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자동차보험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치솟고 있지만 보험료 인상은 이뤄지기 힘들 전망이다. 이미 상반기 두 번의 보험료 인상으로 금융당국과 보험소비자들의 눈총을 피하기 어렵다는 보험사들의 우려에서다. 손해를 보더라도 당장으로선 이렇다 할 방안이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 4곳의 지난달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각각 90%, 87%, 86.5%, 84.2%다.

업계가 보는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7~78%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손해율이 100%가 넘지 않아도 보험금 외에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따져보면 적정 손해율만 넘겨도 이미 손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손보사 자동차보험의 1분기 누적 손해율 역시 79.1%를 기록, 적정 손해율을 넘었다.

▲ 출처=보험연구원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에는 ▲정비수가 인상 ▲육체노동 가동 연한 연장 ▲한방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 등이 영향을 끼쳤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6월 정비요금 인상을 공표함에 따라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 정비요금 재계약이 예년보다 인상된 요금이 반영됐다.

육체노동 가동 연한 정년이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연장되면서 사망과 후유장해 등으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된 부분에 따른 손해액 등도 보험금 산정 시 확대 적용됐다.

또 한방 추나요법이 건보에 적용되면서 진료수가가 기존 1만5000원대에서 최대 5만원대 후반까지 증가하게 됐다. 자동차보험 한방환자 중 약 40%가 추나요법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치솟는 손해율에도 보험료 인상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상반기에 두 번이나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은 지난 5월과 1월에 각각 1.5%, 3.4% 수준의 보험료 인상을 단행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보험료 조정은 자율적이라고 하나 금융당국과 보험소비자들의 눈치에 더 이상 올리기도 힘든 실정”이라며 “지난 5월에 인상된 보험료는 표준약관 변경에 따른 인상분을 반영한 것이라 보험료를 인상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두고 “생활물가 상승, 보험금 누수 방지 등을 고려해 자동차 보험료 인상 폭을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업계는 보험료를 두 번이나 올렸음에도 손해율에 비상등이 켜진 이유에 대해 “인상분을 보험료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간접적으로 보험료 인상에 제동을 걸고 있는 금융당국 눈치에 보험료 인상폭이 저조했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진퇴양난’에 처했다는 입장이다. 보험사 인상요인은 산적한데, 보험료는 올릴 수 없을뿐더러 딱히 방책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현업 부서에서도 자동차보험료 인상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며 “다만 향후 계절적 요인 등으로 손해율이 더욱 상승하게 된다면 그때는 보험료 인상에 대해 공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의무보험이다 보니 보험사들 마음대로 보험료를 조정하기가 힘들다”며 “보험료 인상 외에는 딱히 방책이 없어 당장은 보험사들이 손해를 감수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현재 보험료를 상승 요인만큼 올릴 수 없는 실정”이라며 “두번째 올렸을 때도 말이 많았기에 세 번째는 단행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보험료가 1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보험료가 1% 오를시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달에 천원 수준밖에 인상이 안 되는 것”이라며 “다만 보험료를 올렸다는 그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가 보험료 인상에 더욱 눈치가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