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일본 인공지능 역량에 쓴소리를 했다. 손 회장은 “일본은 인공지능 후진국”이라면서 “투자할 곳도 마땅히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한국과 소재분야 경제전쟁을 벌일 정도로 제조업에 기반한 일본의 기초과학 인프라는 강력하지만, 인공지능으로 통칭되는 일본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NHK는 18일 손 회장이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를 통해 일본의 약한 인공지능 경쟁력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인공지능 후진국이며, 유망기업이 없다는 격한 발언까지 쏟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그가 투자한 회사 중 일본 인공지능 기업은 없다. 손 회장은 “왜 일본 인공지능 기업에 투자하지 않냐는 말을 듣지만, 투자할 곳이 없다”면서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는 이미 인공지능 사업 모델까지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인공지능 투자업계의 큰 손이다. 지난 4일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인공지능의 필요성을 세 번이나 강조하는 한편, 슈퍼인텔리전스(Super Intelligence)가 세상을 좌우할 것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는 2016년 은퇴 번복 후 이듬해 열린 MWC 2017에서 "인공지능은 우리의 훌륭한 파트너"라고 단언하며 슈퍼인텔리전스 시대를 예상했다. 30년 후 IQ 1만의 수퍼인텔리전스 컴퓨터가 등장해 싱귤래리티(특이점, Singularity)의 시대가 올 것이라 장담했다.

손 회장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만 봐도 ‘인공지능 퍼스트’ 행보가 선명하다는 평가다. 그는 비전펀드를 이끌며 우버, 디디추싱, 그랩, 위워크, ARM 등 글로벌 기업에 전격적인 투자를 단행했으며 지난 5월 소프트뱅크그룹 결산발표 기자회견에서 약 10조엔(약 104조9000억원) 규모의 새로운 펀드를 구상하고 있음을 밝혔다. 손 회장은 "이제 인공지능 기업이 아닌 대상은 관심이 없다"면서 "인공지능이 세계를 정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내 시간과 두뇌의 97%를 인공지능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인공지능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 말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은퇴 선언과 전격적인 복귀도 인공지능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 연장선에서 일본의 허약한 인공지능 기술력에 일침을 가하는 한편, 글로벌 ICT 업계의 핵심인 인공지능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