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그 유명한 타이레놀 위기관리 케이스는 이미 40년 전 에 존슨앤존슨이 했던 위기관리인데, 아직도 성공사례로 회자 되더군요. 저희도 이번 위기관리를 잘했으니 대대적으로 홍보해볼까 합니다. 성공사례로 만들려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컨설턴트의 답변]

자사가 실행한 위기관리가 성공했다고 판단될 때,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홍보와 연결시켜 성공사례화 하려는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일부 내부적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걸 극복하면서 결국에는 성과를 냈고 그에 따른 이해관계자 공감대가 있으니 이를 활용해 홍보해보자 하는 것이겠지요.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위기관리는 그 자체로 홍보의 주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성공한 위기관리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위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성공한 위기관리입니다. 일단 위기가 만들어졌다면 그 위기관리는 성공이라 평가하기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위기관리는 평소에 그 성패를 판단해야 합니다. 위기가 잘 관리되어 발생하지 않고 있다면 그 자체가 위기관리의 성공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일단 위기가 발생했다면 그 때는 위기관리라기보다는 데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입니다. 발생한 위기로 인해 자사가 받을 수 있는 피해를 여러 관점에서 최소화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전과 다른 위기관리 정의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말씀하신 성공한 위기관리에 대한 홍보라는 것은 ‘발생한 위기를 잘 관리해서 데미지를 성공적으로 컨트롤 했다’는 수준의 것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잘 살펴야 하는 부분은 ‘발생한 위기’라는 표현입니다. ‘발생시킨 위기’ 영역에 들어가는 경우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만약 해당 위기가 자사의 부주의나 이상 활동으로 인해 자사 스스로 ‘발생시킨’ 위기라면 그에 대한 데미지 컨트롤은 별반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하지 않아야 하는 거대한 분식회계를 지속했고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다가 발생시킨 위기 케이스를 보시죠. 그에 대한 회사의 사후 데미지 컨트롤이 아무리 잘 되었다 해도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은 그에 대해 박수를 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기업의 대표이사가 성추행이나 갑질을 지속하다 결국 위기를 발생시킨 내부고발 케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이 자사 제품의 품질관리나 위생관리를 소홀히 하다 발생시킨 위기는 어떻습니까? 환경이나 안전 관리를 게을리하고, 그에 대한 조사를 무마하려 다 발생시킨 위기는 어떨까요? 여러 소비자 불만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그에 맞서 싸우다 발생시킨 위기의 경우는 어떨까요? 진작 기업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했다면 발생되지 않았을 위기 말입니다.

스스로 발생시킨 위기를 가지고 사후에 데미지 컨트롤을 잘했다 홍보한다면 대부분 그런 노력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위해 소위 말하는 바이럴 활동을 하고, 언론사 유가 기사를 통해 성공적 위기관리라 자평하고, 소셜미디어 상에서 성공사례 버즈를 일으켜 제3자 인증을 받으려 하는 시도는 자칫 위험한 시도일 수 있습니다.

질문에서도 언급하셨지만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케이스는 존슨앤존슨이 ‘발생시킨’ 위기가 아니었습니다. 그 위기는 ‘외부 범죄 의도에 의해 발생한’ 위기입니다. 존슨앤존슨도 피해자 중 하나였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자신도 피해자였지만, 더 중요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을 생각해 과감한 의사결정을 했기에 박수를 받는 것입니다. 이는 철학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스스로 위기를 발생시킨 기업이 사후 데미지 컨트롤을 잘해 박수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