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통상임금’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통상임금과 관련하여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여부는 그 임금이 ①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② 정기적 ③ 일률적 ④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지만, 근로자들이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여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경우에는 정의와 형평관념에 비추어 ‘신의칙’에 위배되므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는 있으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일도양단으로 적용시키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근로기준법령 상 통상임금의 범주에 포함되는 일부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노사 간 합의를 한 경우에도 이러한 합의가 유효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 A씨 등 B고속버스 회사(이하 B회사) 소속 버스기사들은 B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에서 근속수당, 승무수당, 근무급수당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B고속버스 회사가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은 채 이에 기초하여 A씨 등에게 각종 수당을 지급한 것은 임금을 체불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B회사는 A씨 등 근로자들과 B회사는 근속수당, 승무수당, 근무급수당 등과 관련해서는 이미 이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단체협약을 맺었는바, 이를 근거로 근속수당 등을 제외한 기본시급을 기준으로 통상임금을 산정해 퇴직금을 지급한 것은 타당하다며 A씨 등의 주장을 반박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A씨 등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우선 대법원은 근속수당, 승무수당, 근무급수당 등이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된다는 측면에서 근로기준법령 상의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또한 근로기준법은 이른바 ‘강행규정’으로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노사 간 합의가 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노사 간 합의가 일반화되어 이미 관행으로 정착된 경우가 아니라면, 노사가 이 같은 합의를 한 후 이를 전제로 임금수준을 정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 측이 미지급 법정수당을 구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즉, 대법원은 ‘노사 간의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보다 ‘근로자가 회사에 대하여 청구하고자 하는 수당의 성격이 통상임금의 요건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특정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주장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더 중요한 판단요건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통상임금과 관련하여서는 취업규칙 등 어떠한 형태의 노사 간 합의보다도 ‘강행규정’이 우선한다는 논리는 최근 다른 대법원 판결을 통해서도 이미 소개한 바 있습니다. 당시의 사안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택시회사가 택시기사들의 급여 중 ‘고정급’을 최저임금의 수준에 맞게 올려주어야 하는 상황이 되자 택시회사가 실제의 근로형태나 임금, 운행시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최저임금제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고정급’ 자체를 낮추기로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이었는데[☞ 최저임금법을 회피한 취업규칙은 직원들의 동의가 있어도 무효다.], 대법원은 당사자인 택시기사들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도 ‘강행규정’인 최저임금법에 위반한 취업규칙은 무효라는 판단을 내렸던 것입니다.

현재까지의 대법원 입장을 정리하자면, 이유야 어찌되었든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의 요건을 갖추어 통상임금으로 봄이 상당한 경우의 수당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간의 합의, 취업규칙 등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통상임금으로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판례상으로는 ‘근로자들이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여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경우’에는 신의칙상 해당 수당을 포함한 ‘통상임금’청구를 제한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런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