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사슬알균(Streptococcus pneumoniae) 출처=질병관리본부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폐렴은 면역력이 약한 노인에게 암만큼이나 치명적인 질환으로 손꼽힌다. 고령에 접어들수록 폐 기능과 면역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폐렴 위험도가 높아지고, 심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폐렴에 걸리더라도 대부분 1~2주 이내에 회복되지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폐렴이 패혈증, 호흡곤란, 폐농양 등 또 다른 합병증을 일으키며 사망률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폐렴 사망자의 대부분이 65세 이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65세 미만 성인의 폐렴 사망률은 10만 명당 3명이었으나 노인의 경우 10만 명당 209.1명으로 크게 높아진다.

▲ 국내 성인에서 침습성 폐렴구균 감염증으로 인한 사망률(2011). 출처=질병관리본부

감기 증상과 비슷해 놓치기 쉬워

폐렴은 각종 미생물 감염으로 폐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폐렴을 일으킬 수 있는 미생물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리켓치아, 기생충, 결핵균 등 매우 다양하다. 이중 세균이 가장 흔한 원인균이며, 세균 중에서도  폐렴구균이 가장 많다.

폐렴구균은 콧물이나 환자가 기침할 때 튀는 분비물로 전파되며, 혈액이나 뇌수막에 침투할 경우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한다. 특히 노인의 경우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20~60%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폐렴의 초기 증상은 기침, 가래 등 감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기침이 1주일 넘게 지속되고 호흡곤란, 고열, 비정상적인 호흡음 등이 있다면 폐렴을 의심해야 한다.

그러나 노인의 경우 무증상이 많아 병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엑스레이 검사에서도 병변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폐렴은 대부분 입원하지 않고 외래에서 치료가 가능하다. 다만 증상이 심하거나 지병이 있는 경우 입원 치료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폐렴은 원인균에 따라 항생제를 이용해 치료한다. 건강한 성인은 폐 속 세균을 없애는 항생제를 투여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1~2주 안에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만 면역력이 낮은 어린이나 고령자 등은 폐렴이 쉽게 낫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다당질·단백결합 백신 모두 맞아야 효과 높아

폐렴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백신접종이다. 백신접종은 1회만으로도 효과가 나타나며, 폐렴구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 ‘뇌수막염’ 등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폐렴구균 백신은 제조방법에 따라 크게 '단백결합 백신(PCV13)'과 '다당질 백신(PPSV23)'으로 구분된다. PPSV23은 PCV13보다 11가지 혈청형을 추가로 보유하고 비용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PCV13보다 면역반응 효과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받은 폐렴구균 백신은 화이자의 '프리베나13'과 사노피파스퇴르의 '뉴모23', MSD의 '프로디악스23' 등이다. 프리베나13은 단백결합 백신이고, 뉴모23과 프로디악스23은 다당질 백신이다. 제품명 뒤에 붙는 숫자는 예방할 수 있는 폐렴구균 혈청형의 가짓수를 의미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더 많은 종류의 폐렴구균을 예방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폐렴구균 감염증은 폐렴, 부비동염, 중이염과 같은 비침습성 질환과 균혈증, 뇌수막염 등 침습성 질환으로 나뉜다. 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침습성 폐렴구균 감염증 예방 효과는 PPSV23이 45~74%, PCV13이 75%로 각각 나타났다. 비침습성 폐렴구균의 경우 PPSV23이 25~65%, PCV13이 45%를 예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폐렴구균에 대한 백신접종은 2세 이하나 65세 이상에게 모두 권장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만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다당질 백신을, 영유아의 경우 단백결합 백신을 무료로 접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노인의 경우 무료 접종만으로는 제대로 된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대한감염학회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폐렴 예방을 위해 두 가지 백신을 모두 맞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당질 백신 하나만으로는 폐렴구균 예방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단백결합 백신까지 접종해 상호 보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즉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보건소에서 무료로 다당질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단백결합 백신을 맞아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어르신의 건강 보호와 지역사회 전체의 질병 부담을 낮추기 위해 예방접종률을 좀 더 올려야 한다”며 "접종대상 어르신, 보호자 및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관심과 예방접종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