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급 백화점 바니스 뉴욕은 최근 구조조정 전문가를 고용하고, 임대료를 재협상하기 위한 방법으로 파산 신청 가능성까지 포함한 몇 가지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출처= Fashion & Beauty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모든 빈 점포를 전자상거래 탓으로 돌리지 마시라. 하늘 높이 치솟는 임대료도 소매업체들을 쥐어짜고 있다.

맨해튼, 로스앤젤레스, 댈러스 등 미국의 주요 쇼핑 지역의 임대료가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매업체와 건물주의 격전이 마침내 겉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표적 고급백화점 바니스 뉴욕(Barneys New York Inc.)은 최근 구조조정 전문가를 고용하고, 임대료를 재협상하기 위한 방법으로 파산 신청 가능성까지 포함한 몇 가지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백화점의 간판 매장인 매디슨 애비뉴(Madison Avenue) 매장의 건물주가 올해 초 연간 임대료를 1620만 달러(190억원)에서 2790만 달러(330억원)로 무려 70% 이상 인상했고 바니스는 임대료 인상에 맞서 싸웠으나 중재 과정에서 패소했다.

바니스는 또 26만 평방피트(7300평) 규모의 매장 크기를 줄이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도 검토하고 있으며 회사에 현금을 투입할 의사가 있는 잠재적 투자자들을 찾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현재 헤지펀드 매니저 리차드 페리(Richard Perry)가 바니스의 지분을 약 70% 보유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회사 CBRE 그룹(CBRE Group Inc.)의 니콜 라루소는 "10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임대료가 크게 오른 상태”라며 “특히 일부 소매업체의 경우 임대료 비중이 너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물주들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건물주들은 소매업체들이 2008년의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면서 매장 개점 붐이 일면서 수요를 부추겼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소매업체들이 일단 긴축에 들어가면 설령 건물주가 임대료를 내려준다 하더라도 소매업체를 유치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맨해튼에 상업용 부동산을 확보하고 있는 프리드랜드 부동산(Friedland Properties)의 윌리엄 프리드랜드 대표는 "임대료를 30% 줄이고 온갖 양보를 다 해도 아직 빈 공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의 또 다른 간부는 건물주 입장에서 임대료를 인하해 주는 것은 업계의 대출 약정을 위반하는 것이기도 하고 건물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간을 일부러 비워 두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소매업체와 건물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회사 오디세이 리테일 어드바이저(Odyssey Retail Advisors)의 리차드 존슨 파트너는 "이런 건물주들에게는, 즉각적인 임대 수입을 올리는 것보다 그들의 재산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어차피 기다림의 게임입니다. 많은 건물주들은 시장이 좋아지길 바라면서 (임대료를 인하하지 않고) 기다리는 편을 선택하지요.”

CBRE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상업용 임대료는 10년 전보다 53% 상승했으며 마이애미는 46% 올랐다. 내슈빌이나 캘리포니아 주 산호세 같은 작은 도시에서도 임대료가 거의 3분의 1이나 올랐다.

맨해튼의 경우는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전통적인 쇼핑 습관을 바꾸면서 연평균 임대료는 평방 피트(0.03평)당 1111달러(130만원)에 달하며 2010년 초부터 2014년 말까지 두 배 이상 올랐다.

업계 임원들은 일부 체인점들의 경우, 매출의 30%를 임대료로 지불하면서 매출 대비 임대료 비중이 전통적 표준 한도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CBRE의 니나 캄플러 컨설턴트는 매장을 줄이려는 소매업체들과 상담해 보면 "임대료 비중이 30%면 그 시점에서 사업을 접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으로의 대거 이동함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의 트래픽이 크게 줄면서 소매업체의 부도와 매장 폐쇄가 기록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소매업체들이 높은 임대료 비중을 흡수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랄프 로렌(Ralph Lauren Corp.), 메이시즈 백화점(Macy’s Inc.), 애버크롬비앤피치(Abercrombie & Fitch Co.) 같은 소매업체들은 값비싼 간판 매장을 내놓고 다른 매장의 규모도 축소하고 있다.  

CBRE와 또 다른 상업용 부동산 회사 쿠쉬맨앤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 Inc.)에 따르면, 맨해튼의 임대료는 현재 최고점에서 3분의 1 정도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 훨씬 높다. 매디슨 애비뉴 같은 도시 일부 지역에서는, 임대용으로 내놓은 공간의 비율인 가용성 비율(availability rates)이 30%를 넘었다.

화장품 소매업체 러쉬(Lush)의 부동산담당 이사 알리사 게이츠는 맨해튼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기간 만료된 매장의 재계약을 협상하는 것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건물주들은 기업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어 임대료를 전혀 내릴 의사를 전혀 비치지 않고 있습니다.”

오는 10월, 뉴저지주 이스트 러더포드(East Rutherford)에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라는 소매 및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를 열 예정인 돈 게르메지안 대표는 “건물주들이 매장의 트래픽을 늘리기 위한 방법은 찾지 못하면서 임대료를 올리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쇼핑몰처럼 임대료를 계속 올리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니스는 결국 새 건물 임대 계약을 체결했으며, 대마초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부티크와 아울러피부 한냉치료요법도 제공할 계획이다.

바니스는 라이벌인 삭스 피프스 애버뉴(Saks Fifth Avenue)와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보다는 작지만, 13개 백화점과 9개의 창고형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바니의 매디슨 애비뉴 매장 건물주인 애슈케나지 애퀴지션(Ashkenazy Acquisition Corp.)과의 싸움은 양측 모두 얻을 게 없는 치킨게임이라고 말한다.

바니스 입장에서 새로운 공간을 찾는 것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다. 바니스의 간판 매장인 매디슨 애비뉴 매장의 매출은 연간 약 3억 달러 정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슈케나지 입장에서도 바니스가 나가면 새로운 세입자로 그 공간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 회사는 워싱턴의 유니온 역과 보스턴의 파뉴일 홀에도 소매 공간을 소유하고 있다. 앤드류 골드버그 CBRE 부회장은 "이런 명성을 가진 이 정도 규모의 유통업체를 다시 유치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바니스가 법원의 보호 아래 임대차 구조조정을 선택한다면 이번이 두 번째 파산신청이 된다. 바니스는 1999년 설립 이후 여러 차례 손이 바뀌었다. 바니스의 최대 채권자였던 리차드 페리가 2012년 채권을 출자로 전환하면서 회사의 대주주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