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넷플릭스가 올해 2분기 실적으로 18일 발표한 가운데, 매출과 영업이익은 늘어났으나 신규 가입자 증가세는 주춤한 것으로 확인됐다. 2분기 신규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한 것는 계절적 요인 및 요금 인상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더 큰 문제는 하반기에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2분기 신규 가입자 주춤...미국 ‘심상치않네’

넷플릭스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49억2000만달러(약 5조8164억원)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53% 증가한 7억1000만달러(약 8392억원)를 기록했다. 수치적으로 판단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글로벌 유료 구독 계정은 전년 동기 대비 24%증가하며 1억 5556만을 기록했다.

주요 프로그램의 성적도 나쁘지 않다. 4일 공개된 기묘한 이야기 시즌 3는 공개 4일 만에 4070만 계정이 시청하며 넷플릭스 자체 기록을 수립했으며 에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가 주연을 맡은 데드 투 미는 3000만 계정이 시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 우리의 지구, 머더 미스터리, 퍼펙트 데이트, 우리 사이 어쩌면 등은 모두 2500만, 3300만, 7300만, 4800만, 3200만 계정이 시청했다.

문제는 신규 가입자 증가세가 더딘 지점이다.

현재 넷플릭스 글로벌 가입자는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다. 넷플릭스 총 가입자 순증 규모는 2분기 270만명을 기록해 글로벌 가입자 1억500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넷플릭스 가입자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앱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과 와이즈리테일은 16일 지난 6월 기준 넷플릭스 유료 이용자는 184만명, 유료 결제액은 241억원으로 추정되며 유료 이용자의 경우 지난해 6월 63만명에서 192% 성장한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글로벌 가입자수가 늘어나는 ‘속도’는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2분기 신규 가입자 270만명을 기록한 가운데, 이는 전년 동기 550만 증가세와 비교하면 반토막난 수치다. 넷플릭스는 2분기 총 500만명의 가입자 증가를 예상한 바 있다.

가입자 증가가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으나 상승 동력이 일부 꺾인 상태에서, ‘집토끼’인 미국 가입자 수치가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선 대목이 눈길을 끈다. 2분기 6010만명을 기록했으며 넷플릭스에 따르면 8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내 가입자 수치가 하락했다.

예고되던 사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RBC가 미국 OTT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마존 플랫폼으로 영화 및 TV 프로그램을 시청한다고 응답한 시청자는 1년 전과 비교해 17%p 증가, 54%로 확인됐다. 2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22%p 증가했다. 1위 사업자 넷플릭스의 속도를 상회한다. 넷플릭스의 경우 여전히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영화 및 TV 프로그램 시청은 1년 전과 비교해 8%p 늘어나는데 그쳤다. 2년 전과 비교하면 10%p다.

▲ 디즈니 플러스가 눈길을 끈다. 출처=갈무리

위기인가, 기회인가

미래에셋대우 김수진 연구원은 넷플릭스의 2분기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된 이유로 계절적 비수기, 신규 콘텐츠 부재, 가격 인상 반영을 지목했다. 김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2분기는 학교 학기가 시작되고 스포츠 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에 콘텐츠 업체에게는 비수기”라면서 “넷플릭스는 4년 동안 2분기에 3번 어닝쇼크를 경험한 바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대어급’ 신규 콘텐츠가 등장하지 않았고 1월 발표한 요금 인상안이 미국 내 가입자 순증세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계절적 비수기는 넷플릭스가 피할 도리가 없는 측면이 크다. 또 가격 인상은 수익성 측면에서 넷플릭스의 큰 그림이기 때문에 당분간 타격을 감내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관건은 콘텐츠다. 넷플릭스는 최근 신규 콘텐츠 공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콘텐츠 제작사들이 줄줄이 핵심 콘텐츠를 빼면서 자체 플랫폼을 가동, 넷플릭스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CNBC 등 외신은 10일 워너미디어가 새로운 OTT인 HBO 맥스 공개를 앞두는 가운데 2020년부터 넷플릭스에 제공하던 인기 드라마 프렌즈의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7000만명의 고객 유치를 목표로 하는 HBO 맥스의 출범과 함께 워너미디어의 킬러 콘텐츠인 프렌즈가 넷플릭스의 품을 떠난다는 뜻이다. NBC 유니버셜도 6월부터 인기 시트콤 오피스를 넷플릭스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는 하반기 신규 콘텐츠 라인업을 강화하며 반전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마지막 시즌, 종이의 집 마지막 시즌, 더 크라운 마지막 시즌, 영화 더 아이리쉬맨, 6 언더러드라운 등 대형 콘텐츠들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넷플릭스의 3분기 콘텐츠 실적은 2분기와 비교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적 측면에서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하반기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장 경쟁자들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전통의 경쟁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을 통해 무료 시청자 층을 확보하면서 자체 프라임 비디오는 물론 일종의 번들 형태로 다른 콘텐츠 공급자의 채널을 제공하는 등 강력한 동렫을 창출하고 있다.

디즈니의 행보도 매섭다. 이미 넷플릭스와의 콘텐츠 공급을 중단한 상태에서 하반기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 출시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디즈니 플러스의 구독료는 월 6.99달러다. 넷플릭스의 구독료와 비교해 상당히 저렴한 편이며, 글로벌 진출은 유럽과 아시아가 2020년, 남미는 2021년이다.

디즈니 플러스의 콘텐츠 전략이 눈길을 끈다. 겨울왕국2와 토이스토리4 등 양질의 콘텐츠를 이미 확보한 상태에서 2020년까지 약 50억달러의 콘텐츠 투자가 예상된다. 

훌루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훌루를 이용하는 시청자가 1년 전과 비교해 18%p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반기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를 준비하고 있는 디즈니가 훌루의 경영권을 가져가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콘텐츠 다양성 시너지가 벌어질 경우 시장의 강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넷플릭스는 2분기 일시적인 요소로 휘청였으나, 하반기에는 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을 강화하며 현지 콘텐츠 사업자와의 접점을 강화하며 위기를 넘기는 한편 전체 스트리밍 시장은 성장의 여백이 넓다는 점을 인지하며, 이를 중심으로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전략을 세웠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