 수준인 걸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엔씨소프트의 PER는 25배, 펄어비스는 15배 수준이다. 

PER는 주식가격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회사의 주식 가치를 평가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PER가 낮으면 회사가 거둔 이익에 비해 주식이 저평가, 높으면 고평가됐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공매도 비율 30%… ‘표적’되는 중?

넷마블이 공매도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넷마블의 공매도 비율은 30%를 넘나든다. 이는 동종 업종 평균뿐 아니라 전체 증권시장에서도 꽤 높은 비중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팔고 실제로 가격이 내리면 싼값에 주식을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고 차익을 남기는 투자방법이다. 주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이를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넷마블이 표적이 되는 이유는 첫째로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게임주의 패턴화된 특성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 따르면 게임주는 실제 기업 가치와 별개로 신작 모멘텀이 유난히 주가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경향이 있다. 주로 주요 신작이 출시되기 전에 주가가 오르고 론칭 시점부터는 실제 흥행 여부에 크게 상관없이 해당 종목 가격이 하락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BTS 월드는 출시 전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그런 기대감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론칭 초기 성적이 부진한 조짐을 보이자 주가가 단기간에 10%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도 이와 비슷한 패턴의 사례다. 블소 레볼루션은 리니지M과 비견될 정도로 큰 기대작이었다. 증권가에 따르면 이 게임의 론칭 이후 첫분기 일평균 매출은 11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는 사실상 상당한 흥행인데도 워낙 높았던 기대감 탓에 출시 당일 주가가 크게 내린 바 있다. 

게임주의 경우 실제 가치를 반영하기보다는 학습된 패턴으로 주가가 움직인다는 평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넷마블뿐만 아니라 게임주가 실제 기업 가치보다는 단기 패턴으로 투자에 활용되는 게 걱정”이라고 밝혔다. 

▲ 넷마블 사옥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주가 반등…”신작 흥행과 비용 절감 동시에 해야”

긍정적인 건 넷마블이 올해 하반기 앞둔 기대 신작이 여럿이라는 점이다. 4분기 세븐나이츠2, 스톤에이지M 등 인기 IP 활용 자체 개발작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지스타에서 좋은 반응을 이끈 A3도 출시가 예상된다. 3분기엔 블소 레볼루션과 요괴워치의 일본 출시 일정이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성종화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신작 모멘텀과 넥슨 지분 인수 모멘텀 동시 소진으로 고밸류 부담이 다시 부각돼 주가가 큰 폭 조정을 거쳤다”면서 “고밸류 논란을 해소하려면 반드시 빅히트 신작 창출과 효율적 비용 관리를 모두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종화 연구원은 “4분기 국내 출시가 예상되는 세븐나이츠2, 스톤에이지M, A3는 비교적 기대 수준이 높은 일정”이라면서 “이를 통해 신작 모멘텀과 실적 모멘텀을 동시에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수합병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케이프투자증권 이경일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넥슨 인수가 무산되며 단기간 내 M&A가 실현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2020년 경영목표(연매출 5조원)을 달성하기 위한 적극적 해외진출 의지를 감안할 때 향후 대규모 M&A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