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이통3사가 모두 모바일 전자증명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통3사를 포함한 삼성전자, KEB하나은행 등 7개사가 현재 정부가 지정한 특정 기관들이 관리하는 본인인증 등 개인정보 증명 서비스를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 서비스로 탈바꿈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사업단은 구직 과정에서 회사와 구직자의 서류 제출 과정을 모바일 전자증명의 실생활 예로 들었다. 구직자가 구직 과정에서 일일이 문서로 제출해야 했던 대학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모바일 전자증명 서비스로 통해 제출하고, 제출 받은 기업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위변조 여부를 즉시 확인하게 된다. 양측이 모두 편리하게 신원 정보를 제공·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삼성전자,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코스콤 7개사는 블록체인 기반의 모바일 전자증명 사업을 출범한다. 왼쪽부터 한준성 KEB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부행장, 황원철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장, 김계영 코스콤 미래성장본부 본부장, 오세현 SK텔레콤 블록체인/인증Unit장, 이상민 LG유플러스 FC부문장, 서영일 KT 블록체인비즈센터장, 김주완 삼성전자 서비스기획그룹장. 출처=SK텔레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삼성전자,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코스콤 7개사는 지난 12일 공동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전자증명 사업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모바일 전자증명은 졸업, 성적 증명서 등 전국 주요 대학 제증명 발행·유통 서비스, 코스콤의 스타트업 대상 비상장주식 마켓 플랫폼에 우선 적용되며, 서비스 조기 확산을 위해 SK, LG, KT 그룹사의 신입·경력 채용 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해당 기술에 대한 여러 가능성들이 점쳐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모바일 출입통제에 시범 적용하거나(SK텔레콤), 제조사-손해보험사-통신사 간 블록체인 기반 단말 분실파손보험 서비스에 구축하는 방안도 나왔다(LG유플러스). BaaS, 지역화폐 등 플랫폼 서비스와 자사 블록체인 기술에 DID를 접목하는 것도 논의되고 있다(KT).

이번 사업은 통신, 제조, 금융 기업들로 구성된 컨소시엄형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분산원장(블록체인)을 통해 개인의 신원을 확인·증명하고 본인 스스로 개인정보를 관리할 수 있도록 탈중앙 식별자(DID; Decentralized Identifiers) 기반 ‘자기주권 신원지갑(Self-Sovereign Identity)’ 서비스를 적용한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 모바일 전자증명...무엇이 달라질까? 출처=Imagetoday

자기주권 신원증명 무엇?…“내 개인정보는 내가 관리한다”

자기주권 신원증명이란 사용자가 자신의 신원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고, 공개 대상과 범위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분산형 자기주권 신원정보관리를 의미한다. 신원증명의 발행, 제출, 삭제, 복구 등 모든 권한을 사용자가 가지며, 블록체인은 신원증명이 사용자의 소유임을 증명하고 신원증명의 발행․제출․갱신 등의 기록 관리에 활용된다.

원리는 간단하다. 개인이 기관이나 기업으로부터 받은 자신의 정보를 스마트폰의 보안 저장 영역에 저장해 놓고 있다가 다양한 증명이 필요할 경우 스스로 원하는 데이터를 골라서 제출하는 형태다. 중앙의 또 다른 정보관리 주체가 필요 없어지는 셈이다. 이는 기존에 기관과 기업이 보관하고 있던 개인정보와 이에 대한 통제권을 이용자 개인에게 돌려주면서 오프라인에서 보다 간편하고 투명한 신원증명을 가능케 하는 동시에 데이터 자기주권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블록체인 기반의 자기주권 신원증명 서비스가 다수 등장한 상태다. Civic(시빅), uPort(유포트) 등 다양한 블록체인 플랫폼들이 자기주권 신원증명 서비스에 경쟁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국내에 모바일 전자증명 사업이 잘 자리 잡을 경우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ID를 가지고 신원 증명이 필요한 모든 온라인 앱·웹, 더 나아가 오프라인까지 확장할 수 있어 편리함이 극대화 되는 동시에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개인정보 보안도 강화되는 한편, 기업 측에서는 본인인증 시 지불해야하는 수수료가 현저히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

▲ LG유플러스는 17일부터 ‘휴대폰 분실 파손 보험’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여 절차를 간소화하고 고객 관점의 UI를 적용하여 편의를 개선한 휴대폰 보험금 간편 청구 앱을 선보인다. 출처=LG유플러스

이통3사 사업 방향은?...본인인증 기반으로 서비스 다각화 할 듯, 구체적 계획은 '아직'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LG유플러스가 가장 먼저 계획을 내놨다.

LG유플러스는 이달 17일부터 ‘휴대폰 분실·파손 보험’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절차를 간소화한 휴대폰 보험금 간편 청구 앱을 선보인다고 15일 밝혔다.

기존에는 고객이 휴대폰 분실·파손 시 제조사 서비스 센터에서 수리 내역과 영수증 등 보상 서류를 준비해 보험사에 팩스로 보내거나 사진으로 찍은 후 앱 또는 홈페이지에 첨부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보험금 청구 과정에 대한 불편함이 있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블록체인 분산원장 기술을 적용해 휴대폰 보험금을 지급받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LG전자, KB손해보험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해당 시스템은 LG CNS의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모나체인(Monachain)’을 기반으로 개발·구축됐다.

이용자가 보험사에 보상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서비스 센터 수리내역, 영수증 등의 정보가 보험사에 공유되기 때문에 보험 청구를 위한 여러 수작업 단계와 서류 심사 시간이 줄어들어 보험금 수령이 빨라진다. 또한, 보험금을 더 받기 위한 수리 영수증 조작 등의 서류 위변조 행위도 원천 차단된다.

이종서 LG유플러스 고객유지담당은 “이번 휴대폰 보험금 간편 청구 시스템은 휴대폰 분실·파손 보험 서비스 이용 고객에게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통신사, 제조사, 보험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첫 사례”라면서 “향후 다른 제조사와 협력해 서비스 이용 범위를 확대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절감된 비용으로 고객 보상 혜택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T의 경우 구체적인 사업 방향은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추후 활용 분야는 아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KT 관계자는 “KT의 경우 행정안정부가 관리하는 사이트인 ‘민원 24’와 연동해 주민등록 초본·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발급에 적용하거나, 신체검사 결과 등 입사지원과정 등에서 필요한 서류 제출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구상·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좀 더 보수적인 답변을 내놨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모바일 신분증 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이미 각사마다 자신들의 역량을 활용한 블록체인 서비스들이 있다”면서 “해당 사업은 7개사가 뜻을 모은 시범 사업으로 연내 베타테스트를 진행한 이후 상용화 시점 또한 조율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아직은 구체적인 사업계획이나 서비스 일정을 밝히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설명이다.

다만, SK텔레콤 관계자는 “모바일 전자증명은 생태계 성장 기회가 크게 열려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서류 제출 과정이 복잡한 주택 청약·구매나 정부민원 서비스 과정이 대폭 간소화되는 등 이용자 입장에서 편의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에서는 참여사 확대가 서비스 안착에 핵심요인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나의 ID로 최대한 많은 사이트에서 인증할 수 있어야 이용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전자증명 서비스가) 결국은 하나의 통합된 앱 형태로 등장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과 맞다”면서 “그전까지는 참여 기업의 수나 서비스 종류의 변동이 예상돼 초기엔 다수의 앱들이 등장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사들은 향후 더 많은 기업의 참여를 유도해 각 기업의 채용 시스템, 사원 증명 기반 모바일 출입통제 서비스, 통신 및 금융권의 전자서명 및 비대면 사용자 인증 서비스, 병원 및 보험사의 제증명 서비스, 골프장·리조트의 회원권, 학생 증명 기반 영화관·놀이공원의 할인서비스, 공증·내용증명, 온라인 간편로그인 서비스 등을 운영함으로써 사회 각 분야의 다양한 영역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