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의 한일관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시작된 한일관계 냉각 기조가 심각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 경제는 물론, 일본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경색 국면은 쉽게 해동되지 않을 전망이다. 도대체 한국에 대한 일본의 냉각 기류는 왜 생긴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일본의 긴장 때문이다. 일본은 지금 남북관계 개선이 몰고 올 동아시아 지형 변화에 불안해한다. 불안 정도가 아니라, 전전반측(輾轉反側) 수준이다.

사실 이런 불안은 일본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 심지어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미국조차 불안해하고 있다. 향후 1, 2년 내에 한반도에 벌어질 상황은 지난 70여 년간, 아니 지난 5000년 동안 일어난 변화보다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목표에 집중하느라, 한국은 주변국이 느끼는 긴장감에 주목하지 못했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은 주변국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고 위기이다. 수치적으로 해석할 수 없는 엄청난 위력을 내포한 혁명적 상황인 까닭이다.

남북관계 개선은 궁극적으로 남북교류를 넘어, 남북통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남북통일 불가주의자들은 금세기에 일어날 수 없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세상에 장담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남북분단처럼, 통일 한국도 실현될 수 있다.

통일 한국이 실현된다면, 주변국에는 우환으로 오해될 수도 있다. 통일 한국은 단군왕검의 건국이념 홍익인간(弘益人間)을 계승한다고 주장하겠지만, 과연 막강한 경쟁력을 가진 통일 한국을 주변 국가들이 우호적으로 수용하게 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일본의 우환

지난해 3월 26일 세계 군사력 지수를 평가하는 GFP(GlobalFirepower)는 통일 한국의 군사력을 전망하는 자료를 공개했다. 국방 분야 재편 작업이 성공하면, 통일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6위가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타당성 있는 내용이었다.

GFP는 통일 한국에 적합한 병력도 제안했다. 정규군 25만 명과 예비군 7만 명 수준이었다. GFP는 현대전에 걸맞은 군사력은 현대적 군사 장비 운용 군사력이지, 백병전을 전제로 한 보병 확대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 GFP는 예비군을 포함한 남북한 전체 병력 1200만 명(한국 580만 명, 북한 640만 명, 2017년 12월 기준)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GFP의 주장대로라면, 190만 명의 정규군(한국 60만 명, 북한 130만 명)은 13% 수준으로, 1030만 명의 예비군(한국 520만 명, 북한 510만 명)은 0.007%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GFP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예상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최근 발표된 2019년 자료에서, 한국의 군사력이 12위에서 7위로 도약한 것이다. 한국은 순식간에 영국(8위), 독일(9위), 터키(10위), 이탈리아(11위)를 제쳤다. 한국 앞에는 미국(1위), 러시아(2위), 중국(3위), 인도(4위), 프랑스(5위), 일본(6위)밖에 없다. 일본이 한국의 도약에 긴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현재도 한국과의 격차가 거의 없는 상태인데, 통일이 된다면 통일 한국의 군사력 역전 상황은 불 보듯 빤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재래식 무기로 무장하긴 했지만, 북한에는 보유 수량도 확인할 수 없는 핵무기와 화학무기가 존재한다. 따라서 일본이 남북관계 개선에 미온적인 것이나, 통일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일면 수긍이 간다.

 

전례로 작용하는 임진왜란과 일제 강점기

일본은 지난 70년간 서로를 주적으로 삼고 대립해온 한국과 북한의 군사력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GFP가 제안한 이상적 군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일본은 불만에 가득 찬 통일 한국의 군사력이 주변 국가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리고 자국이 피해를 입는 유력한 주변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긴장한다.

1592년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는 불만에 가득 찬 일본 내부 군사력을 외부로 돌릴 생각을 했다. 그래서 20만 군사력을 동원해 조선을 침략했다. 아베 총리는 통일 한국이 임진왜란의 사례를 재연할까 두려워한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2년 12월 26일부터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래 7년간 줄곧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헌법을 개정하려는 이유는 통일 한국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실 그런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 통일 한국이 주변국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을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지난 5000년간 한민족은 자발적으로 주변 국가를 침범한 사례가 없다. 뿐만 아니라, 비록 70여 년 전의 일이지만, 한민족은 300만 명의 희생자를 낸 6·25전쟁에 대한 상처까지 여전히 안고 있다. 따라서 통일 한국은 감군에 불만을 가진 일부 세력을 무마하기 위해 주변 국가를 공격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임진왜란에 이어, 한반도를 강제 점령한 일본은 통일 한국에 대한 우려가 큰 듯하다. 세계 6위 도약이 예상되는 통일 한국 군사력의 위력이 커 보이기 때문일까? 하지만 남북한의 군사력은 생존을 위해 양측이 확보한 방어수단이었을 뿐이다.

 

통일 한국의 위상 확보

한일 무역 갈등은 한반도 지형 변화를 상징한다. 일본의 자극 수위가 높아질수록, 남북관계는 점점 더 개선되고 있음이 반증한다. 이제 한국은 통일을 준비할 때이다.

일본의 반응에서 알 수 있듯, 한반도 주변 국가들은 이미 통일 한국의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2019년 6월 30일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담은 6·25전쟁의 종전 선언이나 다름이 없다. 북한 비핵화의 문제는 오롯이 미국과 북한만의 문제가 되었다. 한국은 지금 비핵화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최근 국회가 일본에 대해 단합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통일 한국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이다. 이러한 결집력을 북한과도 공유해야 한다. 그러면 통일 한국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질 것이며, 일본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태도도 사뭇 달라질 것이다. 물론 한국은 통일의 효과를 주변국과 공유할 것이라는 사실도 홍보해야 한다. 통일 한국은 주변국 도움 없이는 존립할 수 없다. 세계가 하나 되는 글로벌 시대이기도 하지만, 통일 한국의 교량적 가치는 주변국과의 우호적 관계에서 발휘되기 때문이다.

일본이 우려하는 통일 한국의 전쟁 도발 가능성은 불가능하다. 통일 한국은 주변국과 전쟁을 하기 위해서 70년의 분단을 감내한 것도 아닌데다, 향후 국가 간의 전쟁은 전쟁 당사국들의 공멸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일본에도 알려야 한다. 최근 일본 태도는 통일 한국이 그리 멀지 않은 장래의 일임을 알려주는 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