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일 경제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가 소재 분야 탈 일본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도 들불처럼 번지는 가운데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된 한일 국장급 회의를 최종 거부하기로 밝혔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전장이 확장되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규정 변경을 통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비롯해 리지스트와 에칭가스 등 3개의 수출 규제에 돌입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플랜B 모색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일본의 경제제재가 시작된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현지로 날아가 물량 확보 및 거래선 조율에 나섰으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일본 금융계 인사들과 만나는 선에서 갈등 봉합의 단초만 마련했다는 뜻이다. 이 부회장이 귀국 후 휴일 사장단 회의를 열어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한 이유다. 다만 이 부회장이 일본에서 현지 거래선을 다독이는 한편 금융계 인사들과 만나 통관 절차와 관련된 논의도 했다는 말이 나온다.

SK하이닉스도 움직이고 있다.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김동섭 사장은 일본의 원자재 협력사 방문을 위해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현지 주요 협력사 경영진들과 만나 원자재 수급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유니클로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롯데도 좌불안석이다.

한일 경제전쟁이 끝을 모르게 전개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24일 개최가 전망되던 한일 국장급 협의를 거부하기로 했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교도통신은 "두 나라 신뢰가 무너진 상태"라면서 "회의를 개최하기 어려웠을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의 협상을 넘어 자체 수급 가능성도 열렸다. 1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개월 비축분을 가진 상태에서 국산 불화수소를 반도체 라인에 투입하는 게 가능할지 테스트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물론 단기간에 상용화할 수 없지만, 최소한 시간은 벌 수 있는 전략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본 외 수급 가능성도 있다. 닛케이는 17일 삼성전자가 일본 외에서 불화수소를 수급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제3국 기업은 중국의 방훠그룹(浜化集団)일 가능성이 높다.

한일 경제전쟁이 벌어지며 국내 불매운동도 심상치않다. 오카자키 다케시 유니클로 최고재무책임자가 최근 결산 설명회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한국의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 알려지자 민심이 들끓고있다. 유니클로는 사과문을 내며 진화에 나섰으나 사태 진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