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어니스트 버거(Honest Burger)와 태국음식점 부사바(Busaba) 같은 식당들은 딜리버루(Deliveroo)의 공유주방을 이용하는 테이블 없는 식당들이다.     출처= 비즈저널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음식 배달이 미국의 주요 도시 전체로 확대됨에 따라, 전자상거래 기술을 이용해 식당과 식료품점을 비싼 도로가의 매장 공간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신종 스타트업들은 식당들에게 비싼 도로변 매장을 접고 새로운 공간으로 옮겨와 배달 전문 식당으로 전환하라고 설득하면서 산업용 건물에 공유 부엌을 열고 있다. 시장 관찰자들은 이런 스타트업의 등장이 아직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식당업과 소매업 부동산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전국식당협회 이사장을 지낸 투자은행 및 자문회사 아스토르 그룹(Astor Group)의 마이클 카우프만 전무는 "이 산업의 역학관계가 크게 변화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는 이미 오프라인 상에서 실제 매장을 가지고 있는 산업 세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도로변 점포 매장의 임대료는 떨어졌고, 일부 점포 소유주들은 재정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반면, 산업 공간의 가치는 치솟고 있다.

오늘날 전자상거래가 음식 배달로까지 확대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며 승자와 패자가 구분되기 시작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대도시 근처에 부패하기 쉬운 음식을 보관할 장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이 저온저장시설을 짓고 있는 것도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징후다.

최근까지, 식당과 식료품점은 쇼핑 센터와 쇼핑몰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신종 스타트업들이 나타나 그것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버(Uber Technologies)의 설립자인 트래비스 칼라닉이 투자한 로스엔젤레스의 벤처기업인 클라우드키친(CloudKitchen)은 산업시설을 공유 주방으로 바꾸어 놓고, 음식 배달을 모색하는 식당들에게 이 주방을 임대해 준다.

클라우드키친은 2017년 초부터 골드만삭스 그룹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미국 주요 도시에서 최소 10개의 부동산을 조용히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드키친과 유사한 또 다른 또 다른 회사로는, 올해 말까지 10~15개 지점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힌 키친 유나이티드(Kitchen United Inc.)와 여러 국가에서 30여 개의 공유 주방을 운영하고 있는 영국 식품배달업체 딜리버루(Deliveroo) 등이 있다.

물론 식당의 음식 배달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앱 이용이 급증하면서 많은 식당에서 배달은 매출 증가의 큰 몫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식당들에게 배달은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이었다. 이익 마진이 적어 배달 앱에 지불되는 수수료를 지불하면 남는 것이 거의 없었다.

▲ 공유주방에 음식이 완성되면 딜리버루 배달원들이 조리된 음식을 직접 배달한다. 딜리버루는 몇 개 나라에서 30개 이상의 공유주방을 운영하고 있다.     출처= Deliveroo

배달 전용 공유주방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공유주방이 있는 산업 공간은 일반적으로 도로변 매장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공유주방 운영자들은 식당들에게 초기 투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유연한 임대 조건을 제공하며, 충분한 주차 공간과 적재 공간 등, 주방 자체가 배달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들은 단순한 주방 공간뿐 아니라 공공시설, 주요 장비, 그리고 배달 서비스, 주문을 받고 작업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앱도 함께 제공한다.

그러나 공유주방 스타트업들은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전통적인 세입자 수요를 바라고 있다는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 지난 2017년에 키친 유나이티드가 캘리포니아주 파사데나(Pasadena) 지역에 첫 공유주방을 임대하려고 했을 때, 건물주는 회사가 입증되지 않은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임대를 망설였다고 그 거래를 추진했던 중개회사 CBRE 그룹의 스캇 스토이버 중개인은 말했다.

다행히 그 공간이 이전에 요리학원이 들어서 있어서 새 입주자인 키친 유나이티드가 큰 변화를 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건물주는 그 계약에 동의했다. 그러나 키친 유나이티드의 메러디스 샌들랜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제는 자신들에게 건물 공간을 임대하고 싶다는 건물주들이 심심찮게 접촉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 배송의 증가에 따라 저온저장 설비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중개회사 JLL의 존 후게나드 중개인은 "과거 저온저장 설비 건물은 전통적인 창고보다 임대료가 비싸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전통적인 창고들의 임대 가격이 치솟고 아마존 같은 전자 상거래 회사들과 신선식품 배달 회사들이 약진하면서 투자자들은 냉장 시설에서 성장 가능성을 보았다.

식품마케팅연구소(Food Marketing Institute)와 데이터 분석회사인 닐슨이 2018년에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2022년에는 온라인으로 식품을 주문하는 미국인이 70%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2018년에는 49%였다. CBRE 그룹은 이 조사를 바탕으로, 향후 5년간 미국 전역에 7000만 평방피트(200만 평)의 저온저장 공간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미 여러 개의 저온저장 시설을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투자 자문회사 벤탈그린오크(BentallGreenOak)는 지난해부터 브리지 디벨로프먼트 파트너스(Bridge Development Partners LLC)와 공동으로 조지아주 사바나(Savannah)에 5000만 달러(600억원) 규모의 냉장 창고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투자담당 전무 스티브 린츠는 대부분 주요 도시와 가까운 곳에 창고를 개발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음식배달 고객들과 가깝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