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법상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를 대표하는 중요한 기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주식회사를 제외하고는 이사회, 주주총회 등 주요 의사결정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사의 역할을 소홀히 하거나 ‘주머니돈이 쌈짓돈’이라는 생각으로 절차를 밟지 않고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에 이번 알쓸신판에서는 대법원이 선고한 최근 판결 소개를 통해 ‘이사’로서의 처신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에 대하여 일깨워보고자 합니다.

# 카지노사업자인 갑(甲)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의 이사회는 주주 중 1인인 을(乙)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기부행위를 결의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부행위는 비록 당해 특정 주주인 을(乙) 지방자치단체에게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일이지만, 이 사건 회사에게는 큰 손실을 가져다주는 것으로서 이 사건 회사는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이사인 병(丙) 등을 상대로 상법 제399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하였습니다. 즉, 위 이사회 결의는 폐광지역의 경제 진흥을 통한 지역 간 균형발전 및 주민의 생활향상이라는 공익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고, 기부액이 이 사건 회사 재무상태에 비추어 과다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기부행위가 폐광지역 전체의 공익 증진에 기여하는 정도와 이 사건 회사에 주는 이익이 그다지 크지 않고, 기부의 대상 및 사용처에 비추어 공익 달성에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병(丙) 등이 이사회에서 결의를 할 당시 위와 같은 점들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워,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병(丙) 등의 이사들은 위 기부행위로 인해 이 사건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위 기부행위 결의 당시 각 이사가 이사회에서 어떠한 의사를 표명하였는가에 따라 달랐습니다. 우선, 위 기부행위에 대하여 적극 찬성한 이사들에 대해서는 이 사건 회사가 위 기부행위로 인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상법 제399조 제1항은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 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전항의 행위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것인 때에는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라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사회에 출석은 하였으나, 이 같은 결의에 ‘기권’을 한 이사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일각에서는 같은 조 제3항에 “전항의 결의에 참가한 이사로서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는 그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규정이 있는 만큼 ‘기권’을 한 이사도 그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아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는 해석론도 있었지만, ‘기권’이라는 의사표시는 ‘이의’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찬성’도 아닌 명백한 의사표시이므로 이를 찬성한 것으로 ‘추정’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즉, 적극 ‘찬성’한 이사의 경우에는 상법 제399조 상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겠지만, 이사회에 출석하였으되 ‘기권’한 이사는 같은 책임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사건에서는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임무를 해태함으로써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 임무 위반의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는 법리에 따라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이 일부 감경되기는 하였으나, 어쨌든 이 사건 이사회에서 위 기부행위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은 손해배상책임을 면제받을 수는 없었습니다. 거수기처럼 이사회에서 찬성표를 던지던 이사들이 감수해야 했던 대가인 것입니다.

 

2. 한편 또 다른 판례에서는 정관 또는 주주총회 결의에 의하지 않고 퇴직금 중간정산금을 지급받은 과거 대표이사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사실관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갑(甲)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였던 A씨는 임원의 퇴직금 지급기준을 “근속연수 2배수”로 상향하는 것으로 이 사건 회사 정관이 변경된 이후, 이사회에서 제정된 임원퇴직급여규정에 “회사는 임원의 신청이 있으면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위 급여규정 부칙의 경과조치에서 “이 규정 시행 전 퇴직금을 중간 정산한 경우에는 본 규정에 의해 산출된 퇴직금에서 기정산 지급한 금액을 공제한 금액으로 지급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퇴직금 중간정산금을 지급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가 A씨에서 B씨로 변경되면서 이 사건 회사는 A씨가 받아간 퇴직금 중간정산금이 사실은 아무런 근거가 없이 지급된 것이었다며 A씨를 상대로 위 퇴직금 중간정산금을 이 사건 회사에 반환하라는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이 사건 회사 측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상법 제388조에 따르면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라고 규정되고, 이 규정은 당사자 의사에 앞서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강행규정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정관 또는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임원의 퇴직금을 중간정산 하도록 하지 않고 이사회에서 제정한 임원퇴직급여 규정만을 근거로 지급한 것은 위 규정을 위배한 것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A씨가 이 사건 회사 대표이사 재직 당시 정관 또는 주주총회의 결의를 통해 중간퇴직금을 정산 받았다면 A씨는 이 사건 회사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절차를 무시한 대가로 A씨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이 사건 회사로부터 위 소송을 당하였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지급받은 중간퇴직금도 고스란히 돌려주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였습니다.

두 사건 모두 실무에서 매우 빈빈하게 일어나는 일들이고, 그 만큼 간과하기 쉬운 일이기도 한 바 임원의 지위에 계신 분들이라면 놓치지 않도록 꼭 챙겨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