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현세 사람들은 이 격언을 두고 육아의 고귀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물질적·정서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하는 속담일 것이다. 최근들어서는 이 속담에 더욱 공감하는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저축이 편하던 시대에는 사실상 아이 키우는 자금에 큰 부담을 느끼지 못했다. 고금리로 열심히 벌어서 미래에 대한 대비책으로 저축을 하면 목돈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의 미래 밑천을 마련할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금리·저성장·고령화시대를 맞으면서 미래세대를 키우는 자금 마련이 녹록지 않다. 10년을 열심히 저축해도 세금을 떼고 나면 원금 유지도 힘든 세상이다. 그래서 이제는 미래세대인 아이들을 위해서 부모들이 나선다. 부모가 아이의 신체적 성장뿐만 아니라 향후 필요한 미래자금 마련을 위해 태아때부터 준비하는 것이다. 장기플랜으로 목돈을 마련해서 아이들의 미래 투자자금을 사전에 확보한다는 차원이다. 

양육비 부담, 출산 기피로 이어져… 낳은 자식에겐 헌신

하지만 최근 아이를 기르는 과정에 따르는 금전적 부담이 더욱 커져 출산을 기피하는 풍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2017년 발표한 ‘2016 육아문화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이가 있는 가정의 가구당 월평균 육아비용은 107만2000원에 달했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액 345만8000원의 31.0% 수준이다. 자녀수가 많을수록 평균 지출 규모는 확대됐다. 자녀수별 지출액은 1명 86만5000원, 2명 131만7000원, 3명 이상 153만7000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미혼 인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44세 미혼 남녀가 생각하는 이상 자녀수는 지난해 각각 1.88명, 1.83명으로 집계됐다. 3년 전인 2015년 1.96명, 1.98명과 비교해 감소했다.

자녀를 적게 낳으려는 추세는 소수 자식에게 적극 투자하는 부모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 나타난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신조어로 ‘VIB(Very Important Baby)’, ‘에잇 포켓(Eight pocket)’ 등이 꼽힌다.

PMG 지식엔진연구소에 따르면 VIB는 내 아이를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고 남에게 뒤지지 않게 키우려는 소비층을 지칭하는 단어다. 최근 출산율이 감소함에 따라 경제적 능력이 있는 30대 엄마들이 주류를 이룬다. 에잇 포켓은 육아용품업계에서 통용되는 개념으로 ‘한 명의 자녀를 위해 열리는 8개의 주머니’를 의미한다. 부양해야 할 아이의 수가 감소세를 보임에 따라 부모 뿐 아니라 친지들이 금전적으로 베푸는 대상이 소수 자녀에게 집중되는 추세가 나타난다.

이들 개념은 자녀수가 적은 가구의 영·유아나 청소년들이 누릴 수 있는 물질적 혜택의 폭이 더욱 커지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통계청과 교육부가 함께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9~17세 청소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액은 2009년 25만6000원에서 지난해 13.7% 늘어난 29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또 통계청과 유아용품업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유아용품 시장의 규모는 1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216.7% 증가한 3조8000억원으로 추산됐다.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동안 낳을 출생아의 수를 추측한 ‘합계출산율’이 2009년 1.19명에서 지난해 0.08명으로 하락한 점과 대조할 때 시장 확장세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박진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아이를 위해 소비하는 어른 수가 증가하는 동시에 아이를 적게 낳아 특별하게 키우고 싶다는 니즈가 나타남에 따라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 면담 결과 자녀가 영·유아에서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는 양육비용의 총량이 어느 정도 유지되지만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사교육 부담이 훨씬 커지는 것으로 분석했다”며 “이 같은 비용 부담이 추가 출산 계획을 세우지 않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함에 따라 최근 육아 투자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자녀 위한 금융투자에도 열정 쏟아, 적금·펀드·보험에 주목

부모 소비자들은 자녀를 위한 금융 분야 투자에도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교육비, 치료비, 결혼자금 등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전까지 투입하는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이를 미리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평생교육 전문기업 휴넷이 2017년 직장인 786명을 대상으로 재테크 목적에 대해 설문한 결과 ‘자녀양육비, 학자금’이라는 응답의 비율이 25.7%(중복응답)를 기록했다. 노후자금(76.7%)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치다.

자녀를 위한 금융상품으로 적금, 펀드, 보험 등 3종이 주로 회자된다. 적금은 낮은 금리가 적용되지만 원금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고 납입 기간을 짧게 설정할 수 있어 자녀 경제 교육용으로 많이 쓰이는 상품이다.

펀드는 자산운용회사에서 고객 자금을 운용한 뒤 거둔 실적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원금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투자 기간이 성인에 비해 긴 어린이들을 위해 성장성과 안정성을 고려한 상품으로 장기 투자하는 것을 종종 추천한다.

보험은 각종 상해, 질병 등에 대한 보장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자녀의 건강상태 등 개인 특성에 따라 맞춤형 보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혜택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보험금을 납입할 부모도 가계 여건을 고려해 상품을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 

상품 형태의 한가지인 저축성 보험이 한때 은행 대비 높은 금리를 적용함에 따라 목돈 마련용으로도 인기를 모았다. 오는 2022년 도입되는 신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는 저축성보험이 부채로 분류됨에 따라 보험사들이 공급을 줄이고 금리도 은행 상품 수준으로 낮춰 매력이 줄어든 상황이다. 현재 질환 외 각종 상황별 상해에 대해 보장해주는 기능 등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자녀를 위한 금융지출은 위험대비, 안전자산, 투자자산 등 세가지 행태로 분류된다”며 “가구별 재정상태에 맞춰 투자 비중의 균형을 잘 맞춰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식 투자를 원활히 이어갈 수 있도록 전문가 상담을 통해 혜택은 정확히 누리고 비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금융활동을 실시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자금 마련과는 별도로 자녀가 나중에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금융역량을 길러주는 일도 중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