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 등장하면 사람들은 너무 좋아 할 말을 잊는다. 그들은 유명 코미디언이나 배우들을 집에서 볼 수 있는 상자(TV)가 처음 나왔을 때, 전화기를 들고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며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무선 전화기가 처음 나왔을 때), 더 거슬러 올라가면 말없는(horseless) 마차라는 혁신적 교통 수단(자동차)이 처음 나왔을 때를 기억한다.

이제 우리는 자율주행 자동차라고 묘사되는 운전자 없는 자동차의 태동을 앞두고 있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 라디오, 자동차, 휴대전화가 그랬듯이, 그 명칭이 우리에게 어색하지 않게 들릴 것이다. 이 기술이 초보적 수준을 넘어서 얼마나 멀리 발전하느냐에 따라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이다.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의 로봇 전문가 존 레너드는 "사실 나는 정말로 가슴이 미어진다. 나는 자율주행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오늘날 벌어지고 있다” 고 말했다.

현재 부분 자율주행 차량이 이미 미국 도로를 누비고 있다. 이런 차량에는 자동비상제동 장치와 차선이탈경고 같은 기능들이 장착되어 있다. 그러나 완전한 자율주행차량이 일상 생활의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 과거의 주요 사건이 현재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탐구하는 동영상 다큐멘터리 리트로 보고서(Retro Report)가 해결해야 할 장애물로 다음 몇 가지를 들었다.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이를 상세 보도했다.

첫째, 도로와 고속도로의 지도가 몇 센티미터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해야 한다. 둘째, 자율주행 기계는 눈과 비 같은 악천후와 씨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악천후가 센서를 당황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나무 가지가 추락하거나 아이들이 주차된 차들 사이에서 도로로 튀어나오는 것 같은 예상치 못한 일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려면 지금보다는 기술을 한참 더 강화해야 한다.

구글의 자율주행사업부 웨이모(Waymo)에서 지도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앤드류 채텀은 "우리는 우리가 지도를 이미 만들어 놓은 곳에서만 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로 나아가자’(WAY Forward in Mobile)라는 슬로건에서 이름을 딴 웨이모는 피닉스 교외에서 무인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까지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러나 피닉스는 햇볕이 잘 들고 도로 조건이 양호한 곳이다.

채텀은 리트로 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서 중요한 부분은, 우리가 시도하는 것이 자율 주행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임을 인정했다.

"우리가 테스트하는 것은 복잡하고 무질서한 뭄바이의 밀집된 교통 환경에서의 운전이 아닙니다. 또 최악의 눈보라 속에서의 운전도 아니고요.”

기술적인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우려도 있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트럭, 배달 차량, 택시, 앱 기반 호출차량, 스쿨 버스 등등 갖가지 차량을 운전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말로 완전 자율주행의 세상이 오면, 그들은 자신과 가족들을 먹여 살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자동차 수리점에서 주유소까지 부수적인 사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들 사업이 반드시 더 좋아질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 현재의 무인자율주행차량 시험은 완전한 지도가 만들어진 곳, 도로 조건이 양호한 곳에서만 가능하다.    출처= InvestorPlace

운전자 없는 차를 지지하는 한 가지 큰 주장은 명백하다. 바로 안전이다. 로봇은 술 한잔 할 일도 없고 졸거나 문자 메시지로 한눈 팔지도 않는다(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하지만 앞으로 누가 알겠는가?). 자율주행차량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기계의 신뢰도를 고려할 때, 연간 3만 7천명 정도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미국에서 생명을 구하는 데 크기 기여할 것이라고 말한다.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교통사고 사망을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그 근거로 도로의 안전이 수십 년 전에 비해 크게 향상되었음을 들고 있다. 예를 들어 1945년에 미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주행거리 1억 마일(1.6억 km) 당 10명이 넘었지만, 오늘날 현재는 1명 남짓으로 줄어 들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실험단계에서 발전해 일상생활에 스며들기까지는 누구도 그것이 인간이 운전하는 것보다 더 안전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기계는 가끔은 완벽하지 않다. 기계가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일 가능성은 항상 있다. 작년에 무인 자동차가 일으킨 보행자 사망 사고는 그 가능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아리조나 템페(Tempe)에 살던 일레인 허즈바그라는 여성이 늦은 밤 자전거를 타고 길을 건너다가 제한속도 이내인 시속 40마일로 달리던 우버의 시험 차량에 치여 숨졌다.

아무리 정교한 로봇공학이라 해도 그에 대한 믿음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그 증거를 찾기 위해 굳이 멀리까지 갈 필요도 없다. 최근에 보잉 737 맥스 제트기기 두 차례 추락하면서 346명의 사망자를 낳은 사고는 소프트웨어 설계 결함으로 밝혀졌다. 소프트웨어 설계 결함이 그렇게 무서울진대, 지상에는 하늘보다 더 많은 위험이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연구 엔지니어 스티븐 슐레이도버는 리트로 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3만 피트 상공에서 무언가 잘못되면, 곤경에 처하기 전에 어떻게든 대응하기 위한 시간이 수십 초는 되겠지만, 지상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 사고가 발생하면 대응할 시간이 10분의 1초도 되지 않습니다.”

기계가 오작동할 수 있다는 불안이 그치지 않는 것이 인간의 괜한 걱정일 지 모른다. 하지만 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2001: A Space Odyssey)의 컴퓨터 HAL 9000이나, <포빈 프로젝트>의 슈퍼 컴퓨터 콜로서스(Colosuss)나, <아이 로봇>(I, Robot)의 비키(VIKI)나,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과 같은 기계가 갑작스러운 살인 기계로 변하는 것이 수십년 동안 인기 영화의 단골 주제였을까?

그러나 두려움은 극복될 수 있다. 아마도 진정한 자율주행의 미래를 가로막는 장애물도 그럴 것이다. 시인 존 레너드가 관찰한 바와 같이, 한때 불가능했던 것이 현실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레너드는 말없는 마차가 나왔을 때 아들 매튜에게 운전하는 법을 가르쳤다. 그러나 우리는 운전자까지 없는 말없는 마차를 탈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지 않다.