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1. 남양주시에서 3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30대 초반 직장인 최씨는 지난해 12월 31일 새벽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뿌듯하다. 그날은 수협에서 5% 고금리 적금 상품 ‘Sh쑥쑥크는아이적금’을 선착순 판매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엄동설한 12월의 어느 날 새벽 5시에 굳게 닫힌 수협 지점 문앞에서 4시간 가까이 기다린 끝에 7번 번호표를 받고 가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미 저축성보험, 실손 보험, 보장성 보험 등 3개 보험 상품을 아이 명의로 들어 금전적 부담이 적지 않다. 하지만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찾아보기 힘든 혜택을 잡아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남들 하는대로 뛰어들었다. 당장 소비생활이 소심해질 수 있겠지만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격언에 힘을 얻으며 지낸다.

#2. 윤모씨는 울산광역시에서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에 각각 재학 중인 딸 둘을 키우는 40대 엄마다. 첫째가 뱃속에 있을 땐 태아보험에 들어 현재 어린이보험 형태로 가입을 유지하고 있지만 둘째는 태아보험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해 출산 이후 5살이 됐을 때 어린이보험에 가입했다. 이외 실손보험도 각자 이름으로 하나씩 들어놓은 상태다. 대학 진학이 필수가 아니라는 생각에 특정 지출 항목을 염두에 두진 않지만 아이들이 나중에 크면 목돈이 들어갈 곳이 있겠다 싶어 여윳돈을 굴리고 있다. 첫째가 중학생이 되면서 현금 외에도 급하게 돈 쓸일이 생기겠다 싶어 체크카드를 만들어줬다. 둘째도 중학교에 진학하면 카드를 만들어줄 생각이다. 남편이 공무원이라 수입은 크지 않더라도 안정적이어서 앞으로 차근차근 자녀을 위한 자금을 모아갈 예정이다.

최근 가구 규모가 소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소비자들은 가구 구조, 소득 수준, 투자 성향 등에 따라 여러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소비자별 특성에 맞는 적합한 금융 상품을 찾는 것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혜택은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진다.

자녀 보험, 시작은 ‘태아보험’으로

부모들이 10대 자녀의 자산 관리를 위해 가장 먼저 가입하는 금융 상품으로 ‘태아보험’을 들 수 있다. 태아보험은 선천이상아, 저체중아, 미숙아로 태어날 경우 선천이상 수술비용, 인큐베이터 입원 일당 등에 대해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품이다.

평균 출산 연령이 꾸준히 높아짐에 따라 노산 위험 등에 노출된 산모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입할 만한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평균 출산 연령은 지난해 32.8세로 4년 전인 2014년 32.0세 대비 0.8세 증가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태아보험을 최소한 임신 22주 6일 이전에 가입하는 것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팁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 23주째 이후 가입할 경우 선천이상 보상 등 태아특약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유리한 가입 시점은 1차 기형아 검사가 이뤄지는 임신 12주보다 이른 기간이다. 기형아 검사 결과 이상소견이 나오거나 치료 이력이 발생할 경우 태아보험 가입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아보험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출산 이후 어린이보험으로 자동 전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보험은 자녀의 수술비, 입원비 등 실비의 일부를 지급하거나 질병 진단비 등 보장성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20세나 30세, 100세 등 연령을 만기로 설정해 해당 나이가 되면 불입금 일부를 환불받는 ‘만기환급형’이나 환급을 받지 않는 ‘순수보장형’ 등으로 나뉜다.

만기환급형은 보험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납입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저축을 병행한 상품을 고려하는 경우 추천받을 수 있지만 월 보험료는 비싼 편이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불입을 시작할 경우 부모가 한창 수입을 얻는 동안 만기에 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순수보장형은 납입금을 돌려받지 못하지만 월 보험료가 비교적 저렴하다. 애초 태아보험을 순수보장형으로 가입해 실비 지원 혜택만 누리고 실손보험을 따로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 임신 기간에는 부모 수익 규모가 미래에 비해 적어 보험비가 부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근속연수가 늘어남에 따라 급여 수준이 높아진 부모는 아이가 크는 시기 실손보험 외 목돈 마련을 위한 저축성 보험 등에 추가 가입할 수도 있다.

은행 예·적금상품은 경제습관 기르는 ‘교보재’

올해 7월 기준금리가 연 1.75%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은행 정기 예·적금 상품의 금리도 1~2%에 머무르고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의 매력도는 떨어진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일각에서 5% 이상 고금리의 예·적금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제휴 보험사 상품(방카슈랑스)에 가입하는 등 조건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부모 소비자들은 예·적금 상품을 자녀의 저축이나 절약 소비를 유도하는 용도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자녀들이 현금을 본인 통장에 입금함으로써 저축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거나 금액 추이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해 건전한 소비 습관을 길러주려는 취지다.

은행들도 이 같은 소비자 니즈에 발맞춰 미성년 소비자를 위한 콘텐츠나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인기 영·유아 콘텐츠 캐릭터를 활용한 디자인의 통장과 카드를 선보이거나 중·고등학생들이 자주 찾는 업종에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이외 가입 연령제한이 없고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으며 아파트 청약자격도 얻을 수 있는 ‘만능청약통장’ 주택청약종합저축 상품도 호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