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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사는 법] 롯데, 그만 미워해도 되는 이유 지배구조 탈(脫) 일본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고객들이 줄어든 유니클로 매장.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롯데는 최근 2년간 우리나라 외교의 문제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기업이다.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은 중국 내 롯데 사업장을 향한 집중포화로 이어졌다. 이에 버티지 못한 롯데는 큰 손해를 감수하고 중국 롯데마트를 철수하기에 이른다. 이제는 중국 발 위험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 악화가 또 롯데의 발목을 잡았다. 두 사건에는 롯데가 기업 도의적으로 딱히 ‘잘못한 일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일본 두 나라에서 ‘뭇매’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일본 그리고 롯데에 대한 국내 여론은 매우 사나워졌다. 우리나라 경제를 받치는 여러 근간들 중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생산에 매우 정치적인 의도로 제동을 건 일본의 조치는 우리 국민들을 화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국민들은 일본으로 우리나라의 자본이 유출된다고 여겨지는 제품이나 서비스,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했고 이 불길은 롯데로도 번졌다. 이에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롯데 관련 브랜드로는 롯데쇼핑과 일본패션회사의 합작사가 운영하는 SPA브랜드 ‘유니클로(FRL코리아)’, 롯데가 수입해 판매하는 ‘아사히 맥주(롯데아사히주류)’ 등이 있다. 여기에 어떤 이들은 롯데주류의 소주 ‘처음처럼’에 대한 불매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국내 여론의 움직임은 롯데에게 직접적으로 타격을 줬다. 롯데그룹 계열 상장사 11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지난 12일 22조8468억원이 됐다. 1일 기준 시가총액이 24조6257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주 사이에 약 7.2%가 줄어 1조7789억원이 순식간에 사라진 셈이다. 특히,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거의 첫 번째 타겟인 유니클로의 한국법인 FRL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쇼핑의 주가는 같은 기간 약 11.18%나 떨어졌다.

그런가하면, 롯데는 같은 이유로 일본에서도 뭇매를 맞고 있다. 롯데가 한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일본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한국 제품 불매운동’의 브랜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일본과의 ‘어쩔 수 없는’ 연결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롯데라는 브랜드는 일본에서 시작됐다. 젊은 시절 일본으로 건너간 창업주 신격호 회장이 갖은 고난 끝에 일본 사업가들에게 신임을 얻어 그들에게 빌린 자본으로 1948년 일본에 설립된 회사가 롯데다. 우리나라에서는 1967년 3월 24일 롯데제과의 설립으로 한국 사업이 시작됐다. 최초 설립이 일본이었던 만큼 롯데의 경영에는 일본과 연결된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그래서 롯데는 과거 소비 영역에서 우리나라보다 유행이 앞섰던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브랜드들의 한국 내 유통을 맡기도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유니클로, 아사히맥주, 무인양품 등이 있다.   

지금의 불만 여론에 대해 롯데가 강하게 반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태생부터 일본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동빈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서기 전인 몇 년 전만 해도 한국과 일본 롯데 경영권의 정점은 일본 롯데홀딩스 그리고 창업주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수수께끼의 회사 ‘광윤사’에 몰려있었다.  

   
▲ 한국-일본 롯데 지배구조. 출처= NH투자증권

일본을 넘어선 한국 롯데 영향력

롯데는 한국과 일본법인 사이에 복잡하게 얽힌 관계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롯데가 우리나라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다가 일본 법인에 넘겨주는 식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는 않다. 이미 매출 규모면에서 한국의 롯데는 일본 롯데를 압도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한국 롯데의 전 계열사는 약 100조원의 매출을 올릴 때 일본 롯데는 약 4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단순 계산으로 한국 롯데는 일본보다 20배 이상 큰 기업 집단이다. 

영위하고 있는 사업의 분야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롯데는 식품, 패션, 유통, 건설, 화학, 문화, 금융, 부동산, 여행, IT, (프로야구 구단) 등 광범위한 영역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어 관련이 없는 분야를 찾는 것이 힘들 정도지만 일본 롯데는 크게 식품, 여행, 부동산, 패션, (그리고 프로야구 구단) 정도로 한정된 분야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더구나 현재 한국과 일본 롯데에서 지배구조의 최고 정점에는 신동빈 회장이 있다. 지난 2월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법정 구속 전에 해임됐던 신동빈 회장을 이사회의 대표이사로 다시 추대했다. 

롯데의 탈(脫) 일본 노력 

신동빈 회장도 한국 롯데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점점 우리나라 롯데에 연결된 일본 자본의 비중을 줄여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10월 출범한 ‘롯데지주’다. 롯데지주는 그룹의 모회사인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쇼핑·음료 등 주요 사업부문을 큰 범위 안에서 아우르는 즉, 신동빈 회장과 한국 롯데 경영진의 영향력을 강화한 지배구조의 개선 방안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롯데의 백화점, 마트, 편의점, 이커머스 등 유통사업이나 제과, 음료, 의류 등 소비재 사업은 모두 이 범주에 들어간다. 유니클로나 아사히맥주처럼 브랜드 별로 일본 기업의 지분이 포함된 부문도 있으나, 각 브랜드의 국내 경영은 롯데지주 혹은 계열사에게 일임돼 있다. 

물론, 한국에서 롯데의 관광 사업(호텔·롯데월드) 그리고 화학(롯데케미칼)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호텔롯데 지분의 92%(일본 롯데홀딩스 19.1%, L-투자회사 11개사 72.9%)는 아직까지 일본 롯데에 속해 있다. 그래서 신동빈 회장과 롯데가 약 6년 전부터 현재까지 계속 추진하고 있는 것이 호텔롯데의 국내 증시 상장이다. 호텔롯데가 국내 증시에 상장되면 국내 자본의 투자를 직접 받을 수 있어 일본 자본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 

   
▲ 호텔롯데 국가별 매출 비중(왼쪽)과 국가별 비유동자산 비중. 출처= NH투자증권

사실 한국 롯데와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의 상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때마다 여러 모로 여건이 허락하지 않았기에 여러 차례 좌절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국내 상장의 정당성은 당장 일본 롯데 경영진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다. 호텔롯데 매출의 93%가 한국에서 나오고(일본은 2%) 있으며 비유동자산의 국가별 비중으로도 우리나라의 비중이 88%로 압도적(일본은 3%)이기 때문이다.  

롯데는 일본과 많은 부분이 엮인 기업인 것은 맞다. 그렇기에 다분히 정치적 의도의 보복성 조치가 눈에 띄는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해 롯데의 일부 계열사를 비난하는 국민 여론도 어떤 면에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롯데가 일부 일본 브랜드와 제품의 유통을 한다는 이유로 기업 전체와 더불어 일본과 큰 관계가 없는 롯데의 다른 계열사들까지 도매금으로 쳐서 ‘롯데는 일본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일본 기업’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다소 지나친 발상의 확장이다. 일련의 발상은 일본 자본과는 거의 관계가 없는 롯데마트나 소주 ‘처음처럼’으로도 불똥이 튀게 만들었다.    

   
▲ 일본에서 최근 '다시' 확산되고 있다는 한국제품불매운동의 기업 리스트에 이름이 올려져 있는 일본 롯데.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만약 롯데가 불매운동 여론의 생각처럼 한국에서 어마어마한 이익을 내 그것의 대부분을 일본에 ‘퍼다주고’ 있다면, 현재 일본에서 ‘한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일본 롯데가 자국민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을 이유는 없다.

롯데 혹은 롯데 계열사에서 일하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수는 최대 약 13만명이다. 물론, 롯데는 동종업계에 비해 급여가 낮고 임직원 대접이 좋지 않다는 등, 중소 협력업체들에게 갑질을 한다는 등 과거의 ‘악명’이 있어 사회적으로 약간의 '미운털'이 아직까지는 남아있기도 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과거의 이야기고 그러한 악명도 신동빈 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선 후 많은 부분에서 개선됐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 중 남성 육아휴직자가 가장 많았던 기업도 롯데였다. 다른 무엇보다도, 일본 등 해외에서 많은 자본을 들여와 국내 여러 사업에 투자해 연간 100조 이상을 벌어 근로자 13만명을 먹여 살리고 있는 기업이 롯데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롯데, 이정도면 그만 미워해야 할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박정훈 기자  |  pjh5701@econovill.com  |  승인 2019.07.23  07: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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