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신부복이 저렇게 간지나는 옷이었던가.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전례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종교와 스릴러가 엮인 오컬트(Occult·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초자연적 현상) 영화는 우리나라 정서상 그렇게 관객들에게 그렇게 선호되지는 않는 장르였다. 대개는 서양 오컬트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카톨릭의 권선징악형 구마(驅魔·마귀를 내쫒는) 행위는 뭔가 우리나라 영화하고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으니까. 

그러던 것이 영화 ‘곡성’이 선과 악의 모호함, 여운이 남는 결말로 한국형 오컬트 스릴러의 포문을 열면서 우리나라 영화 관객들도 오컬트 장르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다. 이후 영화 ‘사바하’도 비슷한 맥락으로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했고. 그런 면에서 영화 ‘사자’는 오컬트 장르를 접목시킨 오락영화가 우리마라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영화였다. 

‘사자’는 요즘 드라마, CF를 가리지 않고 맹활약 중인 꽃미남 배우 박서준을 주인공으로 앞세워 비주얼로 일단 오락영화로써 확실한 색을 드러냈다. 여기에 국민배우 안성기를 주연급 조연으로 배치해 무게감을 더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확실하게 드러나는 특징은 이전의 한국형 오컬트와는 스토리 면에서 약간은 다른 길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 영화 '사자'에서 의외의 개그를 보여주는 배우 안성기.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줄거리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어린 시절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후 신에 대한 분노를 가슴에 품고 사는 이종격투기 선수 박용후(박서준)는 우연한 계기로 엑소시스트 안신부(안성기)를 만나 자신에게 악마를 퇴치할 수 있는 힘이 숨겨져 있음을 깨닫는다. 둘은 잔인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영혼을 집어삼키는 악령 ‘검은 주교(우도환)’가 있음을 알아내고 그를 퇴치하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헐리우드의 전형적인 권선징악형 오컬트 스토리 전개는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으로 분한 영화 ‘콘스탄틴’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강력한 힘을 가진 궁극의 악을 무찌르는 정의의 사도들의 고군분투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전에 있었던 ‘선과 악이 모호한’ 한국형 오컬트 영화들이 보여줬던 것과는 확실히 추구하는 궤가 다르다. 

물론 오컬트는 영화는 아니지만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에서 수없이 많이 다룬 소재이기에 어떤 면에서 약간의 식상함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영화로 구현되는 주인공 박서준의 ‘멋’은 보는 눈을 충분히 즐겁게 하기에 오락영화로써는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있을 듯 하다. 여기에 극중에 드문드문 보이는 익숙한 얼굴들이 신스틸러로 등장해 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나쁘지 않다. 극의 무게를 잡은 안성기를 통해 툭툭 건드리는 깨알 같은 개그도 신선하다.  

결말의 격렬한 전투 신에서는 만화적 상상력이 반영된 부분이 보인다. 얼핏 애니메이션 ‘원피스’ 혹은 ‘강철의 연금술사’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 만화들을 알고 영화를 보는 이들은 이 설명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사자’는 찝찝하지 않은 권선징악형 결말, 주인공의 남다른 비주얼, 화려한 액션 그리고 후속편 제작의 가능성이 보이는 장면 등으로 오락영화의 요소들을 잘 갖춘 오컬트 장르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