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한국은행의 갑작스런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정해진 예정이율을 기준으로 장기간 자금을 운용하는 보험사에 비상이 걸렸다.

금리인하시 자산운용이익률이 감소함에 따라 보험사들의 수익성도 악화될 전망이다. 특히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 상품비중이 높은 보험사들의 경우 역마진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것으로 예측, 추가적인 자본확충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평가액 상승으로 가용자본이 늘어나고 채권 발행의 금리도 낮아진다는 점은 보험사들에 긍정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1.5%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1.75%로 인상했던 기준금리를 0.25%p(포인트) 내린 것이다.

약 3년 만에 실시된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인하는 국내 경제 심리를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경기는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금리인하 소식에 보험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험사는 정해진 예정이율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받아 이를 장기적으로 운영하기에 금리변동이 보험사들의 손익에 크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우선 금리인하로 보험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채권 및 이자수취채권 등에서 자산운용이익률이 저하되는 탓이다.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 상품비중이 크거나 높은 최저보증 이율을 제공하는 보험사들의 경우 금리역마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진다.

시장금리가 고금리에서 저금리로 변동하면 보험사의 자산운용수익률 등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되나 과거에 약속한 예정이율은 고금리이므로 이차역마진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른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2022년 도입될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수년째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IFRS17 도입시 보험 부채가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변경됨에 따라 보험사들의 요구자본도 증가하는데, 금리가 내려가면 보험부채평가를 위한 할인율도 하락해 적립해야할 자본도 더욱 커지게 된다. IFRS17 도입에 앞서 시행중인 LAT(부채적정성평가), 보증준비금 등 평가성 준비금의 적립부담 역시 늘어난다.

금리인하가 보험사들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금리인하시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RBC)이 단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평가액이 상승해 보험사의 가용자본이 늘어나는 영향이다.

가용자본은 보험사의 각종 리스크로 인한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자본량을 일컫는다. RBC비율은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서 가용자본 양이 늘어날수록 상승한다.

금리가 내려가면 후순위채, 신종발행증권 등의 금리도 낮게 책정돼 보험사들의 자본확충이 수월해지는 효과도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현 RBC제도에서는 기존 보유채권의 평가이익이 금리하락에 의해 증가하는 부분도 있지만 역마진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가 이를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