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철 성균관대학교 교수 연구진이 환자로부터 만들어진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해 확장성 심근병증의 발병원인을 규명하고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표적을 제시했다. 출처=성균관대학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유전자 변이가 심장질환중 하나인 ‘확장성 심근병증’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규명됐다. 한국 연구진은 또 줄기세포 및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보다 동맥경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변동이 클수록 사명위험이 늘어나고 근육량이 줄어든 남성은 당뇨병 발생위험이 높다고 밝혀지는 등 최근 연구동향이 주목된다.

21일 연구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재철 성균관대학교 연구진이 환자로부터 만들어진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해 확장성 심근병증의 발병원인을 규명하고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표적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집단연구지원 및 개인기초연구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와 공동연구로 진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이달 18일자에 게재됐다.

심장근육인 심근의 이상에 따른 확장성 심근병증은 심실의 확장과 수축기능장애가 동반된 증후군으로 한국에서는 10만명 당 1~2명의 유병율을 나타내지만 질환의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었다.

연구진은 확장성 심근병증 가족으로부터 역분화줄기세포(유도만능줄기세포, iPSC)를 얻고 이를 심근세포로 분화시켜 질환의 원인을 밝히고자 했다.

연구진은 유전자가위 기술로 특정 단백질 유전자의 변이를 정상으로 교정했을 때 분화된 심근세포의 핵막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것을 관찰했다. 반대로 변이를 유발하였을 때에는 핵막의 이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유전자 변이에 따라 핵막의 비정상적인 형태가 세포의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일으키고 최종적으로 혈소판유래성장인자(PDGF)라는 특정 신호전달체계를 비정상적으로 활성화 시키는 것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질환의 표적을 제시한 것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기존 일부 약물을 질환 모형에 적용한 것이다. 연구결과는 새로운 심장질환 치료제로의 가능성을 나타냈다.

이재철 성균관대 교수는 “환자의 유전정보 등을 통하여 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 시대를 맞아 이같은 예측체계를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이번 연구는 환자 특이적인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해 특정 질환을 실험실 수준(in vitro)에서 정밀하게 모형화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밀의학 시대에 역분화 줄기세포 및 유전자가위 기술을 통해 새로운 심장질환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저녁형 생활 동맥경화 부를 수 있어

이지원, 권유진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은 1984명의 생활습관과 체내 지질수치를 분석해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아침형에 비해 하루를 늦게 시작하는 저녁형은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아침형‧저녁형 설문 조사를 통해 대상자를 아침형, 중간형, 저녁형의 세 그룹으로 나눴다. 각 그룹에서 나이, 성별, 체질량 지수의 특성을 동일하게 맞춘 145명씩 총 435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체내 지질 수치를 비교했다.  

조사결과 총콜레스테롤은 아침형 197.9mg/dL, 중간형 196.0mg/dL으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저녁형은 207.8mg/dL으로 다른 두 그룹에 비해 높았다.

중성지방도 아침형(105.6mg/dL)과 중간형(107.0mg/dL)은 큰 차이가 없었으나 저녁형은 124.3mg/dL로 높았다.

▲ 체중에 따른 콜레스테롤 등 비교분석결과. 출처=강남세브란스병원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도 아침형 115.8mg/dL, 중간형 116.1mg/dL, 저녁형 125.0mg/dL으로 나타나 저녁형만 유의미하게 높았다. 비고밀도 콜레스테롤, 혈청동맥경화지수 등 다른 전반적인 지질수치도 아침형에 비해 저녁형이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각 그룹의 수면시간 및 음주력, 신체활동력, 고혈압, 당뇨병 등의 질병력은 큰 차이가 없었다.

이지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LDL 콜레스테롤, 비HDL 콜레스테롤 등 지질수치가 높다는 것은 심뇌혈관질환 위험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사람은 24시간 일주기 리듬에 따라 대사를 조절하는 데 이 리듬이 무너지면 에너지대사 장애를 가져와 각종 대사질환은 물론 비만,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지원 교수는 또 “주로 저녁에 음주 및 기름진 식사, 과식을 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임상지질학저널(Journal of clinical lipid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 체중변동이 가장 낮은 1그룹(HR=1)과 비교했을 시 체중변동이 가장 큰 5그룹의 전체 사망위험률이 3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서울대병원

체중변동 클수록 사망위험 높아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에 따르면 체중변동이 클수록 사망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40세 이상의 성인 남녀 26만 4480명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체중변동이 심할수록 사망위험이 높아지며, 심혈관계 및 암 관련 사망위험 또한 증가했다.

연구진은 정확한 연구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2002-2003년, 2004-2005년, 2006-2007년 등 3회 연속으로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만을 추출했다. 이후 체중변화량에 따라 표본을 5개 그룹으로 분류한 뒤 각 그룹별 사망위험률을 계산했다.

연구에 따르면 체중 변화량이 가장 큰 그룹은 가장 작은 그룹에 비해 전체 사망위험률이 33% 높았다. 심혈관질환 사망, 암 사망, 기타 원인에 따른 사망위험률도 각각 31%, 11%, 58% 더 높았다.

논문 제1저자인 최대인 연구원은 “체중 변화가 큰 사람일수록 심혈관질환, 암 등 다양한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률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지속적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건강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결과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심혈관질환, 암, 흡연 이력이 있는 사람을 표본에서 제외한 뒤 사망위험률을 계산했다.

질병이나 흡연이력이 없는 사람도 체중변동이 큰 사람이 전체 사망위험률 및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각각 30%, 46% 높았다. 운동 여부도 마찬가지였다. 운동을 꾸준히 한다고 응답한 사람 중에서도 체중변동이 큰 경우 전체 사망위험률이 36% 높았다.

박상민 가정의학과 교수는 “다이어트 이후 찾아오는 요요현상 또한 다양한 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률을 높일 수 있다”면서 “운동과 금연을 통한 건강관리도 중요하지만 꾸준한 체중관리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최근 발표됐다.

▲ 남성 팔다리 근육량 변 화에 따른 당뇨병 발생률 차이. 출처=서울아산병원

팔다리 근육량 줄어든 남성, 당뇨병 발병 위험 2배 높아

20~60대 청장년층 남성에서 팔다리 근육량이 줄어들면 당뇨병 발병 위험이 약 2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근육량 감소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는 주로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는 데, 이번 연구는 비교적 젊은 청장년층의 근육량 감소와 당뇨병 발병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했다.

김홍규(내분비내과 전공)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팀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검진을 받은 20~69세(평균 47세) 성인 1만 7280명을 평균 5.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팔다리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이 당뇨병 발병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팔다리 근육은 탄수화물에서 소화된 포도당을 저장해놓고 필요할 때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근육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포도당을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져 남겨진 포도당이 혈중 당 수치를 높여 당뇨병 발병에 기여하게 된다.

연구진은 비교적 젊고 건강한 청장년층의 팔다리 근육량과 당뇨병 발병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고자 연구대상자를 20~69세 성인으로 구성했다. 이미 진단된 당뇨병 환자뿐 아니라 팔다리 근육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암, 신장질환, 갑상선기능 이상 등을 과거에 앓았거나 앓고 있는 환자는 연구대상에서 제외했다.

추려진 연구대상자를 첫 검진 때 측정한 팔다리 근육량과 체지방량을 기준으로 근육량과 체지방량이 모두 적은 그룹, 근육량은 많고 체지방량이 적은 그룹, 근육량은 적고 체지방량이 많은 그룹, 근육량과 체지방량이 모두 많은 그룹으로 나누었다.

연구진은 네 그룹 가운데 가장 좋은 체성분 구성을 보인 ‘근육량은 많고 체지방량이 적은 그룹’을 기준으로 5~6년이 지난 후의 당뇨병 발생률을 분석했다.

분석결과 ‘근육량은 많고 체지방량이 적은’ 그룹에 속했던 남성 가운데 34%는 5~6년이 지나서도 원래 체성분을 그대로 유지했으나, 나머지 66%는 근육량 및 체지방량 변화로 체형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운동과 건강한 식이요법 없이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상적인 체형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근육량은 많고 체지방량이 적은’ 그룹에 잔류한 남성은 주 3회 이상 운동을 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60.6%로, 체형 변화를 보인 다른 남성들에 비해 높았다. 당뇨병 발생률은 2.2%로 가장 낮았다.

팔다리 근육량이 줄어든 남성은 유지 그룹보다 2.2배 높은 4.8%의 당뇨병 발생률을 보였다. 체지방량은 거의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팔다리 근육량이 줄어들자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 것이다.

근육량이 유지돼 체지방량이 증가한 남성에선 3.6%가 당뇨병이 발병했다. 근육량은 줄고 체지방량은 늘어난 남성은 5.7%라는 가장 높은 당뇨병 발생률을 보였다.

여성은 근육량과 당뇨병 발병 사이의 연관성이 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갱년기 여성은 체지방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데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당뇨병 발병에 근육량 감소보다 더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에서 여성의 전체 당뇨병 발생률이 적어 통계적으로 비교가 어려운 점도 고려됐다.

김홍규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도 근육량이 줄어들면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면서 “당뇨병 발병 위험을 낮추려면 자신의 체성분과 사지근육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이에 맞는 음식 섭취와 운동을 해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홍규 교수는 또 “아무리 바빠도 청장년기때부터 유산소운동과 함께 팔다리 근육량을 키울 수 있는 스쿼트, 런지, 가벼운 아령 들기와 복근 강화 운동을 평소 꾸준히 한다면 향후 노년기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당뇨병학회(KDA)가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당뇨병 환자 수는 약 500만명이다. 이중 30대 환자는 23만명, 40대 환자는 76만명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당뇨병 유병률은 증가해 50대 132만명, 60대 125만명, 70대 이상은 144만명으로 집계됐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당뇨병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인 ‘당뇨병 및 대사질환 저널(Diabetes and Metabolism Journal)’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