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캠코 기업구조혁신지원센터에서 개최된 제2회 기업구조혁신포럼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양인정 기자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법정관리(=회생절차)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 논의가 활발해 지고 있다. DIP투자(Debt in Possession·회생절차 기업에 대한 신규자금지원)를 받은 중소기업에 대해 금융기관의 대환투자를 활성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회생으로 낙인찍힌 중소기업에 중장기적 투자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진자산운용의 서형준 본부장은 18일 캠코 양재타워에서 ‘국내 DIP금융 관련 실무사례 발표 및 활성화 방안 논의’라는 주제로 열린 기업구조혁신포럼에서 이와 같이 주장했다. 

이날 포럼에서 발제로 나선 서 본부장은 법정관리 중소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DIP금융에 대한 대환시장을 형성해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 본부장은 "중소기업이 DIP금융을 투자받아 회생절차를 통과하더라도 2년 이상 신용거래가 어렵다"며 "현 상황에서는 회생기업에 대한 낙인효과로 금융기관이 여신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 본부장은 이어 "700조원의 여신을 다루는 금융기관이 규정 등 여건상 DIP투자가 어렵다면 최소한 DIP금융의 대환시장에서라도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IP투자를 받아 회생을 졸업한 기업이 이익을 내는 시점에서 금융기관이 대환투자를 한다면 PEF들의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에 PEF가 적극적으로 DIP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DIP금융시장에서 PEF가 마중물이라면 대환투자라는 봇물은 금융기관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기관투자와 PEF의 DIP투자의 관계도. 자료=유진자산운용  

단기가 아닌 장기 DIP투자와 중소기업의 지원프로그램도 접목해야 DIP투자가 활발해 진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 본부장은 “DIP투자가 중소기업의 중장기 성장 자금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상황에 따라 전환사채(CB)나 상환전환우선주(RCPS)형태의 DIP투자를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본부장은 이어 “DIP금융으로 시급한 자금 문제가 해결되면 중소기업의 경영 내실을 위한 자금지원이 필요하다”며 “전사적 자원관리(ERP)시스템 구축과 경영컨설팅을 위한 용역비 지원도 한 방법”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포럼에서는 유진자산운용과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DIP투자를 단행한 여러 기업의 사례도 공개됐다. 

특히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스킨푸드는 DIP금융으로 회생절차M&A에서 회사의 가치가 극대화됐고 채권자들의 손실을 최소화한 사례로 소개됐다. 

서 본부장이 속한 유진자산운용은 에버베스트와 회생절차를 밟은 스킨푸드에 지난 4월 50억원의 DIP투자를 한 바 있다. 스킨푸드는 DIP투자를 받은 후 생산 정상화로 판매체널을 유지하면서 소상공인의 가맹점주들의 영업을 지원했다. 이후 한 사모펀드가 2000억원에 회사 인수를 결정했다. 

기업구조혁신포럼에서 성기홍 한국성장금융대표(사진 왼쪽에서 네번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사진 왼쪽에서 다섯번째), 김상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사진 왼쪽에서 여섯번째), 문창용 캠코 사장(사진 왼쪽에서 일곱번째) 및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양인정 기자
기업구조혁신포럼에서 성기홍 한국성장금융대표(사진 왼쪽에서 네번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사진 왼쪽에서 다섯번째), 김상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사진 왼쪽에서 여섯번째), 문창용 캠코 사장(사진 왼쪽에서 일곱번째) 및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양인정 기자

◆ “DIP투자, 있는 일자리 날리지 않게 할 수 있다”

이날 유암코 김두일 구조조정 본부장의 발표에 따르면 회생신청 기업 중 약 3분의 2 정도의 기업만 회생절차가 진행되며 인가 기업 비중은 약 3분의 1 정도이고 최종적으로 정상화되는 기업 비중은 회생신청건수대비 10%에 불과하다. 2018년 말 기준 전국법원 기업회생 신청 건수는 모두 980건이다. 

김 본부장은 “회생기업이 정상화를 기간으로 5년으로 가정할 경우 5년 누적(2013년~2017년) 기준 회생신청기업 수는 약 4000개 기업 중 정상화 되는 기업은 400개 미만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기업당 직접 고용 인원수를 100명~150명으로 가정할 때 회생신청 기업 중 정상화가 가능한 기업을 5% 수치만 늘려도  200개 기업에 약 2~3만 수준의 일자리 유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DIP금융을 접목한 구조조정이 일자리를 만들 수는 없어도 있는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포럼에서는 발제에 이어 토론이 진행됐다. 김상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와 이상우 전주대학교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이번 기업구조혁신포럼은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포럼은 한국증권학회(회장 신진영)가 주관하고 캠코(사장 문창용)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사장 성기홍)이 후원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이날 포럼을 총평했다.  

임 전 위원장은 총평을 통해 “우리나라 전체 기업 중 15%가 한계기업”이라며 “정부나 채권단이 나서는 기업구조조정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위원장은 이어 “이해관계인을 조정하면서 할 수 있는 최적의 구조조정은 P플랜이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법정관리 중소기업이 회사를 살릴 수 있는 것은 자본시장의 PEF들이라는 인식으로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